“기다리지 말고 찾아가세요 ‘찾아가는 실버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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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말고 찾아가세요 ‘찾아가는 실버교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8.26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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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교회, 이렇게 만들어라(2)

색다른 노인대학 / 대농제일교회

안양 대농제일교회(담임:이윤호 목사). 흔한 상가 교회다. 출석하는 성도들은 물론 어르신들도 몇 명 안 되지만 ‘실버교실’을 운영한다. 특별한 노인대학이다. 어느 교회도 생각하지 못했던 ‘찾아가는 실버교실’.

대부분의 교회가 노인대학을 교회 안에 개설하고 어르신들이 찾아오는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이윤호 목사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찾아가자’.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적극적 방식을 택했다.

이런 이유로 매주 금요일이면 아침부터 부지런히 손을 놀려도 언제나 시간이 빠듯하다. 교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가는데도 그렇다. “찾아가니 어르신들이 더 반기고 즐거워하신다”. 이 목사의 말이다.

#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

이윤호 목사가 찾아가는 노인대학을 구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기다리면 안 오기 때문이다.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상가 교회에서 노인대학을 개설했다고 누가 찾아오겠나. 그래서 발품을 팔아 찾아 나섰다. 찾아 나서니 많은 어르신들을 정말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대농제일교회의 찾아가는 실버교실은 ‘무료 급식소’에서 진행된다. 교회에서도, 안양역에서도 5분 거리. 예장 통합측 안양노회 실직노숙인종합복지센터인 ‘희망사랑방’이 그곳이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22일에도 4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찾아온 이 목사를 반겼다.

무료 급식이 시작되는 시간은 오후 4시. 이 목사는 3시 30분에 도착해 어르신들과 함께 게임도 하고 짧은 메시지를 전한다. 30분이라는 이 짧은 시간이 찾아가는 실버교실이 진행되는 시간이다. 실버교실 시간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 율동을 진행한다. 박수를 치고, 신나게 웃으면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초복이었던 지난 7월 18일. 이날도 어김없이 어르신들을 찾아갔다. ‘행복한 박수 8가지’를 하고 돌아왔다. 발을 구르고 함께 소리 치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어르신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 ‘경로당’을 공략하라

찾아가는 실버교실은 의외로 쉽게 할 수 있다. 교회 안에 별도의 시설을 마련하거나 출석하는 어르신들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찾아가면 된다. 어르신들을 위한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

우선 교회 인근 혹은 동네에 있는 ‘경로당’을 파악한다. 교회 부근이 아니어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경로당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경로당이 선정되면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고 허락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경로당 입구에 ‘OO교회 노인대학’이라는 간판을 걸겠다는 고집은 버려야 한다.

현재 전국에 있는 경로당의 수는 5만8천여 개. 최소한 한 교회가 하나의 경로당과 연결될 수 있는 숫자다. 문제는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대농제일교회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간단하다.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

이 목사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먼저 사랑의 인사로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인사하게 한다. 이후 어르신들을 위한 율동을 한다. 온몸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주일학교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머리어깨무릎발’과 ‘내게 강 같은 평화’를 부르며 스트레칭을 하고, 15초 동안 빠르고 강하게 박수를 치는 ‘하하호호박수’를 한다. 하하호호박수는 손바닥을 자극해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한다.

이후에는 짧은 말씀을 전하고, 한목소리로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를 외치게 한다. 이 목사가 식사 기도를 하고 음식을 먹으면 이것으로 실버교실은 끝난다. 이 목사는 굳이 장황한 설교를 하지 않는다. “우리 교회로 오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섬긴다. 함께 웃고, 율동을 하고 박수를 치고, 어르신들을 걱정하고 보살피면서 필요를 채워주는 것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이 목사는 어르신들과의 접촉점을 찾는다. 이렇게 만남이 쌓이다 보니 신뢰가 쌓이고, 그러다 보니 한 사람 두 사람 대농제일교회로 찾아왔다. 최근 최선규 집사 초청 집회 때는 어르신 15명이 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대농제일교회는 매주 금요일에 어르신들을 찾아간다. 일주일 내내 했으면 좋겠지만 현재의 교회 형편으로는 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형편이 되는 교회들은 어르신들과 협의해 방문하는 횟수를 늘리도록 하고, 식사도 함께 대접하면 더 좋다.

찾아가는 실버교실이나 교회 안에 노인대학을 개설할 구상인 교회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노인들을 위한 발마사지, 치매예방프로그램 등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이 목사는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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