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미래 비전, 신앙 정체성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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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 미래 비전, 신앙 정체성에서 찾는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08.26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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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YMCA 100주년 기념사업 전개 중, 남부원 사무총장 인터뷰

2002년 개봉했던 송강호, 김혜수 주연의 영화 ‘YMCA 야구단’을 기억한다. 1900년대 한국 최초의 횡성기독교청년회(YMCA) 야구팀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남녀 차별과 신분 격차가 상당했던 그 시대 가운데, YMCA 안에서 야구로 하나가 되고, 또 일제에 저항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조선기독교청년회, YMCA는 새로운 사상과 문물의 창구 역할을 하며, 우리나라 근대화와 민족 정체성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YMCA가 올해로 전국연맹을 결성한 지 100년을 맞았다. 100주년을 기념해 YMCA 역사와 역할, 새 비전을 무엇인지 전국연맹 남부원 사무총장을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YMCA는 다양한 100주년 기념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생명의 물결, 평화의 바람”을 슬로건으로 펼치고 있는 기념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한국YMCA는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과 비전사업 두 방향에서 기획했다. 100주년 기념식과 전국대회, 회원 한마당 등을 비롯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치르고 앞으로도 진행하게 된다.

10월에는 첫 회원의 날을 제정해 전국 66개 지부 회원들과 YMCA 회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고, 11월에는 청소년, 시민운동 등 10개 분과에 대한 중장기 발전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는 비전 심포지엄도 개최하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비전사업이다. 그 핵심의 하나가 제주도에 세우게 될 ‘생명평화센터’이다. 전 다락원 부지를 리모델링해 평신도 기독교운동의 지도자, 평화교육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요람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현재는 리모델링과 운영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YMCA는 100주년을 보내며 우리 스스로 노화되고 있지는 않은 지 성찰하고 있다. 초창기 믿음의 선배들이 가졌던 초심, 존재 이유를 돌아보고 있다. 내적 성찰을 하며 내용 면에서, 정신적인 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 100주년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새 비전의 핵심은 무엇이며,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나?

‘생명의 물결, 평화의 바람, 만물을 새롭게’를 제목으로 한 비전 선언문이다. YMCA는 로마서 8장 22절에 나오는 것처럼 이 시대를 ‘모든 피조물이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시대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성장하고 제도적으로 민주화도 이뤘지만, 우리 민족은 분단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내용적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도 많이 훼손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동북아에서는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민족사적, 문명사적 위기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는 최소 10년간 전개할 운동과제 7가지를 비전 선언문에 담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향토 지역사회에서 정의롭고 생태적인 생명공동체, 풀뿌리 하나님 나라 운동체, 둘째, 시민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이루는 공공 참여운동, 셋째, 사회적 경제운동과 사회적 영성계발, 넷째, 한반도를 영구 평화지대로 만들고 팔레스타인 등 지구촌 분쟁지역 평화를 가져오는 지구시민 평화운동, 다섯째, 중독의 문화, 죽임의 문화를 몰아내는 생명평화문화 운동, 여섯째, 복음의 능력을 회복해 자기 갱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기독교 정체성 강화, 일곱째, 회원운동체로서 자기정체성 재확인이다.

기독교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비전이 눈에 띤다. 지난 6월 42차 총회에서는 YMCA 목적문을 개정하며 ‘예수’, ‘복음’, ‘통일’과 같은 단어를 포함시키는도 했는데, 같은 맥락인가?

한국YMCA 목적문 가운데,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부분을 ‘예수 그리스도, 복음과 삶을 따라’로 바꾸었다. 그것은 신앙 속 그리스도와 역사 속 그리스도의 균형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2천 년 전 아파하는 자, 권력에 대항해 섬기는 자의 모습으로 인류를 진정한 구원자가 되셨던 예수님. 그 분의 말씀과 삶을 통전적으로 보고 YMCA의 뿌리를 강조하는 의미이다.

YMCA의 정신적 흐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회 복음적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복음주의적 경건주의 흐름이다. 한국YMCA는 1970년대 사회개발 운동, 1980년대 후반 시민운동에 중점적으로 참여하면서 복음주의적 경건주의가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기독교와 신앙이 깊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사회 복음과 경건주의 흐름을 모두 강조해 책임있는 운동체로 성장하고자 한다. 이런 신앙고백 아래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따르겠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YMCA는 평화운동에 활동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폭넓게 평화운동을 전개하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YMCA의 마크에는 성경책과 요한복음 17장 1절이 표기돼 있다. ‘그들로 다 하나가 되게 하소서’라는 말씀은 국제 YMCA의 관통하는 정신이다. 모든 인류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평화가 있어야 한다. 서로 소통하고, 나누고, 합일하고, 이해하고 보듬는 상태가 평화다. 성경의 비전과 평화, 다시 말해 사자와 어린 양이 뛰놀고 독사굴에 어린이가 손을 넣어도 물지 않는 성경 속의 평화를 펼치고자 한다.

한국YMCA는 평화운동이 우리의 핵심 운동이자 방향, 약자를 위한 과정이라고 보고 평화운동을 전개해 가고 있다.

100년 전 YMCA 운동은 시민사회 형성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근현대사 속 YMCA 운동, 평가해 주신다면?

구한말, 일제시대 한국YMCA는 근대과학기술, 체육 등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해외에 임시 정부가 있었다면 국내에서는 임시 정부 역할을 YMCA가 했다고 할 수 있다. 근대 초기 새로운 문물과 새로운 사고를 도입하는 창구였다.

또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운동도 1920년대 이미 YMCA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번지기도 했다. 당시 조만식 선생이 중심이 돼 평양에서 물산장려운동과 함께 생산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등을 펼쳤다. 사회적 경제운동이 YMCA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30년대에는 농촌계몽운동과 농촌 지도력 육성을 이끄는 데 힘썼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하이 YMCA 운동을 통해 민주적 훈련을 실시하고 기독교 평신도운동 지도력을 키웠다. 그것이 훗날 YMCA 지도력을 양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사회개발단운동 등을 통해 다른 기독교운동들이 사회 현장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새로운 사회는 시민 모두의 힘으로’를 슬로건으로 시민운동을 실험했고,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검증한 이후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 많은 단체들이 창립됐다. 시민사회운동이 보편적으로 자리잡도록 YMCA가 역할을 했다. 

이제 YMCA는 시민운동이 놓치고 있는 정신적 영역을 신앙의 눈으로 살피고자 한다. 다시금 한국 시민사회의 정신적 발전소가 돼, 기독교계 시민사회 역할을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사는 기독 청년들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 시대 청년들이라면, 시대에 순응하고 적응하라고 강요하는 메시지를 거부하고,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사는지 살펴보는 안목을 길러내고 성찰해야 한다. 특별히 크리스천 청년들은 청년 예수가 당 시대 억압적 상황에서 좁은 길을 선택해 책임있게 살려고 했던 것을 배우고 추구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앙적 자각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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