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신앙의 회복으로 ‘삶’을 통해 복음 전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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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신앙의 회복으로 ‘삶’을 통해 복음 전할 수 있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8.25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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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위기 극복을 위해 낮아짐과 섬김, 순종의 자세로 나아가야

‘그리스도는 좋지만, 그리스도인은 싫다.’
한국 교회를 둘러싼 맹렬한 대중들의 비판은 그리스도를 닮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한동안 종교인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한국 사회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종교적 이념을 넘어서 소탈한 모습으로 고통 받는 이웃을 돌아보며 낮은 자리로 향했던 그의 행보는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별한 일을 행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기본’을 지키는 것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그에게 커다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로부터 큰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 교회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는 무엇일까. 복음의 승리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 그리스도를 닮지 않는 그리스도인이 되어버린 이 때 한국 교회는 ‘공적신앙’의 회복을 통해 기독교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믿음, 삶으로 드러나야

기독교는 공공의 영역에서 인간 삶의 번영이라는 공동선을 실현해야 하는 예언자적 종교로서의 사명을 안고 있다. 이를 위해 기독교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도 복음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강조된다.

손봉호 석좌교수(고신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것은 무슨 기발한 것이 아니라 종교가 이제까지 가르쳐왔고 마땅히 실천해야 할 것들이었다”며 “그런데 그가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신앙과 임무에 철저하고 진실하게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 지도자들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 손 교수는 “사실 교황의 이번 행보로부터 직접 배우고 가장 많이 깨달아야 할 사람은 종교 지도자들”이라며, “그처럼 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말씀의 가르침에 순종해야 한다”며 “돈, 권력, 인기 같은 세속적인 이익을 떠나 낮아지고 검소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기독교의 공적신앙에 대해 설파한 책 ‘광장에 선 기독교’의 저자 미로슬라브 볼프는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신앙은 우리로 하여금 옳고 탁월한 일을 분별하게 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했다.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일터의 도덕적인 영역 밖으로 하나님을 제한한다. 물론 이들도 하나님이 영혼을 구원하고 도덕적인 방향을 지시해 주며, 일을 더 잘하게 돕고 상처를 치유하신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서 직면하는 도덕적인 결정에서 하나님은 철저히 배제된다는 것.

볼프는 “하나님을 우리의 삶 전체를 견인하도록 하지 않고 삶의 특정 영역으로 제한한다면 예언자적 신앙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데 실패하는 것이며, 예언자적 신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나태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복음은 삶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좌우할만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복음

복음에는 실천적인 능력이 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삶은 그리스도인이 따라야할 거룩한 표본이다. 만물의 창조주가 가장 낮은 곳인 세상에 찾아와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비참한 십자가를 지고 간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삶도 가장 ‘낮은 곳’을 향해야 한다.

성경에 나오는 참된 ‘복음’과 ‘교회’의 의미에 대해 김회권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는 “사회적 약자들을 초청하는 구원 잔치를 주도하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사회적 배제를 당하고 삶의 존엄성을 파괴당한 이들을 끌어안고 그 운명을 하나님께 도고하고 아뢰는 교회가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지체가 된 교회의 모습이라는 것.

김 교수는 한국 교회가 나가야할 길로 “연약한 자들, 굶주린 자들, 헐벗은 자들을 영접하고 환대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기관이 바로 교회가 되어야 한다”며, “소외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이들 가운데서 나라와 문명을 새롭게 창조할 인재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1일 백주년기념교회에서 열린 ‘개혁과 부흥 컨퍼런스’에서 신준호 박사(전 연세대 연구교수)는 믿음이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삶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믿음이 참된 믿음이며, 그의 아픔에 실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사회 윤리적 삶”이라며 “이 시대적 맥락에서 ‘하나님의 아픔’에 대한 계시를 바라본다면, 우리를 내세로 인도하는 윤리는 ‘자본주의 폭력에 저항하는 사회 윤리’이며, 불의한 자본을 거부하는 무소유의 윤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말뿐인 자기 확신과 믿음은 부유한 제사장과 장로들의 종교적 가르침에 불과하다”며 그리스도인의 희생적 삶과 타자와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내려놓음’의 자세를 강조했다.

#궁극적인 목표 … 십자가 정신의 회복


종교개혁의 후예임에도 바로 그 종교개혁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의 행태에 빠져 다시 개혁의 표적이 된 아이러니 속에서 한국 교회는 지금 공적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라는 개혁교회의 모토처럼 지속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는 것.

서창원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는 “실제로 종교개혁의 유산을 한국 교회가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황 신드롬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라며, “한국 교회가 사람들의 요구가 아닌 하나님이 들려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종교개혁자들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을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거짓된 가르침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 교회가 무엇보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십자가를 통한 복음의 가르침이 ‘기본’이라고 설명한 서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이 제대로 전달되면 그리스도인의 삶은 당연히 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떠한 윤리와 도덕적 가르침이 아닌, 십자가 복음을 통해서만 개인의 심령이 변화될수 있다는 것.

끝으로 그는 “한국 교회가 헤게모니의 싸움에 빠지지 않고 서로를 겸손히 섬겨서 담임목사의 교회가 아닌, 주님의 ‘보편적 교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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