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침략은 하나님의 채찍 아닌 악행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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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침략은 하나님의 채찍 아닌 악행의 산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8.2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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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나비·개혁연대 ‘하나님의 뜻, 현실 순응주의? 신앙적 역사해석?’ 맞짱토론

‘하나님의 뜻’ 발언에 대한 논란은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로 누그러졌지만 한국 교회에는 깊은 신앙적 성찰의 과제를 남겼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신앙 언어가 큰 사회적 파장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개신교계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요구됐다.

이에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대표:김영한 박사, 이하 샬롬나비)과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방인성 목사, 이하 개혁연대)는 일명 ‘문창극 사태’를 통해 일어난 하나님의 뜻 논란을 ‘현실 순응주의인가. 신앙적 역사해석인가’를 주제로 특별대담을 열었다.

▲ 샬롬나비와 개혁연대는 ‘하나님의 뜻 현실 순응주의인가. 신앙적 역사해석인가’를 주제로 특별대담을 지난 21일 백주년기념교회에서 열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창극 후보의 발언을 ‘신앙적 민족사관’이라고 두둔한 샬롬나비 측과 하나님의 뜻에 대한 성경적·신학적 오해라는 입장에서 개혁연대가 상반된 시각에서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 교회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화의 필요성과 신앙언어의 공공성 확보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악에 의한 고난의 역사를 하나님의 징벌로 해석할 것이냐, 죄의 본성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학적 이견을 드러냈다.  

먼저 개혁연대 입장에서 오세택 목사(두레교회)는 “하나님의 뜻은 역사 그 자체이며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을 통해 명명백백히 드러난다”며 “모든 인간이 복을 받고 생계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하길 바라는 하나님의 뜻은 율법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담의 범죄로 인간은 하나님을 등지며 존재론적인 결핍, 자기 욕망에 빠져 ‘억압’이라는 고통의 역사를 만들었다. 오 목사는 “모세의 율법이 바로 하나님의 뜻이지만 그 누구도 이를 온전히 실천할 수는 없다”며,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인간 본성이 가진 죄의 의미를 역설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 목사는 “일제의 침략은 하나님의 채찍이라기보다 일제의 ‘야욕’과 ‘악행’에 따른 수탈의 역사로 해석해야 한다”며 “하나님을 떠나면 그 자체가 심판이며, 양육강식, 우승열패의 승자독식밖에는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인성 대표(개혁연대)도 “모든 고난을 징벌로 볼 수는 없다”며 “일제강점기를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의한 심판이라고 보는 것은 심각한 신학적 신앙적 오류이며 악을 합리화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누구든 정의로운 길을 가게 되면 악이 지배하는 세상에 고난 받게 돼 있다. 하나님의 뜻으로 사람이 악을 행하는 것을 내버려 두셨다는 것으로 봐야지, 하나님이 직접 고난과 악을 사용하신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서충원 사무총장(샬롬나비)은 일제강점기를 ‘하나님의 징벌’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 역사에 빗대어 설명했다.

서 사무총장은 “당시 사회구조적 문제가 많았던 우리 민족의 시대상황에 하나님은 일제라는 ‘몽둥이’로 이를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며, “이스라엘은 바벨론을 통해 심판하듯 하나님은 우리 민족을 일본이라는 ‘악한 도구’를 사용해 징벌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하나님의 뜻’은 열방의 주권을 가진 하나님이 악한 것을 도구로 사용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선이 온 세계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고난과 시련의 역사 속에 우리를 연단시키셨고 축복으로 교회를 허락하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하나님의 징벌로 단순화 할 수 있는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문창극 씨의 발언을 ‘신앙적 민족사관’이라고 두둔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여러차례 발표한 샬롬나비 측의 입장을 포괄하기에도 아쉬움이 남는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 방인성 대표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우리 민족이 경제적·문화적으로 나아졌기에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심각한 신학적 신앙적 오류”라며 번영신학적 관점에서 하나님의 뜻을 해석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요청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양측 모두 공감한 것은 신앙 언어의 공공성 회복이다. 그동안 너무나도 ‘쉽게’ 하나님의 뜻을 말했던 신앙고백에 한국 교회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

서 사무총장은 “보수진영의 지도자들이 개인주의적이고 내면적인 경건을 강조하면서 사회구조나 의식, 공동체적 문제에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울러 보수적 신앙이 가진 ‘진심’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권문향 교수(웨스트민스터대학교)는 “‘하나님의 뜻’에 부분은 해석에 있어 신학적 이중성이 있다”며, “이번 문창극 씨의 발언은 당시 관리들의 폭정, 가렴주구의 학대를 겪는 시대 속에서 기독교가 민족을 근본적으로 해방시켰다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온 오해”라고 항변했다.

또한 그는 “이는 “하나님이 때로는 대적을 사용해 우리를 꾸짖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40년 이야기가 우리 민족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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