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동 날라리’였던 아이, 인기 ‘강사님’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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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 날라리’였던 아이, 인기 ‘강사님’이 되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4.08.1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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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레크리에이션을 접목한 박상현 MC

뜨겁던 여름 수련회의 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련회라 그 감흥이 연례행사처럼 무뎌질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그 수련회에서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레크리에이션 사회자로 시작해 각종 사회 MC에서 이제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달하는 ‘교수’로까지, 끊임없이 발전하는 박상현 씨(010-3784-8160)가 바로 그 주인공.

지금으로부터 약 24년 전 쯤 무더운 7월의 여름밤이었다. 중고등부 여름수련회 저녁집회에서 하나님을 만나 뒤집어지기 전까지, 그는, 심지어 교회 친구들에게조차, ‘날라리’라 불렸던 아이였다. 지금도 인터넷의 모 일간지 검색창에 ‘돌산파’를 치면 이런 기사가 뜬다. ‘중학생 22명 폭력서클 조직, 동급생 집단 추행•금품갈취.’ 사실, 이 정도까지 ‘악당’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때 중학생 박상현은 방황하고 있었다.

‘돌산파’ 폭력단으로 유치장까지
“사실 전 춤추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 학교에서 제일 춤을 잘춘다고 유명했지요. 그런데 안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다 보니 중1 때부터 같이 담배 피고 술 먹고 나쁜 짓에 어울리게 된 거죠. 그러다가 그 ‘사건’이 터졌어요.”

한 달 있으면 고입 시험을 봐야 할 1989년 11월 말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다가 느닷없이 형사들에게 체포당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30여 명 되는 친구들이 함께 경찰서로 끌려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명 ‘돌’이라고 불리던 자퇴한 친구 하나가 형사에게 붙잡혀 심문을 당했다. 형사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너랑 함께 놀던 친구들 좀 말해라’고 해놓고는 그 친구들을 모두 조직폭력단으로 엮은 것이었다.

“왜 잡혔는지도 모르면서 끌려갔죠. 갔더니 체육관에 전부 앉혀놓고 범죄 사실을 실토하라는 거예요. 저같은 경우는 1,100원 갈취한 게 전부거든요. 우리끼리 재미삼아 회장, 부회장 만들고, 무슨 공격대, 수비대, 무기대, 이런 것을 만들었을 뿐이지, 실제로 그렇게 한번도 싸운 적은 없어요. 그런데 그게 다 진짜 한국의 야쿠자, 피로 혈서를 썼다, 이렇게 부풀려진 거예요. 저는 며칠 있다가 풀려 나왔는데요, 중요한 건, 그때 하나님을 만나면서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거예요.”

처음엔 얼떨떨했다. 무서운 걸 몰랐다. 유치장에 들어가자 덜컥 겁이 났다. 거긴 진짜 조직 폭력배같이 살벌하게 생긴 아저씨들이 있었다. 그때 교회에서 유치장으로 찾아와 예배를 드려줬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에 잠깐 교회 다녔던 기억 때문일까, 코너에 몰린 그는 무서움 때문에 하나님을 찾았다. 기도 덕분인지 일주일 만에 훈방 조치됐다.

“그때부터 교회에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무슨 믿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90년 2월 4일날 교회를 처음 나갔죠. 나중에 들으니, 교회 아이들이 제가 교회 나오는 걸 싫어했대요. 제가 날라리라고요, 무섭다고요.”

그해 여름수련회를 잊을 수 없다. 처음엔 삐딱했다. 수련회 핸드북의 일정표를 보니 그날 저녁에 기도회가 있었다. 일정표 옆엔 성경책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림이 있었다. 저녁 먹다가 그는 친구에게 물었다. “야, 이따가 기도하다가 이렇게 우는 거야? 이런 미친 짓을 왜 하니? 조용히 기도하면 되지, 이렇게 울면서 기도해야 되냐?”

은혜 받으니 쉽게 끊어지더라
“그런데 기도회 하다가 목사님이 죄를 고백하래요. 처음엔 가만히 있었는데 옆 친구 기도를 들으니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지 못했다’며 아주 순수한 죄를 말하더라고요. 저도 뭔가 해야겠다 싶어 차원이 다른 회개를 했죠. 담배 피고 친구 폭행 사건에 연루된 죄 등등. 기도시간이 끝나서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찬송가가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눈이 잘 안떠지는 거예요. 겨우 뜨고 보니 제 몸과 바닥의 성경책이 물바다가 됐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운 거예요. 몇 시간 전에 정신병자 같다고 했던 제가 그렇게 기도한 거예요.”

그이후로 두 가지를 끊었다. 담배와 욕. ‘너무 큰 은혜를 받다보니 너무 쉽게’ 담배가 끊어졌다. 그전까지는 말의 70%가 욕이었는데, 더 이상 욕이 입 안에서 굴려지지 않았다. 무엇을 할 때마다 스크린처럼 이런 자막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하나님이 이걸 좋아하실까?’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자 선생님은 ‘너 태도가 확 바뀌었다’고 놀라워했다. 학교에 30분 일찍 가서 교정에서 큐티하고 들어가고, 네비게이토 성경암송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60구절을 달달 외웠다. 기도의 힘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가족들도 그의 변화를 응원했다. 훗날 잠시 교회를 나가지 않았을 때에는 교회도 안 다니셨던 부모님이 왜 교회 안 가냐고 성화를 부릴 정도였다.

“서울공고를 졸업하고 기계설비 쪽으로 전문대학을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갔더니 적성에 안맞더라고요. 군대를 갔다 오고 휴학을 반복하면서 고민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는 거예요. 때로는 하나님께 왜 저를 여기 보냈느냐고 하늘에 주먹질도 했죠. 그 학교 시험 봤을 땐 제발 붙게 해달라고 기도해 놓고는요. 아무래도 안되겠더라고요.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나의 일이 뭘까. 그래서 하나님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기도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정말 목숨 걸고 기도했어요. 제게 주신 달란트가 뭐냐고요. 제 진로를 가르쳐달라고요.”

얍복강가의 야곱처럼 몸부림을 치며 기도하던 그에게 어느 순간 ‘레크리에이션’이란 단어가 뜬금없이 떠올랐다. 그전까지 전혀 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고, 주변에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도 없던 일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 뭐지?’ 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때까지의 고통이 썰물 빠지듯 사라졌다. 평안함이 밀물처럼 들어찼다. 응답이었다.

레크리에이션으로 인도해주신 하나님
“하나님이 진로를 열어주시니까, 휴학할 때에도 그렇게 화를 내셨던 부모님이 자퇴한다는데 의외로 순순히 이해해주시더라고요. 대신 물질적인 지원은 없다고 하셨는데, 또 하나님이 인도해주시니까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그때 우연찮게 보수가 좋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고요, 또 원래 안된다고 통보를 받았던 등록금 일부가 나중에 반환되어 돈이 모아졌는데 모두 175만 원이었어요. 그게 제가 레크리에이션 배우는데 필요한 딱 그 액수인 거예요.”

IMF가 터지고 당시 ‘씨랜드화재사건’ 때문에 모든 이벤트 행사가 중단되자 그는 당장 취업할 길이 끊어졌다. 밑바닥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다. 거리 행사에서 일하기 위해 외발 자전거와 키다리 피에로를 배우고 마임, 표정, 풍선 불기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답답해졌다. 레크리에이션 전문가가 되겠다고 시작했는데 길바닥에서 벌써 3년이었다. 하나님께 원망도 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현장에서 쌓았던 실력들이 나중에 MC로서 얼마나 요긴하게 쓰였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 당시 청년부 목사님이 단기선교를 나가자고 하셨어요. 저는 하루 쉬면 일당을 못벌어서 안된다고 했는데, 목사님이 그 재능을 누가 주셨느냐고 묻자 제가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필리핀 단기선교를 갔는데, 그때 많은 은혜를 받았어요. 말이 안통해도, 제가 키다리 피에로를 하고 그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주며 사랑의 마임을 하니까 감정이 통하더라고요.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복음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봤어요. 어느 것 하나 쓸데없는 재능이 없구나, 깨달았죠. 하나님께서 적재적소에 다 쓰시더라고요.”

현재 고려대에서 사회체육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이 일이 너무 행복하다. 요즘엔 MC보다 서울시 교육연수원 강사로, 수원여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일반 기업체의 강사로 더 바쁘다. 레크리에이션을 교육 방법의 매개로써 활용하는 ‘교육 레크리에이션 교수법’이 그의 전공이다.

요즘 가끔 SNS 등을 통해 중학교 동창들과 소식을 전하다 보면 친구들이 그의 요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네가 그때 그 날라리 맞어?’ ‘그 쌩 날라리가 지금 강의하러 다니는 교수라고?’ 이런 반응이다. 그럴 때면 그는 우아하게 이런 멘트를 날려주고 싶다. “왜, 믿기지 않아? 너도 하나님을 만나봐, 인생이 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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