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不信) 바이러스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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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不信) 바이러스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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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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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 / 예따람 예배공동체

1976년 아프리카 중부 콩고공화국에서 치사율이 90%가 넘는 정체불명의 괴질이 발생했다. 콩고 북부 에볼라 강(江)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해서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 세계가 에볼라 바이러스로 떨고 있다. WHO는 지난 40년래 최악의 전염병이라 하며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도록 취한 조처이다. 현재 에볼라는 백신이 없다. 그러나 곧 백신은 등장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사망자의 수로 본다면 중세의 유럽에서 유행했던 페스트가 가장 규모가 큰 재앙이었다. 흑사병(黑死病)이라 불린 이 병은 1347년에서 1351년, 약 3년 동안 유럽 인구의 1/3인 2,500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쥐벼룩에 의해 전파되는 옐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라는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공포의 전염병이었다. 유럽을 휩쓴 페스트는 봉건체제를 무너뜨렸고, 기독교의 영향력을 상실하게 했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시작하는데 영향을 준 전염병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역(紅疫)이 조선시대에 가장 무서웠던 질병이었다. 환자의 20%가 사망했었다. 민가에서는 ‘마마’라 불렀다. ‘마마’는 왕족에게 붙이는 존칭어인데 왜 ‘천연두(天然痘)’를 ‘마마’라 불렀을까? 마마신이 강림한 병이니, 마마처럼 숭배하고 존경해야 낫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사도 지내지 않을 정도로 두려워했던 질병이었다. 18세기 후반 영국의 제너가 암소(vacca)에서 백신(vaccine)을 발견하였는데, 1885년 지석영이 우두법을 대중화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사람만을 숙주(宿主)로 했기에 예방접종으로 근절할 수 있었다. 1979년의 일이다.

온 나라가 새로운 홍역을 앓고 있다. 이 병은 ‘불신(不信) 전염병’이다. 과거 우리를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했던 그 어떤 전염병보다 무섭다. 불신의 전염성이 너무나 크다. 세월호 침몰로 생긴 파도가 쓰나미처럼 온 나라에 퍼지는 신종 전염병이다. 지난 달 순천의 매실 밭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국과수는 100%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라 했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발표된 것인데, 여론조사에 의하면 57.7%가 믿지 못한다고 했다. “믿어요? 어떻게 믿어요? 믿지 못해요. 믿을 수 없어요.” 불신바이러스가 국민들 심령 깊숙이 똬리 틀고 있다. 불신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를 죽여가고 있다. 과학보다 떠도는 소문을 더 믿는 사회는 혼란스럽고 걱정된다.

세월호 이후, 뒤이은 사건, 사고들이 불신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데 부채질하고 있다. 군부대에서의 총기 사고, 윤일병의 죽음, 소녀들의 살인 등 끝없이 이어지는 뉴스에 국민은 몸서리치며 불신 전염병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어떻게 불신(不信)의 불(不)자를 떼어내어 신(信)을 살릴 수 있을까? 단순하고 명료한 방법이 있다. 불신바이러스가 창궐한 이유는 약속(約束)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속(約束),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지켜지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불신의 불(不)자는 떨어진다. 추락하는 헬기의 조종간을 놓지 않은 고 정성철 기장이나, 세월호가 침몰하는 그곳에서 의롭게 자리를 지킨 의사자들처럼, 약속 지킴 백신(vaccine)을 온 국민이 맞아야 한다.

“이 세상 어딘가엔 남이야 알든말든 착한 일 하는 사람 있는 걸 생각하라. 마음이 밝아진다. 이 세상 어딘가엔 청빈을 감수하고 덕행에 힘쓰는 이 있는 걸 생각하라. 마음이 씻기운다. 이 세상 어딘가엔 하늘을 예경하고 이웃을 돕는 사람 있는 걸 생각하라. 기뻐서 눈물난다.”

박희진 사, 한태근 곡의 ‘이 세상 어딘가엔’이란 노래가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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