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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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4.07.29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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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자 재활 돕는 ‘소망을나누는사람들’ 신용원 목사

▲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교육하고 있는 신용원 목사

마약보다 강력한 성령 체험만이 모든 중독 끊게 한다

“모든 중독은 성령 받으면 끝납니다.”

철없던 시절에 본드부터 시작했다. 환각제 성분을 가진 감기약을 구하다가 대마초까지 갔다. 더 큰 자극을 좇다가 필로폰에 절어 독한 삶을 살게 되었던 신용원 목사. 이제 그 자신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놀라운 체험을 한 뒤엔 이렇게 외치고 다닌다. 복음으로 안되는 게 어디 있냐고. 마약보다 강력한 체험은 성령 체험밖에 없다고.

신 목사는 현재 약물 중독자 및 출소자 치료자활 가족공동체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032-815-2555)을 이끌고 있다. 이곳은 마약 중독으로 방황하다 감옥에서 출소한 사람들이 안식할 수 있는 가족 같은 공동체다. 낮에는 자립하여 새 삶을 꾸릴 수 있도록 함께 수익사업을 하는 일터며 밤이면 마약 중독을 끊을 수 있도록 성령의 도움을 간구하는 집회가 매일 열리는 교회다.

‘뭐가 되도 될 놈’이었는데
신 목사는 이 공동체의 가장 역할을 한다. 가족의 따듯한 울타리를 세우고 목회자로서 먼저 경험한 성령 체험을 나눈다. 때로는 불쑥불쑥 드리워지는 괴로운 추억의 그늘 속에서 이들의 길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복음에 굴복하여 성령을 받기 전까지, 마약 외에는 그 헛헛했던 마음을 도무지 채울 길이 없었던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제가 고향 충청도 보은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학생회장도 했던 아이였어요. 그래서 홀로 저희를 키웠던 어머니는 온 기대를 제게 걸었죠.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저 보고 ‘저 놈은 뭐가 되도 될 놈’이라면서 도회지로 나가 공부시키라고 해서 부천으로 이사를 온 겁니다.”

‘뭐가 되도 될 놈’이라는 말은, 안타깝게도 처음엔 어둠의 세계에서 이뤄졌다. 씨름과 육상선수로 뛰던 좋은 체격과 활달한 성격 덕분에 그는 주변에 늘 친구들이 꼬였지만 가난한 가정 형편은 그의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를 만들어갔다. 마음 어두운 곳에서 또아리를 틀던 막연한 분노가 마침내 어느 날 터졌다.

“친구 집에 갔는데 그 친구 엄마가 그러는 거예요. ‘너는 왜 용원이처럼 가난하고 근본이 없는 애랑 어울리냐’면서 꾸중하는 걸 들었어요. 그때 늘 마음에 움츠리고 있던 게 터졌죠. 제가 왜 근본이 없냐고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을 뿐인데요. 공부도 제가 더 잘해서 가르쳐 주러 갔거든요.”

그때부터 방황이 시작됐다. 공부는 접었다. 아이들 때리고 부잣집 아이들 붙잡아 돈 빼앗고 가출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싸움에 소질이 있었는지, 부천의 아이였던 그는, 인근 인천과 서울 쪽의 학교로 싸움 원정까지 다녔다. ‘이 학교 짱 누구야? 나와!’ 이런 식이었다.

“사람 되라고 그랬는지, 둘째 매형이 군에 힘을 써서 저를 억지로 군대에 집어넣었어요. 저는 일부로 손가락을 자해해서 불명예 제대를 했죠. 그때가 82년경인데, 형들 따라다니며 폭력을 쓰다가 조계종 사건에 연루되어 수배를 당해 강원도 원주로 도망쳤습니다.”

수배자로서 타향살이를 전전하던 그의 유일한 위로는 약물이었다. 중독이 깊어질수록 환청과 환시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끊을 수 없었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천국 같은 기분에 젖게 해주는 건 마약뿐이었다, 오산리금식기도원으로 달아났다가 성령체험을 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기도원이 수배를 피하기에 적당한 곳이거든요. 또 어린 시절에 교회 다닌 추억도 있었고요. 자포자기한 심정이었죠. 그래서 죽으려고 낮에 철물점에서 다 준비해서 들어갔어요. 막상 삶을 놔버린다고 생각하니까 맘이 편하면서도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이 아련하게 스쳐가더라고요.”

▲ 교도소로 재소자 교육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마약쟁이라면 지긋지긋했지만
그때 어머니가 생각났다. 주일학교 다닐 적에 한 주일만 빠져도 밥을 굶기며 교회를 개근하게 했던 어머니. 마흔하나에 청상과부가 되어 그에게 온 기대를 걸었던 그 어머니. 늘 입버릇처럼 “용원이 너는 하나님 은혜 받아야 산다, 그래야 아편도 끊고 산다”고 하셨던 말씀도 떠올랐다. 기도인지 뭔지, 절규에 가까운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하늘을 보며 살려달라고 빌었죠. 울 엄마가 맨날 하나님은 살아 계시다는 데, 나에게 그걸 믿게 해주시면 평생 배신하지 않겠다고요. 그런데 정말 어마어마한 불덩어리가 몸 안에 쑥 들어오는 거예요. 방언이 뭔지도 모를 때였는데 방언을 제가 하고 있어요. 8시간이나 울다고 웃다가 하며 뒹굴었어요. 아침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걸 보는데 그게 그렇게 아름다운 거예요. 그때부터 거짓말처럼 마약이 끊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래요. 믿음은 저절로 믿어지는거다. 믿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다.”

받은 은혜가 너무 컸다. 복음을 하루라도 전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부침개를 부쳐서 약수터 등지를 돌아다니며 예수 믿으라고 무작정 전도를 시작했다. 복음을 전할수록 큰 체험에 비해 빈곤한 성경 지식이 견딜 수 없었다. 하나님이 궁금해서 들어간 신학교에서 그는 소명을 받았다.

“처음엔 저처럼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해 사역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금식기도 중에 환상을 보는 영적 체험 속에서 교도소를 보게 되었는데요, 금식 끝나고 내려오니 마약 관련 기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하나님이 제게 주신 소명을 그때 깨달았죠. 사실 마약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마약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고 마약쟁이라면 지긋지긋한 제가 왜 마약 사역을 하고 싶었겠어요. 그래서 하나님이 제가 거부하지 못하도록 특별한 영적 체험을 주신 것 같아요.”

그는 많은 이들이 마약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마약은 단순히 심리적, 정신의학적인 치료 접근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영적 문제라는 것이다. 당연히 치료 역시 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중독자를 위한 일반적인 프로그램으로 마약을 일시 중단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치유되지는 않는다. 마약처럼 강력한 체험은 없는데, 바로 이것이 말세에 악한 영이 부리는 영적 현상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래도 예배의 자리만은 지켜다오
“언젠가 교계 마약 관련 모임에서 사회자가 그러더군요. 기존 교회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해서 마약 관련 사역을 못하지 않느냐고요. 그것은 현재적인 복음의 능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겁니다. 복음이면 안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복음의 능력으로 안되는 게 어디 있느냐고요! 그렇다면 복음으로 치유된 저는 뭐고, 저의 공동체에서 치유되어 목사가 되고, 건실한 직장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뭐냐고요? 전문성을 따진다면 스스로 복음을 부정하는 겁니다.”

가슴으로 뜨겁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그의 공동체에서 성령 체험을 통해 치유된 사례가 적지 않다. 마약을 끊고 새 삶을 꾸려 그가 주례 선 사람들이 숱하다. 현재 한국에서 마약과 관련해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여기서 회복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15년째 교도소를 들락날락 거리던 친구도 과거를 끊고 지금 여기서 그를 도와 일하고 있다. 물론, 인생이란 그렇게 동화처럼 간단하고 예쁘지만은 않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별의 별 험한 꼴도 다 당해봤죠. 교회 성물을 들어다 팔아서 약을 사먹고, 헌금통을 뒤져 약을 사먹는 인간들도 있고요, 아무렇지도 않게요. 마약 중독이 되면 의식구조가 정상적인 사람들과 달라지거든요. 그래도 저는 약을 했던 뭐를 했던, 매일 예배의 자리에는 나와 앉아있으라고 하죠. 성령이 그 심령을 간섭하지 않으면 전 할게 없어요. 전 참고 기다리는 거죠.”

이 사역을 하면서 교회 집세 다 까먹고 집과 가전제품 등을 경매 당하고 신용불량자까지 되는 고초를 겪었지만, 답답해서 밤이면 옥상에 올라가 캄캄한 하늘을 향해 눈물의 기도를 드리지 않은 날이 적지 않지만, 그는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마약중독자들을 수용해서 완전 치료해주는 센터를 세우는 일이다. 그 길이 고단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그만큼, 지독한 수렁에서 그가 만난 하나님이, 그 성령의 은혜가 너무 크고 위대하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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