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그런 일이 있은 후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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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그런 일이 있은 후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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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2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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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은 여호와시니라”(잠16:9).

그녀는 두 가지 일에 실패했다. 현실을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며 살아왔지만 참담하게 실패했다. 다시 현실을 포기하려고 시도했지만 그것마저 실패했다. 그녀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몸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 그녀가 한 체험은 기적이란 말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었다. 또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그녀가 생명을 구해준 안내자에게 고맙다는 작별인사를 하려는 순간, 조금 전까지 동행하던 안내자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서있던 자리에서 눈부신 빛이 하늘을 향해서 솟아오르면서 순식간에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불가사의한 것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나를 안내하였던 분이 사람이 아닌 천사란 말인가? 모래더미 속에서 바람을 일으켜 그녀를 살려낸 것이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눈을 뜨는 순간 자신이 지렁이도, 나비도 아닌 사람이란 사실이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모든 존재가 기적이 만든 현실처럼 느껴졌다. 예전의 모든 사고는 다 사라졌다. 후회, 원망, 좌절같은 것은 더이상 그녀의 마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런 체험을 한 이후에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녀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위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김은영은 ‘오빠 위독’이란 전보를 받고 서울에서 출발한지 15시간 만에 마다가스카에 도착했다. 그녀의 눈에는 모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다. 안내원의 말로는 섬이 너무나 넓기 때문에 4계절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하였다. 꿈과 같은 현실이 존재하는 섬, 신이 머무는 것 같으나 신이 침묵하고 있는 듯한 섬, 모든 것이 행복해 보지만 모든 것이 불행으로 감싸인 섬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여기에 오게 된 것은 신의 부름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김훈섭은 마다가스카 서 동남쪽 인도양 해변 남회귀선이 지나는 지역 근처 파라판가나 시로부터 떠러진 브리카빌 마을 근처에서 3년 전부터 정착해 약 45만 평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낮은 지역에는 논으로 개간해 쌀을 경작하였고 능선지역에는 주거환경시설을 만들었다. 경사진 곳에는 계단식 밭을 만들어 곡물을 재배했고 일부 지역은 오렌지, 파파야, 망고, 리치 등 열대과일나무를 가꾸고 있었다.
그는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이곳에서 시작하여 주민이 자립하도록 돕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우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7일 전 케이프타운 남단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판타지아의 영향으로 폭우가 하루 종일 마을을 휩쓸었다. 마을 사람들이 발열, 구토, 설사 등 질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김훈섭은 며칠째 전율, 발열, 발한과 해열을 반복하였다. 그는 자신이 어떤 병에 걸린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마을 사람들도 비슷한 증세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한 번 마을에 전염병이 돌고 지나가면 환자 절반 이상이 생명을 잃고 마는 일이 다반사였다.

김은영이 현지에 도착한지 3일이 지났다. 김훈섭의 증상은 아직도 호전되지 않고 있었다.

“은영아, 부탁이 하나 있다. 내가 못한 일을 네가 맡아주기 바란다.”
“오빠, 왜 그래요?”
“사람의 장래를 알 수가 없지 않니?”

마을 환자 중 몇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그녀가 한국을 출발할 때 준비해온 약품은 거의 남은 것이 없었다. 그가 환자들 앞에서 할 일이란 그들을 위해 기적이 나타나기만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었다.

“하나님, 저의 오빠와 이 마을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울부짖었다.

선린은 오전 9시에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후 오후 11시에야 마다가스카 공항에 도착했다. 그에게 외국여행은 평생 처음이었다. 공항 출입국 심사 직원들이 그의 소지품을 검사했다. 선린은 서울을 출발할 때 구명신경외과 장지원 원장으로부터 댕기열, 황열, 코레라, 말라리아 등 환자를 위한 치료약을 지원받아 휴대한 것이 적발된 이유였다. 공항 직원들이 선린을 장사치로 오인한 때문이었다. 선린은 통역자를 통해서 그가 마다가스카에 온 목적과 만나야 할 사람의 신원을 말했다. 선린이 김훈섭 선교사에 대한 말을 하자 한 직원이 놀라며 곧바로 조사 태도가 달라졌다. 아마도 김훈섭이란 이름이 이미 공항 직원들에게까지 알려진 것 같았다. 공항출입국사무소 직원의 친절로 그를 안내해줄 사람도 만났다. 그는 마다가스카 최북단에 소재한 안차라나 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공항에서 관광안내원 일을 하고 있는 25세의 프란시아란 청년이었다.

선린과 프란시아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공항에서 마다가스카 남부 도시 피아나난초아시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에 탑승했다. 선린의 옆좌석에 앉은 프란시아는 서툰 영어로 자기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 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선린 일행은 5시간 걸려 1차 목적지에 도착했다. 선린은 최종 목적지인 파라황가나시를 가기 위해 소형 찝차를 대여했다. 프란시아는 찝차의 핸들을 잡고 운전하면서 지나는 곳마다 설명하기에 분주했다.

선린은 시야에 비치는 것은 동화에서 나타나는 그림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상과 현실이 존재하는 땅임을 실감했다. 선린은 찝차가 황톳길을 질주하면 지나갈 때 주위에는 서있는 거대한 바오밥나무의 웅장함과 기이함에 놀랐다. 간혹 이상한 원숭이가 수풀 속에서 튀어나오기도 하였다. 프란시아는 그게 여우원숭이라고 선린에게 알려주었다.

선린 일행은 도로가 끝난 곳에서 차를 세워놓고 도보로 마을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

2시간여 지난 후 선린 일행은 한 마을에 도착했다. 사람의 기척이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개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처럼 보였다.

프란시아가 주인을 불렀다.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선린은 방문을 노크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선린은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이상한 악취가 풍겨왔다.

농부인 듯한 사람이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눈은 아직도 감겨지지 않고 있었다. 그의 두주먹은 화가 난 사람처럼 불끈 쥐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무엇인가 저항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했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한 곳, 그의 부인인 듯한 여인과 그 여인이 가슴에 안고 있는 딸을 주시하고 있었다. 선린은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렇게 하였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사람의 마지막 순간에 짓는 표정이 그 사람의 현실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부인과 딸의 죽음에 항거하는 젊은이의 모습과 딸의 죽음을 끝까지 지키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프란시아는 그 집 부엌에서 밥을 짓다가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보고 기겁을 하면서 뛰쳐나왔다.

“선생님, 빨리 나오세요!”
그는 선린을 향해서 소리쳤다.

“우리 여기서 떠나야 해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선린은 그가 떠난다면 안내료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선린은 찾아야 할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다고 프란시아를 겨우 설득했다. 선린 일행이 두 시간 여를 걷자 그들 앞에 놀라운 광경이 목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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