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위해 흘린 순교자의 피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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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위해 흘린 순교자의 피를 기억하라"
  • 승인 2003.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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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순교의 현장을 찾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기간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절제와
금욕의 시간을 갖는다.
사순절 묵상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찾은 곳이
바로 외국인 묘지와 용인 순교자 기념관.
이 작은 이방의 나라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외국인 선교사들과
박해를 무릅쓰고 신앙을 지켜낸 우리 선조들의
기독교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곳이다.
따스한 봄볕을 받아 담벼락을 타고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새들의 지저귐이 때론 소란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고요함. 이 속에 쑥캐는 엄마 주위를 뛰어다니며 노란 모자를 눌러쓴 어린 아이의 웃음소리. 완연한 봄기운을 전해주는 풍경이다.

밤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었던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서울외국인묘지공원’의 모습이다.

묘지공원을 막 들어서면 웅장함과 함께 품위를 갖춘 서울외국인연합교회가 한 눈에 들어온다. 1885년 설립된 연합교회는 현재 매 주일 오전 9시30분에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대부분 호주 캐나다 미국 출신의 외국인선교사, 외국 신학교 교사, 외교관, 사업가, 기술자 등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특히 너무나 잘 알려진 언더우드선교사 4세인 호레스 H. 언더우드(61)와 부인인 낸시 언더우드가 이 교회에서 아직도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를 빠져나와 언덕을 따라 20m가량 올라가니 즐비하게 늘어 서 있는 많은 비석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곳 외국인묘지공원에는 5백17기의 무덤이 있는데 이 중 3백여 기의 무덤이 한국에 복음을 전하며 충성한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묻혀 있다고 한다.

비석을 하나하나씩 지날 때마다 뜨거운 열정과 가슴을 치는 기도로 힘겹게 복음을 전하며 죽어갔던 선교사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이런 마음은 기독인들이면 모두가 똑같은 것일까? 언더우드 비석 앞에서 잠시 고개숙여 기도하던 한 부부는 기도가 끝나자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도영원목사(42·안산시민교회)와 박미애사모(38) 부부는 멀리 경기도 안산에서 교회 전도팀의 묘지공원 방문에 앞서 답사차 이곳을 찾은 것.

도목사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고귀한 피값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분들이 묻혀 있는 이곳의 관리에는 모두 소홀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사모 또한 “한국에 복음을 전한 가족들이 한 데 묻힌 것을 보니 마음이 뜨거워졌다”며 “많은 기독인들이 이분들의 뜻을 되새긴다면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외국인묘지공원을 53년 동안 지켜온 이강필 관리소장(67) 또한 공원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소장은 “이 곳을 아름다운 성지로 만드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라며 “현재 연 700만원의 예산은 묘지공원 관리 및 운영에 턱업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교회의 많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외국인묘지공원은 한국에 복음을 전해준 초대 선교사와 조국근대화에 헌신한 구미 각국의 저명인사들의 선교정신과 숭고한 희생 봉사 업적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후세에 전승시키기 위해 지난 1986년 9월 완공됐다.

가장 먼저 묻힌 의료선교사 헤론을 비롯해 언더우드, 아펜젤러, 베델, 스크랜튼, 홀, 벙커, 헐버트, 게일, 쇼 등의 묘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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