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은 교훈 얻는 것…신앙언어의 공공성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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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은 교훈 얻는 것…신앙언어의 공공성 회복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7.2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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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긴급포럼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사태로 본 한국 교회와 신학’

민족적 고난과 수난의 역사를 단순히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최근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일제강점기에 대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후보자에서 낙마하는 등 기독교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통용해온 신앙 언어들이 사회 속에서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이는 개신교의 특수한 신앙 언어와 표현에 대한 사회적 공공성을 묻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 앞에 한국 교회 신학의 근본적 문제를 성찰하고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기독연구원(원장:김형원) 느헤미야 주최로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사태로 비추어 본 한국 교회와 신학’이라는 주제로 지난 25일 오후 7시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열린 긴급포럼에서다.

▲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사태로 비추어 본 한국 교회와 신학’을 주제로 지난 25일 100주년기념교회에서 긴급포럼을 열었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신학적 성찰 있어야

최근 일제의 식민지배, 남북 분단,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발언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명목 아래 명확한 반성이나 규명 없이 사건 자체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이날 조석민 연구위원은 모든 사건 자체를 하나님의 뜻으로 귀결시키기보다 사건을 통한 하나님이 계획과 교훈을 발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위원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가 빚어낸 사건을 너무 쉽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에 대해 무감각하게 하고, 법적·도덕적 책임의식을 회피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사건 모두를 하나님의 뜻으로 단순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참사는 어리석은 인간의 잘못으로 빚어진 참혹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다시는 이런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과 의무”라고 설명했다.

칼빈 신학에서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개념은 인간의 죄를 다스리기 위해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연단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고난을 하나님의 주권으로 돌리는 것은 성서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이어 신약성서를 통한 '하나님의 뜻'에 대한 의미를 살핀 조 위원은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의도, 계획, 생각, 교훈, 명령, 약속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을 아는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연경 위원은 “악은 악으로 남지만 하나님은 악한 행동을 선용하셔서 일하시는 분”이라며 “악을 용서하는 것과 악 자체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하는 것은 사건 배후에 놓인 하나님의 뜻을 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주 위원도 “일제 강점기가 하나님의 뜻이라면 당연히 모든 독립운동과 일제에 대한 저항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하게 된다”며 “무엇보다 이전의 불의를 고치고 기득권의 이익 도모가 아닌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 신앙언어의 공공성 회복해야

그렇다면 왜 기독교의 신앙 언어가 공공적 영역에서 충돌을 겪고 있는 것일까. 결국 이는 기독교 신앙의 공공성과 연관된 문제이며, '공적 신앙의 부재'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동춘 연구위원은 “그리스도인의 복음 논리, 즉 신앙언어는 세상 한복판에서 모든 이들의 공명(共鳴)을 불러오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것은 유벽한 곳에서만 아니라 도시의 광장에서 불려 져야 하고, 골목에서만이 아니라 시장에서, 문명과 문화의 중심에서 고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한국 교회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공론에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 “단지 미디어 환경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위상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한국 교회가 사회의 주류 집단으로 성장했으며 이와 함께 공공성은 도덕성의 몰락이라는 한국 교회의 현 위기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다는 것.

특히 그는 “최근 문창극 사태는 ‘공적 신앙’의 부재와 결핍의 단면을 고스란히 부여준 사건”이라며, “교회의 신앙언어들이 동시대의 사고방식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을 예방하려면 개신교 신앙언어가 공공성의 맥락에서 재구성 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즉 사회의 공동선과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종교로 자리매김해야 하며, 이에 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그는 “개신교의 믿음의 체계와 논리는 본래적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사회 속에 소통하는 신앙 메시지를 제시하면서 기독교 교회와 발전에 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경적 ‘사회윤리’로 돌아가자

김형원 원장은 이번 문제의 원인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기독교적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것에 있다”고 진단했다. 반공주의와 경제주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과도하게 강조하려다 정작 하나님이 인간사회의 기초로 주신 성경적 가치를 무시했다는 것.

그는 “기독교 사회윤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핵심 가치는 정의, 평화, 공평, 인권, 약자 보호, 생태와 같은 것들”이라며 “아무리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성경적 가치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세월호 사건 등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귀결 짓고 역사적 과오(過誤)에 대한 반성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성경적 원리나 신학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

김 원장은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교회의 모습으로 인해 오늘날 많은 젊은 세대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불신자들에게도 기독교에 대한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종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대안으로 그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적 기초를 버리고 성경적 사회윤리에 기초한 행동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한국 교회가 가진 힘을 이권을 위해서가 아닌, 세상의 약자들과 고통 받는 이를 섬기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그리스도가 성육신을 통해 낮아짐과 섬김의 정신의 본을 보인 것처럼 자기 뼈를 깎는 절제와 섬김의 삶이 지속될 때 이 땅의 기독교가 다시 일어서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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