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차기 총무 누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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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차기 총무 누가될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7.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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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실행위서 인선위원회 조직 결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신임 총무 선출을 위한 인선작업에 돌입했다.

교회협은 지난 24일 실행위원회에서 ‘총무 추천 인선위원회 구성의 건’을 통과시키고, 회원 교단 각 2명 씩 인선위원회를 구성한 후 오는 10월 열리는 실행위원회에 총무 후보 1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교회협 총무 임기는 4년으로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 헌장세칙 제24조 총무선거에 따르면 ‘총무는 실행위원회에서 구성한 인선위원회가 단수로 추천한 후보를 실행위원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거하며,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에 제청“하도록 되어 있다.

이날 교회협 실행위는 “가능한 교단장을 포함해 회원교회별로 2인의 인선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 교회협 회원 교단은 9개로, 총 18명의 인선위원이 활동하게 된다. 인선위원회는 통상 총회장과 총무로 구성되며, 총무 후보 공고를 거쳐 한 명의 후보를 실행위원회에 상정한다.

# 순번제 깨져 사실상 ‘경선구도’

교회협 총무는 단체의 ‘얼굴’이자 에큐메니칼 전체를 대변하는 중요한 자리다. 국내외 모든 사업을 관장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갖는다. 회원 교단장이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은 조직 구도에서 ‘총무’는 실질적인 교회협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에큐메니칼 교단으로써는 놓치기 싫은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과거 교회협은 연합기관이 지켜온 전통에 따라 통합-감리교-기장 등 3개 교단이 번갈아 가면서 총무를 추천하는 ‘순번제’를 채택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총무 선출 과정에서 예장 통합과 기하성이 관례를 깨고 후보를 추천하면서 경선이 시작됐다.

당시 3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인 끝에 기장 권오성 목사가 총무로 낙점됐으며, 지난 2010년에는 권오성 총무와 김영주 목사가 경선을 벌인 끝에 김영주 총무가 추천됐다.

경선을 치렀다고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순번 교단에서 총무를 배출해온 교회협이 이번에도 이 같은 관례를 적용할 경우, 예장 통합에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그러나 감리교와 기장, 성공회 등에서도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경선이 예상된다.

교회협 총무 자리를 두고 각 교단들이 고심하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현 총무인 김영주 목사가 거론되고 있다. 김영주 총무는 교회협 실무 경력과 WCC 총회를 앞두고 감리교 세계대회 경험 등을 앞세우며, 당시 재임이 가능했던 권오성 목사를 물리치고 총무에 선출됐다. 그러나 김 총무는 65세 정년제에 걸려 연임은 어려운 상황. 인선위원회가 공고를 낸 후에야 입후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에큐메니칼 교단 안팎에서는 “김영주 총무가 ‘정년’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재임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 통합의 가장 큰 적은 ‘통합’

교회협을 비롯한 에큐메니칼 기관은 법과 관례에 따라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연령에서는 입후보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교회협 회원교단 관계자에 따르면 김영주 총무는 현재 61세로, 입후보 조건에서 11개월이 모자란다. 즉, 재선이 된다고 해도 4년 임기를 채울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개월 간 끊임없이 ‘재임설’이 나온 것은 순번 교단에 해당되는 예장 통합에서 두드러진 ‘인물’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합에서는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후보는 현재 교회협 선교교육훈련원장을 맡고 있는 이근복 목사. 이근복 목사는 선교훈련원을 통해 교회 현장을 돌아다니며 인문학 강좌를 열고 학교와 교회를 연결하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등 에큐메니칼 저변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훈련원 예산도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등 모금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장 통합은 아직까지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실행위원회 직전까지 교단 총회장을 지낸 손달익 목사가 거론되기도 했으며, 세계선교협의회 부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인 목사도 교회협 최초의 여성 총무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손달익 목사의 경우, 직접적으로 출마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혀 손 목사의 총무 출마설은 해프닝으로 끝났고, 김경인 목사에 대해서는 여전한 여성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통합이 유력하게 꼽는 또 하나의 후보는 현직 사무총장인 이홍정 목사. 통합 측 한 관계자는 “국내외 경험이나 에큐메니칼 마인드로 볼 때, 우리 교단에서는 이홍정 목사가 적임자”라고 발언할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들이 떠도는 것 자체로 통합은 이미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개인주의와 당파 정치에 빠져, 사람을 키우기보다 흠집을 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것. 임기가 2년이나 남은 현직 사무총장을 교회협 후보로 운운하는 것은 결국 사무총장을 내몰기 위한 정치적인 발언들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통합 최대의 적은 결국 통합”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감리교 일각에서는 “통합 100명이 나서도 감리교 연회 목사 한 명을 이기기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통합은 연합 사업에 있어서 ‘내부분열’이 심한 교단으로 오명을 얻고 있다. “통합조차 통합을 찍지 않는다”는 조소 속에서 통합이 단일 후보를 내세워도 결국 표 대결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 대항마 없이 김 총무 독주하나?

인선위원회 표 대결에서 통합이 단일후보로 실행위원회에 추천된다고 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총무 선출은 실패로 돌아간다. 과거 총무 선출이 8~9개월 미뤄진 경험에 비추어 교회협은 헌장에 의거해 ‘총무 유고시 총무직무대행을 실행위원회에서’ 정할 수 있다.

선거전에 강한 감리교가 “관례는 없지만 법적 하자도 없다”며 김영주 총무를 감리교 단독 후보로 고집할 경우, 인선위원회나 실행위원회에서 감리교를 꺾을만한 결집력이 통합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결국 김영주 총무의 재임 가능성은 여러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항마’가 없다는 점에서 일단은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체감한 통합은 24일 실행위원회에서 “사회가 교회협의 인선과정을 주시할 것이다. 지도자의 덕과 약속을 주시하고 있다”며 인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통합이 언급한 ‘지도자의 덕과 약속’은 김영주 총무 초선 시절, “한 텀만 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통합 측 또 다른 실행위원은 “연합사업에서 독선적인 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지도력을 요구하는 때에 교단장과 인선위원들이 신중하게 총무를 뽑고 잡음이 일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영주 총무를 의식한 통합의 이 같은 발언은 교단장들의 심기만 건드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구세군 실행위원은 “교단장들이 껍데기냐”며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우려’부터 표하는 통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성공회와 기장, 기하성 등에서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 총무 후보로 나올 변수도 감지된다.

# 기하성 여의도 회원권 논란도

한편, 교회협 실행위에서는 인선위원회 구성에 있어 ‘기하성’의 정통성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당초 하나의 교단으로 가입했던 기하성은 교단의 분열로 현재 ‘서대문’과 ‘여의도’ 측 두 곳의 회원권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상황. 이날 김영주 총무는 “기하성은 연합회로 활동하고 있으므로 양 교단에서 한 명씩 인선위원을 추천해서 2명을 채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서대문 직전 총회장 박성배 목사는 “무엇이 법이냐. 법대로 하라”며 사회법을 통해 교단 정통성을 인정받은 자신들이 ‘회원 교단’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박성배 목사의 주장대로라면, 기하성은 함동근 현 총회장을 포함한 1인이 인선위원회에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여의도 총회 이영훈 목사의 위치가 모호해진다.

이영훈 목사는 기하성 분열 중에도 서대문 측의 동의하에 교회협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심지어 이영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찬조금과 각종 위원회 사업비로 1억 원에 이르는 재정을 후원하고 있어, 기하성 여의도 측의 배제가 불러올 파장도 상당한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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