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그런 일이 있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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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그런 일이 있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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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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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속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실이 아닌 것을 믿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인 것을 믿으려고 하지 않을 때다.” -쇠렌 키에르케고르

김은영은 25년 간 살면서 운명을 믿지 않았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만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람들의 행복이나 불행은 각자의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빠 김훈섭이 가진 신앙에 관해서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믿었던 곽진언으로부터 배신을 당하면서 그는 조울증이 심해졌고 몇 번이나 자살소동을 벌리기도 했다. 그녀가 친구들과 함께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그녀의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새벽 3시 척추에 심한 통증으로 그녀는 잠에서 깼다. 며칠 전부터 척추에 통증을 느꼈으나 여행 후 단순한 피로증세로만 생각하고 지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 해도 손발이 평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은 더욱 심해갔다. 온몸은 열이 나고 식은땀으로 범벅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머니!”
“얘야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요, 일어날 수가 없어요.”

그녀는 말을 하려고 해도 평소처럼 말할 수 없었다. 손발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119를 호출했다. YS병원 음급실로 호송되었다. 병원에서 그녀의 발병원인을 밝히기 위해 심전도, 초음파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그녀는 의식불명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채 있었다. 그녀가 응급실에 온 날로부터 5일째 되던 날 담당 의사가 진료소견을 그녀의 엄마에게 말했다.

“여러 가지 검사를 종합한 바에 의하면 대장균성 뇌막염으로 대뇌피질이 손상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우리 딸이 다시 살아날 수 있나요?”
“뇌의 손상 정도를 감안하면 기억, 감정, 언어, 시청각 능력을 상실하거나 때로는….”
“때로는 어떻게 됩니까?”
“때로는 사망하거나나 아니면….”
“아니면요?”
“아니면 식물인간으로 평생 살아야 할 지 모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연실색했다. 그토록 자살을 시도했던 딸이 이제는 불가항력적인 일로 인해서 죽음의 문턱에 서 있게 되었다.

“오오, 하나님 내 딸을 살려 주십시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께 딸을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다급한 심정으로 마다가스카에 있는 아들 김훈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쩐 일이세요, 어머니.”
“은영이가 지금 혼수상태다. 너의 기도가 필요하다!”
“자세히 말해보세요, 어머니.”
“은영이가 지금 뇌막염으로 의식불명상태로 병원에 있다.”

김은영의 어머니는 딸에게 발생한 일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다.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의 딸의 소생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는 길밖에 없었다. 다니던 교회에서는 김은영이 응급실로 호송된 후부터 중보기도가 시작되었다.

김은영이 병원에 호송된지 9일째 되는 날, 새벽 3시 그녀는 눈을 떴다. 그녀의 침대 곁에서는 그의 엄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를 지키고 있는 엄마를 바라볼 수 있게 되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그의 가슴 속에서 솟아 올라왔다.

“사랑해요, 엄마!”

그녀는 평소 “사랑한다”라는 말을 좀처럼 입밖에 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사춘기시절부터 사랑이란 것 때문에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말을 듣기도 싫어했고 스스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가?’는 물음의 답을 알지 못한 채 바다에 표류하는 하나의 가랑잎처럼 부유했다.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로 달려왔다. 담당 의사가 김은영의 눈 상태를 확인하며 진찰했다.

“말할 수 있어요.”
“허리 아파요?”
“아니요.”
“이런 일은 좀처럼 없는 일입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기적’이란 말 밖에는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은영의 어머니는 은영이를 위해 김훈섭과 교회의 식구들이 기도한 것이 응답받아 기적이 나타났다고 굳게 믿었다.

담당 의사는 앞으로 좋은 경우와 나쁜 경에 대하여 주의사항을 지키도록 당부했다.

“좋은 경우는 환자의 의식이 회복된 경우로 옛날의 환자와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떻게요?”

“마치 새로 태어난 어린아이와 같을 수 있습니다. 옛날 일을 전혀 기억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어린아이같은 지식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환자를 이상하게 대하거나 아프기 전처럼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나쁜 일이란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는 일이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환자가 마지막으로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고하는 예식과도 같은 일처럼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은영의 어머니는 의사가 하는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딸이 다시 의식을 회복해서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기만을 희망했다.

“엄마, 내가 왜 여기 있어요?”
“정신이 나니?”

은영은 자신이 119에 의해 병원으로 호송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잠시 이상한, 그것은 너무나도 이상한 것을 체험한 그는 그것이 꿈인가 현실인가를 분간할 수 없었다.

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같은 장면이었다. 현실이라고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현실과 다른 세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이상한 체험을 한 후 처음 본 세상은 이전과 다른 또 다른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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