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교회는 잘 알지만 믿음은 안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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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교회는 잘 알지만 믿음은 안 생겨"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7.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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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미래교회의 희망, 청소년 <1>- 다음세대 부흥 없이는 한국 교회의 미래도 없다

“중학교 2학년이 무서워서 북한에서 쳐들어오지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청소년기를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고 부르는 것처럼 청소년기 아이들의 외형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들의 감성은 엄청나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이면 인생이 결정되는 이상한 입시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꿈조차 가져보지 못한 채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누가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말할 것인가. 본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중고생 종교의식 조사’를 의뢰한 것은 ‘청년 세대로 넘어가기 전, 아직까지 부모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중고생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으로 시작됐다.

아직 사고와 인식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기, 그렇기 때문에 그 말랑함 속에 복음이 스며들 수 있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청년기가 되면 누구의 권유로 교회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 등 아직 변화하는 시기에는 이들을 붙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 누군가가 ‘교회’가 되어야 하고, 그들을 붙잡아줄 무엇은 ‘성경’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이번 조사를 시작했다.

본지는 ‘중고생 종교의식 조사’를 통해 나타난 청소년들의 신앙과 삶 전반을 살펴보고 한국 교회가 계획해야 할 중고생 사역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했다. ‘한국 교회 10년을 준비한다’는 대주제 아래 ‘미래 교회의 희망, 청소년’에 대해 집중 취재에 나선다. 이들을 신앙으로 이끄는 크리스천 가정의 역할과 교회와 학교, 가정이 함께 하는 ‘기독교 교육’의 대안을 찾아 나갈 예정이다.

 

영아부터 청년까지 30% 채 안 되는 교회 현실
교회학교 붕괴는 한국 교회의 붕괴로 이어져

주일학교 감소 이미 ‘뚜렷’

지난해 교세 통계를 발표한 예장 통합은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성도수를 281만531명으로 보고했으며, 교회수는 8천417개, 목사수는 1만6천853명으로 집계됐다. 성도수는 1.46% 감소했고, 목사수는 3.67%, 교회수는 1.35% 증가했다. 이 구도대로라면 목사는 늘어나지만 목양할 성도는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또 아직까지 교회는 증가세를 유지하지만, 목사수 증가와 비례곡선을 그리지 못할 경우, 사역지를 찾지 못하는 목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가능하다.

주일학교는 통계는 더욱 심각하다. 280만 성도 가운데 영아부부터 청년부까지 주일학교에 속한 학생수는 62만 명에 불과하다. 청년 대학부를 빼면 47만 명. 전체 성도수의 17% 밖에 되지 않는다. 30년을 한 세대로 볼 때, 30년 후 한국 교회는 절반 이상의 자연 감소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통합의 경우 2012년 한 해 동안 중고등부의 8천648명이 감소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감소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이미 교단에서는 2006년을 기점으로 주일학교 학생수의 하락을 체감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신총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간 중고등부는 1.3%가 감소했다. 저출산의 영향도 있지만 이미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이 줄고 있다. 교회가 아이들을 끌어들일 별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감리교도 중고등부 등 교회학교 학생수 하락을 피하지 못하는 추세다. 지난 2007년 중등부 6만2천936명을 보고한 감리교는 2011년 5만9천598명으로 약 3천여 명의 학생을 잃었다.

대부분의 교단이 영아부에서 청년부까지의 비율을 적용할 때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미 청년부의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고, 부모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중고생 성도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의 미래는 전혀 밝지 않다.

미래학자인 최윤식 박사는 “한국 교회의 양적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1995년 한국 기독교의 전체 성장이 멈추었으며, 2000년까지 성숙기를 지나 2000년 이후부터 감소 초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교육부서 역시 1990년부터 제2차 감소기에 접어들었으며 이미 3차 감소기가 시작돼, 주일학교의 붕괴가 일어나지만 아직 한국 교회는 이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교회교육 투자에 소극적이다.

최윤식 박사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하나님의 법칙”이라며 교회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에서 30∼50대가 감소하는 현상은 지난 20∼30년 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교육부서의 침체 곡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교육부서의 부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현상으로 예전보다 아이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했지만 아직도 한국 교회의 침몰을 막을 정도의 아이들은 남아 있다”며 “총력을 다해 이들을 전도하고 양육하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그들이 보는 교회

최윤식 박사의 말대로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전도와 양육이 시급한 상황. 그렇다면 이들은 교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고생 종교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비교적 ‘교회’와 ‘예수님’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교회에 대한 연상 단어를 묻는 질문에 기독, 비기독 청소년 모두 ‘십자가’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복수응답이 가능한 이 질문에 기독 청소년들은 42.1%가 십자가를, 29.9%는 하나님, 28.7%는 예수님, 8.1%는 목사님, 7.3%는 기도, 6.6%는 성경 등으로 응답했다. 비기독 청소년은 교회에 대해 35.2%가 십자가, 20.4%가 예수님, 14.4%가 하나님으로 긍정 답변을 내놓았고, 7.1%는 무분별한 전도, 6.2%는 부정적 이미지, 4.4%는 지나친 신앙심과 강요를 떠올렸으며, 3.1%의 응답자는 사이비 종교를 연상했다. 비기독 청소년의 응답 중 약 25%가 부정적인 연상단어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라고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학생의 75.8%가 ‘하나님 혹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7.1%가 ‘성인(聖人)’, 5.1%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답해 비교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인식은 정확하게 하고 있었다.

교회에 대한 인식을 어떨까. 전체 응답자 1000명 가운데 66.0%는 ‘긍정적’이라고 답변했고, 34.0%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응답은 기독 청소년과 비기독 청소년 사이 상당한 격차가 발견됐다.

기독 청소년의 91.3%는 교회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변했지만 비기독 청소년은 59.3%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40.7%인 것. 지난해 기윤실이 실시한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서 신뢰한다는 응답이 성인들 19.4%에서만 나온 것과 비교하면 그래도 청소년들은 교회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이유로 28.1%가 ‘강제로 교회를 권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10.9%는 ‘부모님의 강요 때문’으로 답했다. 7.5%는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증명되지 않아서’ 믿을 수 없다고 했으며, 7.0%는 ‘교회에 대해 안 좋은 사례를 많이 접해서’라고 응답했다. 아예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응답도 6.7%였다.

이 설문은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비기독 청소년을 대상으로 ‘왜 학생은 종교를 갖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36.2%는 ‘종교를 가질 필요를 못 느낀다’고 답했고, 22.3%는 ‘믿음이 가지 않아서’, 14.6%는 ‘귀찮아서’, 8.3%는 ‘종교인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더 충격적인 조사는 비기독 청소년 500명 가운데 교회를 다녀본 적이 있는 학생이 57.0%에 달했다. 이들 중 36.7%는 ‘시간이 없어서’ 교회를 그만 다니게 됐다고 응답했지만 36.7%의 똑같은 비율의 응답자는 ‘믿어지지가 않아서’ 그만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교회를 다녀보았지만 믿음이 생기지 않더라는 것. 3.9%는 ‘귀찮아서’, 3.3%는 ‘사람 관계의 상처 때문에’, 2.6%는 ‘교회가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더라’는 응답을 내놓았다.

조사 결과를 정리해보면 교회가 어떤 곳인지, 하나님이나 예수님은 어떤 분인지 청소년들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성인에 비해 기독교 혹은 교회에 대해 아직까지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교회에 다니게 되지는 않았다. ‘잘 믿어지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호감 있을 때 ‘전도’해야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조성돈 교수는 “청소년들이 재미만 추구하고 즉흥적인 것 같지만 종교를 갖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이 믿어지고 이해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교육은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교회로 나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종교적 물음과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믿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종교를 가질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16.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 중에 46.8%는 희망하는 종교로 ‘기독교’를 꼽았다. 전체 응답자 수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작은 비율이지만 그나마 다른 종교에 비해 기독교를 최우선으로 꼽은 것은 희망적이다.

조성돈 교수는 “청소년기 기독교에 대한 호감이 높다”며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고, 동네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장년이 되면서 이러한 장점들이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고,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청소년기에 기독교에 갖게 된 호감을 선교의 동기로 삼고 전도해야 하지만 이들을 교회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 교회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수행하던 교회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모를 따라 혹은 홀로 교회를 찾아간 아이들이 달랑 2~3시간 동안 예배를 드리고 공과공부를 하는 것으로 교회는 의무를 다했다고 말한다. 교육을 위한 예산은 전체 교회 예산의 5%도 안 되는 현실에서 교회는 과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린이부에 이어 중고등부로, 그리고 중고등부에서 다시 청년부로 이어지는 신앙의 정착이 없이는 한국 교회의 미래는 어둡다. 교회를 외면하는 청소년들을 잡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말씀으로 비전을 심어주는 노력이 시급하다. 아이들은 지금, “함께 가자”며 손내미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호감이 있을 때 ‘전도’하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신앙 공동체로 묶어 두기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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