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In, Las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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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In, Las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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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0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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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 / 예수로교회

그토록 잔인했던 6월이 지나고 7월의 문턱에서도 구국 선열과 순교자들의 핏소리가 하늘에 이르고 우리의 귓가에 머문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으로 나라를 지키고 순교의 피로 교회를 세워온 수많은 지사(志士)와 믿음의 선진들이 오늘 우리들의 현실을 보면 무어라 말할까. 옷깃을 여미고 무릎을 꿇어도 시원찮다. 강자의 이익이 정의로 둔갑하고 진실한 사람들은 좀처럼 나서려 하지 않고 낯 두꺼운 자들이 활보하는 사회와 정치의 현실이 부끄럽다.

그렇다고해서 손 놓고 돌아서 버리면 누가 더 뻔뻔한지를 겨루는 경기장과 다를 바 없어, 국민은 평균치의 도덕 역량에도 미달하는 자들의 지배를 받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다. 사회 곳곳에서 악취가 가시지 않는다. 적폐(積幣)의 일소와 국가 개조의 청사진은 빛을 바래고 위기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는 침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아직도 세상에 닻을 내리고 있으니 이 시대의 목양의 책임이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

“우리는 이제 강하고 결연한 적에 맞서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갈 것이다. 귀관들 모두 다시 데려오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분들과 하나님 앞에 이것만은 맹세한다. 우리가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First in),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것이며(Last out),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 우린 죽어서든 살아서든 다 같이 돌아올 것이다. 하나님의 은총을 빈다." 이는 1965년 11월 베트남 중부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플레이메 이아드랑 계곡 전투에 투입되었던 미1기병사단 제7기병연대 1대대 지휘관 할 무어(Hal Moore) 중령의 실제 연설 내용이다.

미군 사령부에 의해 이아드랑 계곡에 투입된 무어 중령이 이끄는 1대대 400여 병력은 5배가 넘는 북베트남 정규군 2개 연대 2천여 명의 병력에게 포위된 채 3일간 치열한 교전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고립된 지형의 특성상 퇴로가 막히고 본대의 지원조차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자 무어 중령의 부대는 전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구축한 방어진이 무너지고 지휘소마저 적과 백병전을 치러야 할 상황에까지 이르자, 연대 본부는 대대장인 무어 중령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헬기를 보내어 본대로 복귀하여 상황을 브리핑하라는 생존 명분을 담은 명령을 하달한다.

그러나 무어 중령은 이 명령을 거부하고 오히려 본대에 ‘브로큰애로우(Broken Arrow)'를 요청한다. 차라리 부하들 곁에서 적들과 함께 죽을 각오로 무차별 폭격 요청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전세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무어 중령의 부대는 오히려 북베트남군에게 전사자 1,800여 명이라는 궤멸에 가까운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미군은 전사자 79명, 부상자 121명) 첫 전투를 기적 같은 승리로 마무리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사살한 적군인 북베트남 병사들의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 적으로 만나 서로를 죽여야 했지만, 자신의 조국을 위해 싸운 남편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 탁월한 리더십이다.

‘First in, Last out’은 이제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리더십스쿨의 주요 과정이 되었고 뉴욕 소방본부의 실천 지침이 되었다. 이제는 교회의 일회성 프로그램에 사회는 감동하지 않는다. 목사의 매끄러운 설교에 교인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의 훈련된 말솜씨에 이웃은 속지 않는다. 화려한 스펙(spec)은 인격이 아니고, 폼나는 학위가 능력이 아니다. 무릎을 꿇고 강단을 기어야 복음이 생명력을 회복한다. 죽음이 없는 십자가는 허구다. 내가 먼저 죽어야 내 안에 주님이 사신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First in, Last out’의 명령이다. 죽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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