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사람은 무엇을 해야 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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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사람은 무엇을 해야 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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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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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작은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학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소유한 재산이 많은 사람과 무일푼인 사람, 의탁할 곳이 없어서 찾아온 사람, 자원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소생언 창조의 집 앞 뜰에서 30년 넘은 월계수가 있었다. 월계수 아래에는 세 개의 벤치가 있었다. 소생언의 식구들이 농사일을 마치고 휴식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어느날 소생언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소란은 월계수 아래 같은 벤취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권현철 씨와 안무혁 씨가 감정이 폭발하여 발생한 사건이었다.

권현철 씨는 S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최연소로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모 중앙부처 국장으로 정년을 마친 사람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였다. 그가 재직 시 그의 상관들이 그로부터 조언을 구했고, 하급자들은 항상 그의 명령에 불응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의 경력에 옥에 티라고 하면 자신의 아들을 그의 뜻대로 성공시키지 못한 점이었다. 그의 아들은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겨우 상고를 졸업한 후 다단계 회사를 경영하다가 파산자가 되었다. 그는 있는 재산 전부를 아들에게 지원하였으나 아들이 사업에 실패하자 자신도 아들과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안무혁 씨는 시골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친 후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살아왔다. 그의 꿈은 자식만큼은 잘 가르쳐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꿈은 성취되었다. 그의 아들은 대학 교수가 되었고 그의 딸은 의사가 되었다. 그는 저축한 돈으로 부족한 것이 없이 살 수 있었다.

권현철 씨와 안무혁 씨가 서로의 과거를 몰랐을 때는 아무런 적대감정이 없었다. 그들이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된 후로 보이지 않는 반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권현철 씨는 안무혁 씨를 일자무식한 사람으로 경멸했고, 안무혁 씨는 권현철 씨를 아들 하나 잘 기르지 못한 허울만 좋은 기생오라비로 여겼다. 그날 서로의 감정 폭발은 사소한 견해 차이로부터 발생했다.

“돈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권현철 씨가 안무혁 씨에게 말했다.

“돈이란 것은 돌고 도는 것 아닙니까?”
안무혁 씨가 답했다.

“돈이 돌고 돈다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다 알아요.”
“그럼 무얼 말하자는 것이요?”
“돈이란 것은 현명한 사람이 사용하면 금처럼 쓰이지만 멍청한 사람이 사용할 때 똥처럼 쓰인다는 것입니다.”

권현철 씨는 평소 안무혁 씨가 돈을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하여 여러번 나무란 적이 있었다. 안무혁 씨는 자신을 멍청이라고 하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지금 누구에게 한 말이요!”
“그야 멍청이에게 한 말이지요.”

권현철 씨의 말이 끝나자 마다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안무혁 씨의 오른손 주먹이 권현철 씨의 안면을 힘껏 갈겼다. 권현철 씨의 코가 부러지면서 코피가 흘러나왔다.

“무식한 놈이 사람 잡네.”

두 사람은 서로 엉켜 치고받으면서 싸웠다. 두 사람이 서로 싸울 때 누가 현명한 사람인지, 누가 멍청한 사람인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

그들이 얼마동안 싸우고 있을 때 김창진이 와서야 그들의 싸움은 끝났다.

소생언 소회의실에서 권현철 씨와 안무혁 씨의 사고수습 처리를 위해서 회의가 개최되었다.

“저는 대표사원 백진승의 위임을 받아 권현철 씨와 안무혁 씨 사이에 발생한 폭행사건을 조사하여 처리코자 합니다.”
선린이 회의의 개최 이유를 말했다.

“먼저 안무혁 씨에게 묻겠습니다. 안무혁 씨는 주먹으로 권현철 씨의 안면을 가격한 사실이 있습니까?”
“예.”
“왜 그러한 행동을 하였습니까?”
“권현철 씨가 저를 보고 멍청이라고 놀려대는 것에 그만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다고 자제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합니까?”
“그런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 수모를 당하다 보니까 그만 화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다음은 권현철 씨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안무혁 씨로부터 얼굴을 맞기 전 그에게 무슨 말을 했습니까?”
“‘그야 멍청이에게 한 말이지요’라고 말했습니다.”
“멍청이란 누구를 향한 말입니까?”
“멍청이란 무식한 사람을 두고 한 말입니다.”
“권현철 씨, 안무혁 씨가 무식합니까? 유식합니까?”
“그는 배운 것 없는 무식한 사람입니다.”
“그럼 안무혁 씨를 향해서 멍청이라고 말한 것이군요.”
“예, 그도 포함된 말입니다.”
“안무혁 씨가 폭력을 행사할 때 말로 그를 설득하지 않고 왜 같은 폭력으로 대응했습니까?”
“그에겐 말이 필요 없는 짐승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선린은 두 사람에게 자신을 변명할 기회를 주었다.

“무식한 사람이 자식 자랑, 돈 자랑하는 것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를 멸시한 것을 후회합니다.”

권현철 씨가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저는 자식만큼은 잘 키웠다는 자부심을 가졌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뼈가 빠지게 고생한 결과 저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멸시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무혁 씨가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선린은 그들 둘을 향해서 또한 소생언 식구들을 위해서 말했다.

“사람은 사람마다 자신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사람이 가진 특성(그것이 장점이든 약점이든 간에) 때문에 어떤 차별을 밭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폭력이란 수단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만들 뿐입니다. 폭력이란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말의 폭력도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가해자면서 피해자입니다. 또한 소생언 식구들도 두 사람을 화해시키지 못한 공동의 책임이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3주 동안의 숙려 기간을 드리겠습니다. 3주 후 두 사람에 대한 처리를 소생언 식구들의 투표로 결정하겠습니다.”

진선린은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지 5시간 만에 태국 방콕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5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마다가스카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항공기는 구름 위에서 고도를 유지하면서 인도양 해상을 운행하고 있었다. 해상에 있는 작은 섬들이 마치 작은 가랑잎처럼 선린의 시야에 들어왔다. 선린은 자신의 존재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우주 속에서 있는 하나의 작은 점과도 같은 존재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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