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자체가 목표가 되는 ‘목적전치(目的轉置) 현상’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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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자체가 목표가 되는 ‘목적전치(目的轉置) 현상’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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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6.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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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도시화에 따른 한국 교회의 급성장과 대형 교회화. 이른바 ‘메가교회’의 등장은 과연 나쁜 것이기만 할까. 그리고 도시화로 인한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가 정기 세미나를 열고, 한국 사회의 도시화와 한국 교회, 그리고 기독교 공동체의 도시적 형태들에 대해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에서 도시화와 교회 성장은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났고, 그 과정의 속도 역시 비슷하게 이루어졌다.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한국 사회에 나타난 변화와 문제점은 대체로 한국 교회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선 도시 사회 자체의 거대화 혹은 대형화 경향은 교회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한국 교회의 약 70%는 규모에 있어 매우 작고,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와 목회자가 지향하는 목표는 교회의 성장과 대형화이다. 도시사회에서 모든 것이 클수록, 많을수록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교회의 성공척도 역시 크기와 양이다. 그래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성장을 추구해 왔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와 감리교회를 갖게 되었고, 세계 10대 교회 가운데 5개가 한국에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거대 교회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단순히 교회 규모만 대형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교회는 조직과 기구, 행사와 집회까지도 대형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대형 교회가 숫자로는 많지 않지만, 대부분의 교회가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도시의 교회들이 성장제일주의 혹은 양적 팽창주의에 빠져 교회의 영적 성숙의 문제를 소홀히 하고, 사랑 실천의 책임을 간과할 위험성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칫 우리 사회의 문제적인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를 답습하는 과오를 범하게 한다. 그리고 성장 자체가 교회의 목표가 되는 목적전치(目的轉置) 현상이 생겨날 수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교회 세속화의 모습일 것이다.

도시의 대부분 조직이 그러하듯이 한국 교회도 관료화되고 있다. 조직의 거대화와 교회 인구의 증가는 자연히 기구의 전문화와 관료화를 초래하고 있다. 여러 교회연합단체, 그리고 수백 개에 달하는 각 교단들은 그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구조 또한 매우 복잡하고, 기능과 역할에 있어 전문화되어 있다. 개 교회의 경우에도 대형 교회들은 예배, 선교, 교육, 봉사, 친교, 상담, 음악, 심방 등 활동과 프로그램 영역이 분업화되었다. 모든 행정 역시 명문화, 조직화되어 있고, 그 구조는 위계적으로 확립되는 경향이 있다.

종교적으로 다원화된 도시사회에서는 복음의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폭넓게 연구한 사회학자는 피터 버거(Peter Berger)이다. 그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여러 종교, 여러 분파, 여러 교회가 공존하면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다원주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특히 도시에서는 종교간, 교회간 신도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그 결과 버거가 ‘시장 상황’(market situation)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초래된다. 그래서 이전에는 권위 있게 부과될 수 있었던 종교적 전통을 이제는 시장에 내놓고, 더 이상 ‘구매’(buy)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고객에게 ‘판매’(be sold)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교회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의 경우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종교 문제에 있어 이제 사람들은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처럼, 자신이 원하는 종교, 교파, 교회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도시의 소비자 시대에 걸맞게 기독교도 시장에서 판매하는 하나의 상품이 되고, 기독교인은 자신의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줄 상품을 찾아 이리저리 쇼핑하고 다니는 일이 흔해졌다. 이제 복음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는 하나의 상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도시 교회들은 교세 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업 경영 방식의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독교는 시장에 내놓고 청중을 끌어들여야 하는 하나의 상품 내지는 생산품으로 간주되기 시작했고, 숫자가 성공의 판단 기준이 되었다. 이렇게 도시의 교회, 특히 대형화를 추구하는 교회들은 상업화, 기업화될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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