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1,100여 명 “아직은 침묵으로 기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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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1,100여 명 “아직은 침묵으로 기도할 때”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5.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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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한국교회 자성 요구하는 목회자 선언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와 책임자 처벌 및 한국교회 자성을 요구하는 목회자 1,000인 선언. 식순 전 참가한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어 책임자가 처벌되고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 정화해 나가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일부 목회자들의 망언으로 기독교계가 비판받고 있는 이 때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한국교회 자성을 촉구하는 목회자’ 1,100여 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목회자동지회 박덕신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은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을 살인행위라며 질타했다. 하지만 쌍용차 문제로 인한 자살, 용산참사로 인한 가정 붕괴 등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현 정권은 남의 탓만 하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단체에서 참여한 서일웅 목사는 “일부 목회자들이 목사, 교회라는 이름으로 망언을 일삼는 것은 큰 잘못이다. 무능한 정부와 함께 대처하지 못한 교회의 책임을 생각하며 마지막 한 생명을 모두 구할 때까지 침묵하고 기도해야 한다”며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한 마리의 양을 소중히 여기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사가 ‘목레기’로 전락한 상황에 대해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박승렬 목사는 “교회가 함께 울고 슬퍼하며 공감해야 한다. 일부 대형교회의 행태들이 우리를 ‘목레기’로 만들었지만 목사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우리가 바르게 서는 것이 복음의 정신이 살아나는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선언문은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 장병기 목사와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 신미숙 목사가 나서 낭독했다.

선언문은 “아직 16명의 실종자가 바다에 갇혀 있는 지금은 국면전환의 때가 아니다”라며 “어설픈 대책과 언론의 통제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리는 성역 없는 진상규명 노력을 요구한다. 참사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유가족대책위의 요구를 전면 수용해 달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 교회에는 “일부 목회자들 가운데 무분별한 언행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고 아프게 하는 이들이 있었다”며 “분별력을 상실해 악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그 길에서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우리 자신을 향해서는 “무분별한 발언으로 깊은 상처를 입으신 희생자와 유가족들께 사죄를 드린다”며 “이제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새롭게 가다듬는 한국 교회의 영적 신앙적 갱신의 계기로 삼겠다.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되길 기도한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 조정현 목사는 “우리를 현실을 개탄하며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선언을 통해 한국 교회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조금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라며 추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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