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사람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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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사람은 무엇을 추구하는가? (3)
  • 운영자
  • 승인 2014.05.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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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언이 위탁한 재산의 수익자로 지정된 김은영은 그녀가 받은 상처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꿈꿔왔던 아름다운 꿈마저도 산산조각났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 일이 있은 후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지옥처럼 생각되었다. 어떤 사람의 위로도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에게는 죽고자 하는 희망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 제가 하고 싶은대로 내벼려 둘 수 없으세요?”
“그건 사고였단다.”
“왜 저에게 그런 사고가 일어나야 해요?”
“사고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나, 살고 싶은 생각 없어요.”
“사람이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것 중 다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어디 있니?”

그녀는 그날의 악몽을 잊을 수 없었다. 만성 위염 때문에 그녀는 해마다 수면내시경검사를 받곤 했다. 그녀가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그는 다른 때와 다른 이상한 증상을 느꼈다. 그녀의 하복부에 통증이 심했고 출혈이 발생했다. 그녀는 근처 산부인과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 진단결과 그는 뜻밖의 사실에 아연실색을 하고 말았다.

“처음 경험하셨군요?”

그 말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수면내시경검사를 한 의사를 생각할때마다 치를 떨면서 다짐했다.

“그냥 두어서는 안 돼. 원수를 갚아야 해.”
“얘야, 진정해라.”
“어머니, 간섭하지 말아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을 그냥 둘 수 없어요.”

김은영은 마다가스카에 선교사로 가있는 오빠 김훈섭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어머니로부터 너의 사정을 들어서 알게 되었다. 네가 받는 고통 충분히 이해할 수 있구나. 세상에는 고통 받는 사람이 너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단다. 나는 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때마다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아름다움이란 하늘이 네게 주신 축복이란다. 그 축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때론 고난도 당해야 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일 사람이 악인에 의해 고난을 당한 후 악을 악으로 갚는다면 너의 아름다움이 훼손될지도 모른다. 너는 네 몸의 상처를 가지고 너의 아름다운 인격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훌륭한 사람들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너를 사랑하는 오빠로부터.”

그녀는 오빠의 편지를 읽고 난 후 오빠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평소의 생활로 돌아왔다. 그녀는 다시 그리던 초상화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 명동 입구 동화백화점 5층 화실에는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화실의 우리나라의 세종대왕, 인도의 간디, 미국의 링컨 대통령, 영국의 처칠 수상의 초상화 등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실 운영자 김기련 화백이 초상화 견습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종로구 청진동 소재 김기련 화백의 화실에서 견습생들이 모여 수업을 받았다.

견습생 중 곽진언도 김은영과 같은 시기에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곽진언과 김은영은 서로가 그린 초상화를 놓고 서로 지적하여 주곤 하였다. 초상화의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근처 찻집에서 차를 마시거나 함께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일이 잦았다. 9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은영 씨, 저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사람을 판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은영 씨를 만난 것이 제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가 초상화 견습생으로 지원한 것은 은영 씨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지난 날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저는 보이는 외모 보다는 결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세상에 결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저도 결점이 많은 걸요.”
“급하게 데워진 물은 급하게 식어 걱정입니다.”
“전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은영이 과거의 아픔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그에게 용기를 불어주었던 곽진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도 결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결점까지도 모두 안아줄 사람으로 그를 신뢰했다. 하지만 곽진언은 은영을 만난 지 1년이 지나자 마음은 싸늘한 바위처럼 식어 갔다.

“곽 선생님, 제게 한 약속 잊으셨어요?”
“나를 속이고 한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라지 마세요.”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곁을 떠나갔다. 그는 배우자로서 순결한 조건을 갖춘 여인을 찾는 것이 자신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다.

곽진언이 김은영과 헤어진 후 그는 순결한 여자를 찾는 데 전념했다. 하늘이 그를 축복했는지 그는 원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에게 꿈같은 1년이 흘러갔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 사진첩에서 남아 있던 김은영의 사진 없어진 것을 놓고 그의 부인과 불화가 시작되었다. 2년이 지나자 그들의 불화는 걷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격화되었다.

“과거를 잊지 못하면서 왜 저와 살아요?”
“무엇을 원합니까?”
“아이들 장래를 책임지세요.”

곽진언은 불화한 생활보다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김은영을 추적한 끝에 그녀가 마다가스카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오빠 김훈섭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김훈섭 선교사와 서신을 주고 받았다. 그가 마다가스카에 도착하기 전날 김은영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녀는 그를 피하기 위해 어디론가 잠적해 있었다. 그는 3개월여 추적 끝에 그녀를 만날 수가 있었다.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미 용서했습니다.”
“그럼 저를 다시 받아주시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왜 그럴 수 없나요?”
“무엇을 위해서 여길 오셨습니까?”
“우리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하시는 말입니까?”
“예.”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부인과 자녀들의 행복을 짓밟고나서, 또 다른 행복을 찾는다고요?”
“…….”
“지금 동거하는 분을 버리신다면 훗날에 부지불식간에 천사를 버린 것을 후회할 날이 올 것입니다.”
“진심으로 저와 화해를 원하신다면 먼저 지금 함께하는 분과 화해하세요. 전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행복을 찾으려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아름다운 것을 찾으면서도 그의 마음과 그의 눈은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었다. 그가 순수한 것을 찾으려 노력하면 할수록 그는 타락할대로 타락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모두 15년 전의 일이었다. 그는 그의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의 부인은 그의 곁을 떠났다. 그는 그의 부인이 떠난 후 세자녀를 혼자 기르며 비로소 자신의 본 모습이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웠고 모두가 순수했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자신의 육신과 정신만을 빼고서.

그가 행복이란 것을 발견했을 때는 행복은 이미 그의 곁에 떠나버리고 만 후였다. 그는 세상에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그가 이제 해야 할 일은 그가 남긴 재산을 처리할 한 장의 유언서를 작성하는 일뿐이었다. 그의 유서를 완성한 후 그의 할 일이 끝났음을 알았다.

선린은 곽진언 씨의 유품 속에서 그가 김훈섭 선교사로부터 받은 글과 수탁재산 수익자로 지정된 김은영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선린이 수익자를 만나기 위해 마다가스카로 출국하기 하루 전 백설희가 소생언으로 그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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