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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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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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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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금 목사 / 강남교회

지난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사고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아직 꽃망울도 피워보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고귀한 생명 304명 가운데 그 누구도 구조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충격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사고가 나자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 수익을 위해 침몰 위험을 무릅쓰고 선박을 증축하고, 화물의 과적을 밀어붙인 청해진 해운과 그 배후에 있는 이단 종파들. 그리고 이를 눈감아준 관련 기관, 구조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무능함을 보여준 해경. 기본적인 통계와 보고조차 갈팡질팡하는 정부기관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재난관리시스템, 사실 보도 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언론사 등.

이번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호의 총체적 난국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게다가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부 부처와 이어진 막말파동, 대통령의 진정성 없고 뒤늦은 ‘간접 사과’와 ‘연출된 조문’은 유가족과 국민들의 슬픔을 달래주기는커녕 분노를 증폭시킬 뿐이었다. 정말 하루하루가 답답하고 먹먹할 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바라보면, 해외 언론들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대한민국호의 침몰’로 보도하고 있는 것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군사독재 시절에 조국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을 무고하게 희생시키고, 세계 일류기업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열악한 작업 환경을 방치하고, 성장제일주의라는 허울에 기대어 양극화를 초래한 한국 사회의 침몰이 아니던가?

이번 사건은 명백한 인재다. 사고 선박으로부터 실종자를 단 한명도 구조해 내지 못한 무능과 무책임은 총체적 부패의 고리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일을 겪으면서 착잡한 심정으로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저마다 변화를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섣부른 ‘내 탓이오 타령’이나 ‘다 덮고 새 출발’을 운운하기 전에 사고 원인과 구조 과정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철저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그 누구라도 책임회피나 희생양 만들기로 국면 전환을 도모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고는 사람의 생명보다 물질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의 그릇된 가치관이 빚어낸 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이러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국 교회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물질을 우상으로 섬기는 것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교회의 양적인 성장을 도모하기까지 했다. ‘한국호 침몰’에 한국 교회도 한 몫 해왔던 것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이번 참사가 주는 뼈아픈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그동안 젖어있던 물질주의, 성장주의를 물리쳐야 할 것이며 천하보다 귀한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는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말로만 떠드는 것은 이제 충분하다. 회개와 실천으로 온 세상에 증언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한국 교회가 변화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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