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철학은 학문이 아닌 ‘복음 전파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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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철학은 학문이 아닌 ‘복음 전파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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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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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직 교수 (백석대)

기독교 철학이 한국 교회와 사회, 개인과 성도를 넘어 한국 교회와 사회, 그리고 복음 전파를 위해 감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한국개혁신학회와 한국기독교철학회가 공동 학술대회를 열고 그 역할과 범위를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기독교철학의 작업은 비그리스도인에게 기독교 신앙과 그것이 우리 삶과 사회, 우주 전체에 대해 지니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작업이기에 변증적이고도 선교적이고 복음적인 성격을 지닌다.

기독교철학자는 비그리스도인 철학자들이 관심을 두는 문제나 주제를 공유하지만 기독교철학자의 대답은 성경에 기초를 두기 때문에 그들의 대답과는 달라야 한다. 기독교철학자는 복음이 우리 삶에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도 드러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철학은 좁은 의미의 기독교 변증학의 범위를 넘어선다.

기독교철학은 그 전제를 성경계시에 둘 뿐 아니라 그 방법의 선택도 성경 계시에 두어야 한다. 스파이크만의 지적처럼 방법의 선택이 “하나의 철학적 선택이요, 그 선택도 종교적인 전제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경 계시에 따르면 인간 이성은 자율적이지 못하며 인간의 경험도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기독교철학은 합리론의 연역법이나 경험론의 귀납법 자체를 절대시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기독교철학은 하나님의 창조를 믿기 때문에 인간 이성과 인간 경험을 제한적 의미에서는 인정하고 존중한다.

무엇보다 기독교철학자는 우리의 일상 경험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올바른 반응이라고 믿기에 실재론의 입장을 받아들인다. 동시에 기독교철학자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음을 믿으며 인간 이성의 능력도 하나님의 선물임을 믿기에 일상경험에 대한 비판적 반성작업을 기독교철학의 방법으로 인정하며 사용한다. 물론 이러한 비판적 반성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기준은 성경 계시이다.

기독교철학이 성경 계시에 의존하는 철학을 할 때 존재론과 인식론, 윤리학이라는 철학의 전통적 분류에 따라 기독교철학도 기독교 존재론과 기독교 인식론, 기독교윤리학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독교 존재론은 모든 존재자가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물임을 선언함으로써 모든 피조물의 의미가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의존하고 있음을 밝히는 일을 수행한다.

기독교 인식론에 따르면 하나님의 지식이 절대적이고 완전하며 자기 충족적이며 인간의 지식은 하나님의 지식에 의존하며 하나님의 지식에 의해 언제나 평가받아야 한다. 해석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사실(brute fact)이란 없으며, 모든 사실은 이론(해석)을 탑재한 사실(theory-laden fact)인데, 하나님의 해석만이 온전한 해석이다. 그러하기에 창조 세계를 향한 인간의 해석 작업은 언제나 하나님의 해석을 듣고 그 해석을 자신의 것으로 적용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사실에 대한 해석의 옳고 그름은 하나님의 해석과의 일치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라면 기독교철학의 근거를 기독교 신앙에 둘 수밖에 없다. 또한 철학은 정교한 언어와 개념을 통해 명료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철학은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신앙을 이해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무전제를 지향하는 작업이 철학이라는 잘못된 편견이 기독교철학을 모순된 개념으로 만들었을 뿐임을 밝혔다.

또한 신학 작업도 철학적 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신학이 잘못된 철학의 영향을 받거나 그것에 의해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신학처럼 성경계시를 출발점으로 삼는 기독교철학자는 비판적 작업을 통해 신학의 오염된 부분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 덕분에 기독교철학은 인간 이성의 자율성을 부정하고 겸손한 자세로 철학 작업을 할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의 전인적 특성을 강조하는 개혁신학 덕분에 기독교철학의 작업은 이성적 작업일 뿐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기쁨, 결단이 동반되는 감정적이고도 의지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기독교철학은 단순히 지적 작업에 그치지 않고 감사와 결단으로 나아가며 이웃을 구체적으로 섬기는 봉사에까지 이어지는 실천적 작업이 되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실천적 지식을 지향한다.

그러하기에 기독교철학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복음 전파의 도구이기도 하다. 기독교철학은 그리스도를 대적하여 높아진 모든 우상들을 타파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자신마저도 우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계한다. 기독교철학은 자신의 전제뿐 아니라 방법, 내용까지도 철저하게 성경 계시에 근거를 둠으로써 복음의 증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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