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상대방 진심을 알아주면 모든 ‘분쟁’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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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상대방 진심을 알아주면 모든 ‘분쟁’ 해결된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4.05.02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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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네트워킹’을 말하는 이재만 변호사
법정에 가면 별별 ‘드라마’가 다 펼쳐진다. 사랑과 배신, 오해와 원한이 꼬이고 꼬인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그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비결은 대단한 처세술이 아니다. 어쩌면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는 진심이다. 법정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다루면서 이재만 변호사가 깨달은 성공의 비결이다. ‘진심 네트워크로 승리하라.’

최근 발간된 그의 책,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결론이다. 이 책은 그가 안수집사로 있는 충신교회의 월간소식지 ‘지금지’에 십수 년간 기고한 법률 이야기가 토대가 됐다. 교회에 처음 나가면서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초보 신자였다. 원래 그는 기독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고시합격 시켜 달라고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가 소주를 뿌리며 천지신명에게 빌었던 사람이었다. 지금도 백목련이 필 무렵이면 7전8기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이 변호사.

▲ 사무실에 걸린 길 액자 앞에서. 예수님은 항상 그의 길을 형통케 인도하시는 길이시다.

7전8기의 세월, 헛되지 않아
서른두 살 나이에 신림동 고시촌 골목을 찾아들어갔으니, 시작은 늦었다.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처음엔 행시를 준비했다. 고시로 바꿔보라는 주변의 권고를 듣던 어느 날, 비오는 거리를 우산도 없이 뛰어다니는 행인들을 보면서 깨닫는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모르면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것과 같다. 법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빨간 우산이 되고 싶다는 뜨거운 열정이 변호사의 꿈을 달궜다.

“그때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저를 바윗돌이라고 불렀어요. 남들은 고시 합격할 나이에 공부를 하고 있으니 돌대가리라고 비웃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책상에 한번 앉으면 바윗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더라고요.”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지만 계속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 그가 가르쳤던 고시생은 붙었는데 정작 본인은 낙방했다. 공부 시작 초년에 붙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5년 거치 6년 상환의 벌을 받게 된다’는 속설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답답해진 그는 지리산을 찾았다. 후배와 함께 천왕봉에 올라가 일출을 보며 천지신명께 간절히 빌었다. 하산해서 본 시험, 계속 떨어졌다. 기도가 바뀌었다. ‘신이시여, 도와주지 않아도 되니 방해나 마세요.’

“그런데 또 1차 시험을 사흘 앞두고 한참 전쟁을 치를 때였어요. 제 동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거예요. 충격을 받았죠. 상가에서 사흘 동안 술만 마셨어요. 발인 날이 시험일인데, 매형이 집에 가서 쉬었다가 시험을 보라는 거예요. 겨우 시험장을 갔는데, 가서도 멍한 생각으로 시험을 제대로 못 봤죠. 그런데 합격된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아하,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구나.’ 만약 그날 시험을 포기했더라면 정말 후회할 뻔 했죠.”

그때 합격기 제목이 ‘신이여, 뜻대로 하소서’였다. 동생을 잃은 일로 악착같은 마음을 비웠더니 오히려 합격했던 감회를 적었다. 이것을 보고 후배가 찾아와서 ‘형은 언젠가 크리스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스천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 그때는 웃기지 말라고 했는데, 그 후배의 ‘예언’처럼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는 계기가 생기게 된다.

새벽기도 가면 화사해지는 아내
“결혼할 때에 저나 아내나 기독교인이 아니었어요. 아내가 기독교인이었다면 결혼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아내는 원래 기독교인이었는데 고전무용을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속학 쪽으로 가까워지고 그러다 교회를 떠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처갓집에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서 아내가 다시 교회를 찾게 되었죠. 어느 날부터 새벽기도회를 가더라고요.”

수심에 차있던 아내는 새벽에 교회만 갔다 오면 얼굴이 환해졌다. 그 모양이 너무 예뻤다. 이 변호사는 아침마다 아내를 교회까지 태워다 주었다.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를 먹으며 신문을 뒤적이다 보면 아내는 언제 시름에 젖었냐는 듯 화사한 얼굴로 교회를 나섰다. 1년 쯤 되었을 때에 처음 교회당 안으로 들어갔다. 송구영신예배였다.

“그때부터 한 3년 그냥 다녔는데, 어느 날은 아내가 양복을 입고 교회 가자고 하더라고요. 갔더니, 예배 시간에 제 이름을 불러요. 오늘 등록하신 분 일어나라고요. 그때부터 교회를 다녔죠. 교회 소식지에 법률 이야기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가 교회를 하루 안나가니까 이제 너무 이상한 거예요. 무슨 세수 안하고 나온 사람처럼요. 그 다음부터는 교회를 잘 나갔습니다.”

변호사로서 한국강사협회가 선정한 명강사 1호에 뽑힌 그는 정외과를 나와 거시적인 안목에서 미시적인 법률을 잘 설명하는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았다.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같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책을 썼으며 각종 잡지, 신문과 TV방송에도 1,000회 이상 출연했다. 최근엔 KBS ‘사랑과 전쟁’에도 출연해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 남보다 뒤늦게 변호사가 된 그가 이렇게 ‘무죄 제조기’로 명성을 얻게 된 사건이 있다. 바로 개그맨 주병진 씨 사건이다. 이 사건을 맡으면서 신앙 또한 깊어졌다.

“주병진 씨가 1심에서 패소했어요. 그분과 절친한 이성미 씨, 박미선 씨 등이 그 사건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를 찾아갔더니 도저히 무죄를 받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했대요. 워낙 유죄 증거가 뚜렷했으니까요. 그때 이성미 씨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저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어요. 이러더군요. ‘본인이 억울하다면 이건 무슨 뜻이 있어서 올가미를 채워놓은 거니까, 하나님께서 풀어주셔야 한다’고요. 기도하면서 이 사건을 같이 풀자고 하더군요.”

주병진 사건으로 믿음 깊어져
주병진 씨의 지갑에는 원래 부적이 들어있었다. ‘우리 기도하면서 풀자’고 했던 이 변호사는 나무 십자가를 선물로 줬다. 그 자리에서 주병진 씨는 부적을 빼내 버리고 나무 십자가를 가지고 다녔다.

어느 날은 김자옥 씨 댁에서 기도하고 있던 이들이 이왕이면 교회에 가서 기도하자고 교회를 찾았다. 마침 교회는 닫혀있었다. 행인과 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이들은 철문을 붙잡고 기도했다. 누군가 크게 흐느껴 울며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주병진 씨가 땅바닥에 엎드려 절실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 이 변호사의 집에 마련된 기도방. 그의 영혼 충전소인 이곳에서 드린 기도가 많이 응답됐다.
“하나님이 묶으신 매듭이고 그렇게 억울한 일이라면, 저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 풀리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기도하면서 정말 증거들이 마치 폭포 쏟아지듯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무죄가 되었고, 그로 인해서 저도 유명해졌죠.”

세상적으로 유명해진 것만이 아니다. 신심이 깊어졌다. 기도의 능력을 체험했다. 무엇보다 그 바쁜 연예인들이 동료의 어려움을 보고 헌신적으로 돕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현재 법무법인 청파의 대표 변호사인 그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예방법학적 차원의 유용한 정보들을 나누며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항상 바쁜 일정 속에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는 힘의 원천이 뭘까?

“우리집에 기도방이 있어요. 옷방과 기도방 중에서 기도방을 만들자고 택했죠. 거기가 저의 영혼 충전소입니다. 거기서 기도하면 특히 잘 됩니다. 기도방이니까 가구가 없어 깔끔해요. 십자가 앞에 책만 있죠. 그래서 여러 가지 잡념이나 나쁜 것들이 우리 집에 못 들어옵니다. 언젠가 부목사님들이 심방 오셔서 거기서 찬양하는데, 이건 완전히 수도원 같았어요.”

어렵게 고시 공부하던 시절에 그룹스터디를 하며 터득한 진리가 있다. 서로 자기 것을 나눌 때에 서로 발전하게 된다. 상대를 밟고 넘어가야할 경쟁자로 본다면, 밟고 갈 수는 있지만 멀리 갈 수는 없다. 서로 더불어 간다면 빨리 가지는 못해도 멀리 갈 수는 있다. 100세 시대에 1년 먼저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면 결국은 유익한 날이 오더라. 결코,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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