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침몰된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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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침몰된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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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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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 목사 / 신촌성결교회

계절이 옴은 어김 없다. 때가 되니 겨울이 가고 봄이 오더니 드디어 5월이 찾아왔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란다. 5월을 영어로 May라고 부른다. 젊음 그리고 청춘이라는 뜻이다. 그 말은 일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이란 뜻일 것이고 또 그 말은 가장 좋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뜻일 게다.

5월이 시작되자 마자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어린이 날(5)이다. 어린이는 모든 것의 근본이다. 새 싹이다. 미래이다. 그리고 희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린이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모든 순서에서 우선이고 좋은 일에도 우선이고 또 위험에 처해 있을 때에도 어린이는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그래서 5월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찾아오는 날이 어린이 날이다. 그 다음은 어버이 날(8)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르고 싶은 단어가 어버이라는 단어라고 한다. 어머니! 아버지! 이 세상에서 이 보다 더 정겨운 단어가 있던가. 내 생명의 제공자, 내 인생의 단초자, 이 중요한 어버이를 생각하고 기리는 날이 일년에 단 하루만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 다음에 찾아오는 날은 스승의 날(15)이다. 스승은 또 다른 나의 부모님이시다. 부모님은 내 인생을 시작하게 해 준 분이라면 스승은 내 지성의 곳간을 채워주신 분이시다. 그리고 내 인생의 길을 닦아 주신 분이시다. 사회를 향하여 내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이시고 내 인생의 첫 걸음을 걷게 만들어 주신 고마우신 분이시다. 그래서 옛 선조들은 군사부 일체라고 불렀다.

그 다음에 찾아오는 날은 성년의 날(19)이다. 어린이가 자라서 청년이 된다. 육신이 성장하고 마음이 성장하고 정신이 성장하여 마침내 성년이 된다. 무엇이나 자람은 아름다운 것이다. 새싹이 자라 꽃이 피고 마침내 열매를 맺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왜 그래야 하느냐 하는 물음이 필요없다. 그것은 길이고 과정이고 필연이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능력을 지니는 일이다.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게 되는 수준이 되었다는 말이다.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는 그 행동이 아름다운 것이다. 또 우리들이 기억할 날이 하나 더 있다. 그 날이 부부의 날(21)이다. 부부는 가장 신비한 만남으로 시작되는 관계이다. 남남끼리 만나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관계 이것이 부부의 만남이다. 생각해 보면 오묘하고 신비한 관계이고 소중한 만남이다. 그래서 이 만남을 하늘이 짝 지워 주신 만남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5월은 소망이 넘치고 뜻이 있는 계절의 여왕이고 말 그대로 May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14년도 5월은 말 그대로 소망의 계절이고 계절의 여왕인데 그럼에도 우리들이 지금 기쁘고 즐겁게 보낼 수 없는 아픔이 있다. 저 진도앞바다에서 사고로 죽음을 당한 저 어린 학생들과 사고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아픔 때문이다. 그 아픔이 오죽하랴. 무엇으로 누가 그 아품을 품어주고 헤아려 줄 것인가. 5월, 그 아름다운 계절이 왔음에도 우리는 마음 한 구석이 아프다. 쓰리다. 웃을 수가 없다. 그들은 5월을 더 아픔의 마음으로 맞을 것이다. 5월이 되자 잃어버린 아이들이 더 생각날 것이다. 잃어버린 부모가 더 생각날 것이다. 잃어버린 스승들이 더 생각날 것이다. 잃어버린 동료들이 더 생각날 것이다.

오 주여 저들의 아픔을 헤아려 주소서. 그리고 저들을 위로하소서. 5월, 모든 식물들이 새파랗게 피어 오르듯이 저들의 마음에도 소망이 솟아 오르게 하소서. 그리고 마음의 상처 위에 새 살이 돋아나게 하소서. 그리고 금년 5월이 저들에게 진정한 회복의 5월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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