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은퇴, 이제 파송 전부터 적극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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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은퇴, 이제 파송 전부터 적극 준비하자”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4.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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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포럼, 올해 주제는 ‘선교사의 은퇴와 노후’
▲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경기 가평 설악예수마을에서 열린 방콕포럼. 이번 포럼의 주제는 '선교사 은퇴'였다.

그간 선교계의 이슈를 짚어내고 그 해답을 찾아온 방콕포럼이 올해는 ‘선교사 은퇴’ 문제에 눈을 돌렸다. 수만 명의 선교사들을 파송한 한국 교회의 위상과는 다르게 실질적으로 선교사들이 은퇴 후 어떤 상황에 놓일지는 불분명한 상황.

최근 선교단체나 교단 차원에서 선교사들의 연금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극소수다. 한국선교연구원(원장:문상철)의 최근 조사를 살펴봤을 때 정년이 65세, 70세로 정해진 선교사들이 대부분인 지금의 상황에서 2년 이내 은퇴선교사의 비율은 7천여 명으로 예상된다. 온 몸을 던져 복음을 전하는데 헌신한 선교사들. 그들을 위한 은퇴, 노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방콕포럼(코디네이터:강대흥 선교사)은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경기 가평군 설악예수마을에서 모임을 갖고 이에 대한 논의를 펼쳐나갔다.

선교사의 은퇴을 준비하자
‘선교사의 은퇴와 노후대책’이라는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선 GMF 법인이사 김동화 선교사는 “한국 선교계는 선교사 파송이나 멤버케어 등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이뤘지만, 선교사의 은퇴까지 볼 수 있을 만큼 선교의 한 사이클을 돌진 못했다”며 “선교사의 은퇴, 노후대책 문제는 이제 코앞에 닥친 문제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참가한 여러 선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자칫 선교사들이 편안한 노후를 준비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장 합신 전현 목사는 “선교사들을 돕는 한국 교회의 대부분이 미자립교회”라며 “오늘 다루게 되는 선교사들의 은퇴 문제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선교’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청회나 포럼 등을 우선적으로 시행해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은퇴 후 아무런 대책이 없는 선교사들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해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선교사 출구전략을 다시 되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 이도 있었다. 지난 방콕포럼의 주제가 바로 ‘출구전략’이었는데, 이를 다시 되짚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이도 있었다.

국제 위클리프 부대표 정민영 선교사는 “지금까지 건강한 은퇴를 생각지 못했던 이유는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도 없었기 때문”이라며 “은퇴를 직면해서 이 문제를 다루기엔 너무 늦다. 출구전략을 논의할 때 이야기했던 부분을 다시 상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교사가 은퇴 후 선교지에 머물게 되는 상황에 대해 성경 속 사도바울과 와그너 모델, 풀러 모델 등을 제시하며 “선교지의 사람을 키우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선교사의 목표여야 한다. 거의 모든 모델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는 선교지를 떠나 그들과 융합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바람직하게 선교지에 머물게 되는 상황은 축복해야 할 일”이라고 첨언했다.

GMS 박영민 선교사도 “아직 선교지 이양이 이르다는 판단이나 동료 선교사에게 맡길 때 도움이 필요한 상황 등에서 선교지에 더 머물러야 하는 상황은 허용되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원칙적으로 은퇴자는 이양할 것은 이양하고 후배 선교사들이 일할 수 있도록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은퇴, 고려할 부분은?
그렇다면 선교사 은퇴를 두고 어떤 부분들에서 논의를 거쳤을까.
주제발제에 나선 GMF 김동화 선교사는 어느 한 쪽에서 독자적으로 준비할 수 없는 것이 ‘선교사 은퇴’라는 이슈라고 설명하며 “선교단체와 선교사, 파송교회나 후원교회가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먼저 선교단체가 준비해야 할 부분은 △은퇴연령 △은퇴 후 사역(은퇴 후 귀국 여부와 사역 범위와 조건) △연금(국민연금 가입 의무화 여부) △주거 지역(선교지 또는 귀국할 시) △주택(청약저축 가입 여부와 공동주택에 관한 부분) △의료(의료보험, 의료공제, 기금, 병원과 협약) △선교사의 사역전환 대비 △선교사 개개인의 건강과 경력, 가족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 등이다.

특히 선교사의 은퇴 후 사역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는데, 강대흥 선교사는 “과거 목회자의 이중직 불가의 교육을 받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며 “선교사들이 은퇴 전 사역의 전환을 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예장 합신 전현 목사는 “보수적인 교단의 경우 목회자 이중직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인 경우가 많다”며 “먼저 선교사들의 은퇴가 왜 준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어떤 형태로든 이뤄져야 하고, 추후엔 각 단체들에서 제도로 만들어 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예장고신 세계선교위원회 이정건 선교사는 “선교사의 은퇴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전에 목회자들의 은퇴도 함께 되짚어야 한다”며 “함께 모여 논의한다면 불협화음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행정책임자들과 함께 생각을 교류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OMF 손창남 선교사는 “지금 당장 은퇴선교사들이 교회나 단체에서 지원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차라리 통역이나 번역 등 은퇴선교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는 것이 더욱 좋을꺼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퇴선교사’를 짐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원’이라는 차원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나타났다.

USCWM 전략부 담당 김종헌 선교사는 “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 사역하면서 그들에게 쌓인 정보와 노하우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GMS 박영민 선교사는 “한국에 선교사 마을을 세워 한국 교회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라며 “은퇴선교사들에게 각 나라와 지역별 정보를 충분히 들어볼 수 있고, 한국 교회의 젊은이들의 비전을 세우는데도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OC선교회 마서진 선교사는 OC International, OMF, Wycliffe USA 등 미국 선교단체들의 은퇴선교사 관리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마 선교사는 “미국은 미국 정부에서 관리하는 연금체제와 은행이나 연금관리 회사를 통해 개인이 관리하는 IRA가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세 단체들은 모두 IRA를 통해 선교사의 후원금에서 일정액을 저축하는 방식으로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서울교회의 경우 은퇴선교사에 대한 지원책이 이미 교회정관에 포함되어 있다. 연금 뿐 아니라, 은퇴 후 초기정착금, 주거를 위한 지원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이런 구체적인 은퇴 후 계획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꾸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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