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합동분향소 … “주님의 작전과 뜻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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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합동분향소 … “주님의 작전과 뜻 있겠죠”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4.04.24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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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올림픽기념관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

▲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 지난 23일 차려진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추모객들로 붐볐다. 현재(24일) 분향소에는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됐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아무개(52) 교감을 비롯해 교사와 학생 47명의 영정이 놓여있다. 첫날에만 1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조문 간다니까 다들 먼 길 간다고 걱정하더라고요. 거리가 문제입니까. 갈 수 있는 환경과 여력이 되면 당연히 가야죠.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잖아요.”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 지난 23일 차려진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추모객들로 붐볐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또래 학생을 비롯해 퇴근하고 바로 온 직장인, 아이와 함께 찾은 부모, 휠체어를 탄 장애인까지 함께 애통하고 슬픔을 나누고자 이곳을 찾았다.

많은 시민들은 눈가가 퉁퉁 부은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줄을 지어 분향소에 들어섰다. 긴 줄에 동참한 시민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산 톨게이트를 지나니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지더군요.” 한 시간 넘는 거리에서 찾아온 조문객 김미나 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말했다. 남일같지 않아 먼 곳에서 달려왔다는 김 씨는 다시 긴 줄을 서며 “괜찮을 줄 알았는데 줄을 서보니 다시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그저 많은 희생자분들께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로 38개, 세로 6개. 228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실 수 있는 규모로 차려진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향내와 국화향이 진하게 퍼지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별과같이 빛나길’, ‘사랑하는 아들딸 미안해’라는 글귀가 적힌 100여 개의 조화가 체육관 중앙에 가득 찼고, 제단 양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앳된 고인들의 얼굴이 찬찬히 스쳐지나갔다. 어디선가 흐느끼며 우는 소리도 들려왔다. 곧 봉사자들이 안아주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장내 분위기는 더 숙연해졌다.

국경을 초월한 조문도 이어졌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한 청년은 “하루 종일 분향소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만 들어 일을 마치고 바로 찾아왔어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그저 기도할 뿐입니다”라며 헌화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삼삼오오 모여 헌화했다. 한 학생은 영정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며 눈물을 쏟아냈다.

현재(24일) 분향소에는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됐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아무개(52) 교감을 비롯해 교사와 학생 47명의 영정이 놓여있다. 첫날에만 1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직접 분향을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휴대전화(010-9145-8879)로도 추모글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벌써 4만여 건의 글이 도착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희생자 추모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전국에 설치하도록 안전행정부에 지시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올림픽기념관 바로 맞은 편에는 단원고가 위치해있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단원고로 발걸음을 이어갔다.

단원고 학생과 교직원 외 외부인 출입금지인 단원고등학교 앞에는 이번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학생과 교사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글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시흥능곡중학교 2학년 5반 학생들은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접은 학을 두고 갔다. 곳곳에는 초가 켜 있었고 십자가 목걸이도 놓여 있었다. 교문에는 “언니 오빠 무서워도 꼭 돌아와. 사랑해. 다빈이가”라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힌 편지도 붙어 있었다. 한 기자는 “오늘은 기자로서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왔습니다. 함께 애통하고, 슬픔을 나눔으로써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짜 진짜 미안합니다”라고 썼다. 또 한 실종자의 가족은 “참아야지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손수건이 눈가에 간다. 꼭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매 순간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 보고 싶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글을 남겼다.

단원고 앞 문구점에도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편지들이 입구를 가득 메우며 붙어 있었다. 메모를 보던 한 시민은 “여기에도 마음들이 모여있네”라며 울먹였다.

서울 신촌에서 안산으로 조문을 온 김미혜 씨는 “주님의 작전과 뜻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은 우리의 힘과 능력 밖의 일이잖아요. 주님만이 알고 계신 그 뜻을 우리가 잘 감당해내길 그저 바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 단원고 학생과 교직원 외 외부인은 출입금지인 단원고등학교 앞에는 이번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학생과 교사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글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곳곳에는 초가 켜 있었고 십자가 목걸이도 놓여 있었다.

한편 지난 23일 숨진 단원고생 25명은 운구차를 타고 ‘마지막 등교’를 했다. 안산에서 첫 발인이 있었던 19일부터 23일까지 치러진 장례식에서 영면에 든 단원고 학생들 모두 학교와 마지막 이별을 했다. 혼자 등교하던 학교에 이날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등교했다. 이날 오전 단원고에는 운구차와 리무진버스가 줄을 이었다.

단원고 주변에는 동네 주민 등 수십 명이 모여 학생들의 마지막 등교를 지켜봤다. 학교 정문과 교문, 주변 나무 등에는 실종 상태인 학생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노란색 리본이 곳곳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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