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이긴 사랑, 온 세상이 함께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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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긴 사랑, 온 세상이 함께 축하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4.16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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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이 함께하는 부활절

사망 권세를 이기신 예수의 다시 사심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기독교인들의 기쁨을 넘어 세계 모든 이들이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축제의 절기다. 그 나라만의 고유 풍습과 신앙이 어우러진 독특한 형태의 부활절 문화가 존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활절 달걀을 나누고 칸타타 공연 외에 별다른 부활절 문화가 없는 한국 교회로서는 다양한 부활절 문화가 함께하는 외국 교회의 풍습은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그러나 세계 어디를 가든 ‘부활’과 ‘달걀’은 늘 함께하는 단어. 죽은 듯, 생명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어 보이는 달걀은 바위 무덤을 상징하고,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는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고 설명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달걀은 부활을 가장 잘 표현한 물품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기독교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 독일의 어느 마을에서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달걀 9천8백 개로 나무를 장식했다’는 부활절 기사가 지구촌의 색다른 부활절 축제의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한국에서도 부활절 나무가 등장했다. ‘에그스터 트리(EggSter Tree)’. 하이패밀리(대표:송길원 목사)가 제작한 에그스터는 ‘달걀(에그-Egg)’과 ‘부활절(이스터-Easter)’의 합성어. 2,014개의 달걀로 나무를 장식하고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았다.

달걀은 그동안 양평에 있는 계란교회 방문객들이 달걀 표면에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기도 제목을 담아 병아리 조형물에 넣었던 것. 이 달걀로 에그스터 트리를 만들었는데, 기독교인들만의 부활절이 아니라 성탄절처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축하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절기가 되게 하려는 의미를 담았다.

하이패밀리가 경기도 양평에 만든 에그스터 트리. 2,014개의 달걀이 달려 있다.

# 각 나라 문화 담은 부활절 축제

지난 2010년, 러시아 생 페테르부르크 광장에 3미터 높이의 대형 부활절 장식 달걀이 전시돼 놀라움을 주었지만, 부활절 축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난 축제들이 많다. 영국의 ‘부활절 달걀 아트 축제’, 스페인의 ‘성주간 축제’, 미국의 ‘부활절 모자 페스티벌’이 대표적.

‘The Big Egg Hunt’로 불리는 영국의 부활절 달걀 축제 기간이 되면, 젊은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이 함께 모여 공동 작품을 만든다. 작품은 모두 대형 달걀. 이 기간 동안에는 영국의 런던 카나비 거리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2백여 개의 초대형 달걀 작품이 설치되는데, 작가들의 혼을 담은 예술품이 탄성을 자아낸다. 이 작품들은 축제 기간 동안 시내에 전시된 이후 경매를 통해 판매하게 되는데, 수익금은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스페인의 ‘성주간 축제(Semana Santa)’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입성한 날부터 부활하신 7일 동안의 기간을 기념하는 축제. 국가적인 규모로 열리는 이 축제는 각 마을 사람들이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에서의 죽음, 부활을 형상화한 장식물을 들고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퍼레이드의 행렬을 따라 촛불을 들고 행진하거나 ‘속죄와 회개’를 의미하는 꼬깔 모양의 두건을 쓰고 축제에 참여한다.

미국의 ‘부활절 모자 페스티벌(Easter bonnet festival)’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의미로 새 모자를 쓰던 것에서 유래됐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담은 모자를 장식하고 거리로 나와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당근 모양의 모자가 있는가 하면,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왔던 집 모양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모자를 쓰고 나오기도 한다. 부부가 꼭 닮은 모양의 모자를 쓰기도 하고, 동물들에게도 장식된 모자를 씌우기도 한다. 특히 미국의 아칸소 리틀록에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도서관에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달걀이 전시되기도 했다.

헝가리 홀로쾨(Holloko) 마을은 ‘물 붓기 축제’로 유명하다. 부활절 아침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가족과 이웃들을 방문해 물을 뿌리는 행사를 갖는다. 물을 뿌려 나쁜 귀신을 몰아내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의미인데, ‘새 생명 탄생’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물 뿌리기 축제는 원래 남자와 여자가 서로 물을 뿌리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남자가 여자에게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정착됐다. 동네 청년들이 아침 일찍 모여 큰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운 후 아가씨가 있는 집을 방문한 다음 시를 읊은 후 양동이 물을 끼얹는다. 물을 맞은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입맞춤과 함께 부활절 달걀을 선물로 준다고 한다. 이 행사는 슬로바키아에서도 한다고 한다.

# 식탁에서 나누는 음식 문화

부활절 음식도 빠트릴 수 없는 문화 중 하나. 세계인이 함께 나누는 부활절 식탁 문화다. 러시아는 ‘파쉬카(Pashka)’가 대표 음식. 치즈로 만든 디저트로, 피라미드 모양으로 장식하는데 전통적인 러시아의 부활절 음식이다. 그리스는 ‘테이소우레키(Tsoureki)’가 유명하다. 체리의 씨에서 추출한 액으로 빵을 반죽해 맛을 내는데, 예수께서 흘리신 피를 상징하는 붉게 염색한 달걀로 함께 장식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콜롬바 디 파스콰이(Colomba di Pasqua)’를 식사 때 함께 나눈다. 비둘기 모양의 설탕을 절인 껍질로 만든 달콤한 케이크다. 스페인에서는 삶은 달걀을 얹은 대형 도너츠 모양의 빵인 ‘모나 데 파스쿼아(Mona de Pascua)’를 부활절에 즐겨 먹는다.

또한 불가리아, 그루지아, 러시아를 포함한 정통 기독교 국가들은 ‘쿨리치(Kulich)’를 만들어 함께 먹는다. 파운드케익 같은 원기둥 모양인데 흰색의 크림과 화려한 색깔의 꽃으로 장식한다. 또한 ‘삶’과 ‘승리’를 상징하는 붉은색 물감을 칠한 달걀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부활절 예배 후에 성직자들이 축복한다. 브라질에서는 ‘파카오 드 아멘돔(Pacoca de Amendoim)’을 만든다. 땅콩과 설탕, 카사바 전분을 이용해 만드는데, 부활절 축제 때 경의를 표하는 의미를 담아 대접한다고 한다.

# 초기 기독교인들의 축하

초기 기독교 시대 기독교인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넓은 평원이나 언덕 꼭대기로 모여 들었다고 한다. 모여 든 사람들은 동이 트는 순간을 기도와 노래, 축포와 타종 등으로 맞았다고 하는데, 미국의 많은 지역들에서 지켜지는 일출 예배가 여기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한 초기 교회에서는 처음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부활절 주일 동안 흰옷을 입어야 하는 전통이 있었고, 세례를 이미 받은 성도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어 부활했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새 옷을 입었다.

‘봄’과 ‘풍요’의 상징이었던 달걀도 서로 주고받는 풍습이 있었는데, 중세기에 사순절 기간 동안 달걀을 먹는 것이 금지되면서 달걀을 주고받는 풍습이 부활주일로 옮겨져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활절 문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초기 교회의 풍습이 우리 시대까지 내려오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풍습들이 지니는 영적인 의미를 알지 못한다”며 아쉬워한다.


‘연합예배’로 ‘하나되는 교회’ 경험
전국의 교회들, 같은 주제-기도-설교문으로 예배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부활절 문화는 단연 ‘부활절연합예배’. 1947년 부활주일 새벽 5시, 교파를 초월해 남산 조선신궁터에 모여든 1만 5천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드린 예배가 첫 부활절연합예배로 기록된다.
 
기독교 역사학자들은 “예배가 열린 장소인 조선신궁은 일제가 한국인에게 강요한 일본 신도의 총본산으로, 한국 교회로서는 한과 수치의 장소였다”고 설명하는데, “신사참배의 강요로 인해 많은 교회가 폐쇄되고 수많은 교인들이 순교하거나 고통을 겪은 후 맞이한 해방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종교적 자유를 되찾은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었다”며 의미를 부여한다.

한경직 목사가 첫 예배 설교를 했던 부활절연합예배는 4회까지 남산에서 열렸지만, 6.25 전쟁으로 인해 1951년 열렸던 5회 예배부터 7회 예배까지는 피난지인 부산에서 드려졌다.

아픔도 있었다. 장로교의 분열과 신학적 대립 등으로 혼란을 겪었던 한국 교회는 1962년 NCC 가입 교단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 교단과 ICCC 가입 교단을 중심으로 한 보수 교단으로 나뉘어 예배를 드리게 됐다. 진보 교단은 배재고등학교에서, 보수 교단들은 균명고등학교에서 각각의 예배를 드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어났던 ‘연합 움직임’이 다시 하나가 되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는 것.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구성된 후 1973년에 다시 남산 야외음악당에 모여 연합예배를 드리게 된다. 이때 참석했던 성도들의 규모는 8만여 명. 김창인 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이 예배 이후 1975년부터는 여의도 광장으로 장소를 바꾸어 대형 집회로 개최되다가 1977년과 78년 다시 분열과 통합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함께 준비하고 한 자리에서 예배를 드렸던 2006년 이후 지난 2012년 다시 한 번 아픔을 맛보았지만, 분열 후 3년 만인 올해 ‘교단 연합’으로 부활절연합예배가 드려지게 됨으로써 교회의 하나됨, 하나의 말씀과 예배는 지켜내야 한다는 한국 교회의 열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부활절연합예배가 드려지는 26일은 ‘장애인의 날’. 이 날 드려지는 헌금은 장애인들과 쪽방촌 노숙인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특히 한국 교회의 부활절연합예배는 전국의 모든 교회들이 같은 주제와 기도문, 설교문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전통. 그리고 지난 1996년부터는 남북 교회가 함께 작성한 ‘부활절 남북 공동 기도문’을 발표하고 함께 기도 드린다. 이를 통해 한국 교회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신앙의 자세를 되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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