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살결 속 따뜻한 마음, ‘사랑의 찐빵’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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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살결 속 따뜻한 마음, ‘사랑의 찐빵’ 드세요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4.08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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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복지재단과 금오중학교의 사랑담은 ‘찐빵 만들기’
▲ 경기도 의정부의 금오중학교 학생들이 손수 만든 찐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찐빵을 쪄내는 찜통의 열기에 볼이 빨갛다.

“예쁘게 잘 빚었네!”, “크기가 작았다 컸다 하지만, 뭐 그래도 괜찮아”, “반죽이 작은 것 같으면 팥을 조금 더 넣어봐”.
반죽을 기계에 넣자 적당한 크기로 잘려 나온다. 빠른 속도로 반죽을 내어놓는 통에 기계 앞에 선 이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반죽은 넓은 나무판에 담겨 사람들이 둘러선 장소로 옮겨졌다. 반죽 하나를 집어 팥을 넣고, 다시 옮겨진 반죽은 숙성 후 찜통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15분 후, ‘사랑의 찐빵’이 만들어졌다.

찐빵 만들기 동아리?
지난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중학교(교장:이규승) 가사실에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찐빵 만들기’ 동아리의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24명의 아이들과 11명의 학부모, 닮복지재단(대표이사:곽광희 목사)의 식구들은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처음엔 배고픈 아이들 먹으라고 사랑의 찐빵을 가져다 줬어요. 정말 끼니 때우기가 어려운 아이들부터 그냥 배고픈 아이들까지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했죠.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주면 괜히 눈치 보일까봐 모두 다 줬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5년이 지났습니다.”

곽광희 목사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던 때가 있었는지 요즘 아이들은 모르는 것 같다”며 “교권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하는 이때에 아이들이 직접 찐빵을 만들어 선생님들을 대접하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찐빵 만들기 동아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스승을 섬기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몇몇 아이들은 계속해 반죽에 팥을 넣고, 또 몇몇 아이들은 찜통에 쪄낸 뜨끈뜨끈한 찐빵을 포장했다. 완성된 찐빵은 교장실로. 그리고 교무실로 날라졌다.

어색하게 들어선 교장실, 쭈뼛거리며 학생이 내민 접시를 이규승 교장 선생님은 빙긋이 웃으며 받아들었다.

“이걸 너희가 직접 만든 거야? 아니, 나만 이렇게 많이 줘도 돼? 너희들도 좀 먹지 그래.”
“이건 다 교장 선생님 드셔도 돼요. 다른 선생님들 드실 껀 또 따로 만들었어요.”
수줍게 인사를 하고 돌아선 아이들은 다시 교무실로 향했다.
“선생님, 이거 드세요. 제가 만든 거예요.”

수북하게 쌓인 찐빵을 받아든 선생님들은 연신 감탄사와 함께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이들의 새하얀 마음은 그렇게 선생님들에게 전해졌다.

김준호 교감 선생님은 “아이들이 직접 찐빵을 만들어 가져다주니 기분이 흐뭇하고 좋았다”며 “지금까지 먹어본 찐빵 중 가장 맛있었다. 이런 사업이 계속해서 진행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찐빵은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작은 상자에 찐빵은 차곡차곡 쌓여갔고, 몇몇 아이들은 다시 밖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 찐빵을 들고 학교 주변 경로당을 찾은 학생들.

“이번에는 학교 주변 경로당을 찾아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찐빵을 가져다 드릴 거야.”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손에 찐빵 상자를 든 아이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로당을 찾아 나섰다. 선생님 뒤를 따라 도착한 ‘거북마을 경로당’. “안녕하세요!” 아이들은 밝게 인사를 건네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마워.”, “마음씨도 참 예쁘네.”, “우리 생각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아이들은 어르신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며 찐빵을 전달하고, 이날 찐빵동아리의 활동을 끝마쳤다.

청소년 살리기 나선 닮복지재단

▲ 닮복지재단 대표 곽광희 목사

14년간 ‘사랑의 찐빵’을 만들어왔으며, 그 찐빵을 장애인, 노숙인, 독거노인, 군부대 장병, 보호시설, 학교까지 전해온 닮복지재단 곽광희 목사.

그는 노인들을 초청해 위로잔치를 벌이기도 하고 노숙인상담센터를 열어 그들의 취업과 상담, 치료까지 신경 썼다. 이 뿐일까. ‘장애인 그룹 홈’을 시작해 자신의 집을 내놔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이밖에도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과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생활 체험 홈까지 그의 섬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그의 생각은 청소년들에 쏠려있다. 이번 금오중학교에서의 찐빵 만들기 동아리도 아이들이 밝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사실 이 찐빵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도구에요. 학교 폭력의 가해, 피해 아이들 모두 섬김과 사랑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못해도 아이들의 달란트를 찾아주고, 공부를 하고 싶다면 검정고시를 지원해주며 성실하지만 정말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중증 장애인들을 돕고, 어르신들을 돌보는 등 자발적인 섬김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의 마음이 동화돼 치유되지 않을까요?”

지금도 30여 명의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곽 목사는 “아직은 미약하다”고 말한다. 14년간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사랑의 찐빵’처럼 곽광희 목사의 섬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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