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줄(Plumb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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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줄(Plumb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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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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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 / 예수로교회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자기 향기를 팔지 않는다. 상춘(賞春)의 길목에서 사순절의 중턱을 넘어선 순례자들에게 설중매(雪中梅)의 고결한 지개(志槪)가 고난의 행렬을 더욱 숙연케 한다. 이 시대를 아우르는 오늘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힘겹게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는 주님의 모습이 선명해져야 한다.

낙타무릎과 눈물병이 강단의 흔적(stigma)이 되어야 할 텐데 다들 한국 교회가 문제라고 아우성들이지만 정작 골고다 언덕에 올라 주님의 십자가를 선뜻 지고 갈 구레네 시몬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주후 325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소집된 니케아 종교회의 때 모인 지도자들의 수는 300명 정도였다. 이들 중에 몸이 성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로마 박해 시대에 복음을 전하면서 당한 고문으로 눈이 뽑히고, 팔다리가 잘렸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 우뚝 서서 무리를 이끄는 장군만이 영웅이 아니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 처럼 똑같은 높이에서 공포에 떨며 어렵게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순국의 결연한 모습 속에서 진정한 오늘의 영웅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기독교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보존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살아 있는 신앙, 예배의 감격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후세에 신앙 전통을 올바로 전달하기 위해 진정으로 하나님께 예배드려야 합니다.” 이는 어느 교회에서 행한 유명 목사의 설교가 아니다. 독일의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가 하노버에서 행한 대중연설의 내용이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녀는 목사의 딸이다. 아버지 홀스트 카스너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동독을 탈출할 때,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고 서독에서 동독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하여, 고난 속에서 복음을 전파하며 통일의 초석을 다진 선견자다. 모든 학생이 무신론자인 동독의 학교에서도 그녀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는 당시 부모님으로 양육 받은 성경공부와 가정예배가 신앙의 뿌리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정치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정의가 아니라 공의를 위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원칙과 통합의 조화라 했다. 모든 국민들이 그녀를 엄마(Mutti)라 애칭하며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다. 하나님의 말씀을 다림줄로 삼았기 때문이다. 정치는 한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위한 기본적인 바탕이자 다림줄이다. 하나님의 공의가 무너지고 다림줄이 흐려지고 가늠자가 흔들리면 사회도 교회도 붕괴된다.

기업이 도산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99%의 순종은 1%의 불순종이다. 1%의 부족이 믿음의 부도를 초래한다. 선지자 아모스는 하나님께서 손에 다림줄을 쥐고 쌓은 담벽에 서계신 환상을 보았다고 했다(암7:7). 이스라엘의 영적 도덕적 타락 상태가 붕괴 직전의 위험에 처한 것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다림줄로 자정(自淨)되지 아니하면 세상과 역사의 중심에 설 수 없다.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복음의 기갈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은 선의 결핍인 동시에 의지적 반역에 유래하고, 이에 대해서 신의 벌이 내려지지 않을 수 없는데, 신은 올바른 법과 섭리를 다림줄로 삼아 세계를 이끈다고 했다. 죄를 즐겨하면 죄를 안 지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non posse non peccare) 버린다. 키르케고르는 신이 내게 소원을 묻는다면 부나 권력을 구하지 않고 다만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과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영원히 늙지 않는 생생한 눈을 달라고 애원하겠다고 했다.

눈에 비늘이 끼지 않도록 부활의 소망을 바라보자. 교회는 성도의 눈물과 헌신을 먹고 자라고 목회는 목사가 죽어야 되어지는 하나님의 일이다. 새 생명을 잉태한 산고의 현장을 사랑으로 보살피자. 생명신학은 죽음신학을 통달해야 보이고 열리는 하나님의 다림줄이다. 십자가를 바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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