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빠들과의 소통 ‘노숙인창작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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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아빠들과의 소통 ‘노숙인창작음악제’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4.03.18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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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기립해 노숙인 응원, 관계가 회복된 공연
▲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음악회, 노숙인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거리의 아빠들'이 무대에 올랐다. <사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노숙의 시간이 그들의 가족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도합니다. 우리들은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 없음을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을 그들이 알아준 것이 너무 기쁩니다.”

고아와 과부의 아버지가 되어주셨던 하나님. 하나님은 많은 이들이 꺼려하고 불편해하는 노숙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셨다. 가슴 속 깊이 가지고 있던 그들의 아픔은 무대 위에서 노래로 변해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는 노숙인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거리의 아빠들’의 공연이 열렸다. ‘거리의 아빠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홈리스대책위원회(위원장:이규학 감독)가 노숙인 15명과 자원봉사자 20명을 모집해 만든 합창단.

자활의지를 가진 노숙인들은 지난 1월부터 매주 금요일 함께 모여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전 MBC합창단장 조우현 씨가 지휘를, 노경실 작가가 뮤지컬의 작사를, 맥씨어터 윤정인 대표가 작곡 등으로 재능을 기부해 노숙인들과 함께 하겠다는, 그리고 함께하자는 의미를 더욱 부각시켰다.

사회적 안전망은 제도로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이웃이 되는 것은 큰 힘이 있다고 말한 김은미 간사는 “노숙인의 경우 원치 않았지만 친구, 가족들과 관계가 모두 끊어져 버린 상태”라며 “다시 큰길까지 나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번 음악회를 통해 다시 설 수 있길 바랐다. 교회가 마음이 아픈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고 전했다.

준비하는 과정을 통한 소통, 관계성 회복이 목적이었던 음악회. 처음 서로 말도 섞지 않던 노숙인들은 음악회를 준비하는 동안 친구가 되었다. 세상과 담을 쌓았던 이들이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한 것.

“노숙인창작음악제 모집 문자를 받았다. 노래는 잘 못하는데, 몸으로 섬기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첫 만남은 어색한 인사뿐이었다. 두 번째 만남도 봉사자들과 노숙인들은 따로 모여 있었다. 어색한 인사, 옆에 앉아 함께한 노래연습. 이게 다였던 것 같은데.. 악보를 챙기고, 저녁식사 후 뒷정리를 도와주셨다. 함께 영상을 만들고, 각자의 달란트를 보여주시며 농담을 건내셨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할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오히려 나를, 그리고 우리를 챙기고 섬겨주신다. 무엇보다 우리를 향해 마음을 열어주시고 우리가 하나의 팀원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자원봉사자로 노숙인들과 함께했던 안지원 씨는 이 같은 소감을 남겨 자원봉사를 뛰어넘어 자신이 회복되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했다.

음악회가 끝난 후 자리를 가득 매운 280여 명의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쳤고 일부는 눈물을 훔쳤다. 노숙인들은 사회와의 관계회복을 넘어 사회구성원들과의 관계회복도 이뤄냈으며, 관객들은 그들의 아픔에 공감했고, 그들을 응원했다.

노숙인 A씨는 음악회를 마친 후 “다시 밑바닥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소감을 전했고, 노숙인 B씨는 “앞으로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자로 살겠다”는 이야기를 내어놓기도 했다.

한편, 홈리스대책위는 음악회 후에도 노숙인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며, 노숙인창작음악회도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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