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교회는 바로 ‘153’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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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교회는 바로 ‘153’ 교회다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4.02.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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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교회’ 오규훈 지음 / 포이에마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모방적 경쟁이론을 보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고자 상품을 구매하는 과시적 소비는 유행을 만든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패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사회학자들은 패션의 유행을 경제적 우위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새롭고 희귀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을 과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신 유행을 따르는 현상은 곧 영원히 채우지 못할 욕망의 표현이라는 학자들의 지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도 여러 가지 유행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 153 교회, 오규훈 저, 포이에마, 1만2천원.
1980년 전후에 개척해 세를 확장해온 대형 교회들은 유행을 선도하는 주체가 되었다. 유행의 핵심에는 다양한 목회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찬양과 예배, 교육, 상담, 영성 훈련 등 교회 성장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누구나 이를 배우고 따라했다. 성경 공부, 제자훈련, 구도자 예배, 전도 폭발, QT 사역, 가정사역, 상담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유행을 타고 교회를 휩쓸었다. 나중에는 교인들이 기존에 다니던 교회를 떠나 자기 마음에 드는 교회를 찾아가는 수평 이동마저 유행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많은 목회자가 성장에 성공한 교회의 목회 원리와 방법을 배워 개교회를 키우고 성장시켰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 오규훈 교수는 책을 통해 “그 기저에 유행이라는 세속적 가치가 작용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 사람이 영위하는 문화는 곧 그가 속한 계급이다. 어느 지역에서 살고, 어떤 차를 타고,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브랜드의 구두와 가방과 옷을 걸치고 다니는지가 그 사람의 신분과 계층을 대변한다. 이런 분위기에 물든 성도들은 교회를 선택할 때마저도 얼마나 크고 얼마나 유명한 교회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대형 교회들이 성도들의 이런 세속적 취향에 편승해서 교회를 선전하고 사람을 끌어 모으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오규훈 교수는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라는 본질적 가치보다 교회 이름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꼬집는다.

“대형 교회의 출현은 개신교와 교회 문화가 한국의 전통 문화에 편입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기독교 문화가 일반 문화에 편입되면서 성도들이 교회 생활을 문화생활의 일부로 치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위 명품 교회로 인식되는 교회가 생겨나고, 크고 유명한 교회에 다니는 것을 특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교회에서 직분을 받는 것마저도 세속적인 명예를 얻거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괜찮은 자리에 오른 것쯤으로 여긴다.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대형 교회가 여러 측면에서 자기도 모르게 세속적 가치관을 수용한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교회는 부정적인 모습이 밖으로 드러날 때마다 “성경으로 돌아가자”, “초대교회로 돌아가자”, “개혁의 영성을 회복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회개를 위해 대형 집회를 열고 많은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현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영적으로 침체된 분위기 역시 바뀌지 않았다. 이에 이 책에서는 한국 교회의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전략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오규훈 교수는 ‘153 교회’ 모델을 주장한다. ‘153명’이 신앙공동체의 적정 규모라는 것이다. 목회자 한 명이 공동체의 본질을 지키면서 건강하게 목회할 수 있는 성도의 숫자가 최대 153명이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21세기 한국 교회가 처한 현실에서 목회자들이 성도 수가 150명을 넘지 않는 교회, 즉 153 교회를 바람직한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교회가 150명을 절대로 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그 규모를 넘어서는 성장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 근거는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규휸 교수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을 기록한 요한복음 19∼20장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153'을 그렇게 해석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내 양을 치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같은 예수의 말씀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한복음 21장 1~14절을 살펴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디베랴 호수에 있던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다. 예수님은 날이 새도록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말씀을 따라 그물을 던진 제자들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물고기를 잡았다. 성경은 그물에 가득히 찬 물고기 숫자가 153마리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인류학, 경영학, 사회학 이론과 교회사에 나타난 다양한 실증 자료를 통해 공동체를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150명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153 공동체의 정체성과 목회자의 역할, 목회 실천 과제를 상세히 밝힌다. 

신학자들은 베드로가 잡아 올린 물고기 숫자가 153마리였다는 점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한다. 그중 대표적인 해석이 알렉산드리아의 시릴 해석이다. 시릴은 153의 수가 세 개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숫자는 100인데 이는 이방인의 최대치를 의미한다. 시릴은 마태복음 18장 '잃어버린 양'의 비유에 나오는 양 100마리가 목동 한 사람이 칠 수 있는 양의 최대 수라고 해석했다. 이뿐 아니라 마태복음 13장의 '씨 뿌리는 비유'에서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이 맺는 결실의 최대치도 100배다. 이를 근거로 시릴은 100이라는 숫자가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올 수 있는 이방인의 최대 숫자를 뜻한다고 주장한다.

두번째는 50이다. 시릴은 이것이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올 수 있는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의 숫자라고 보았다. 세번째는 3이라는 숫자다. 그는 이에대해 모든 만물이 영광을 돌리게 되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도 153이라는 숫자에 대해 해석했다. 그는 10이라는 숫자는 십계명을, 7이라는 숫자는 은혜의 숫자라 주장했다. 십계명(10)에 은혜(7)를 더하면 17, 그리고 1부터 17까지의 숫자를 차례로 더하면 그 합이 153이다. 이를 근거로 아우구스티누스는 153이라는 숫자가 율법 또는 은혜를 통해 그리스도에게 인도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숫자를 가리킨다고 해석했다.

금욕주의를 주장했던 고대 교부 제롬은 비교적 간단한 설명이다. 그는 153이라는 숫자가 바다에 사는 153종의 다양한 고기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153마리를 잡았다는 것이 모든 종류의 고기를 한 곳에 다 담았다는 해석이다. 이를 근거로 제롬은 153이 세계 모든 민족이 예수에게 인도될 것임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오규훈 교수는 "세 사람이 153이라는 숫자를 영혼 구원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이 해석의 연장선에서 보면, 그물은 구원의 방주인 교회를 상징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라며 "시릴의 해석은 153이라는 숫자를 신앙 공동체의 적정 규모로 보는 이 책의 논지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원시 부족사회에서도 씨족의 규모가 약 150명이었다. 150명은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잘 알고 지낼 수 있는 최대 인원이다. 이 숫자를 넘어가면 모르는 사람도 생기고 무관심한 사람도 생겨 소외되는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또 150이란 숫자는 수렵시대와 농경시대의 출산율에 근거해 한 쌍의 부부가 4대에 이르렀을 때 가족 구성원을 모두 합한 숫자다. 오규훈 교수는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본인의 경험을 통해 기억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라고 설명한다.

153 교회의 목회 철학과 목회자의 역할, 작은 교회의 실천적 과제를 세밀하게 탐색한 ‘153 교회’는 자아실현 욕구와 성공 지향성, 물질만능주의, 편향된 축복신학 등 타락의 씨앗을 품고 있는 교회 성장의 이면을 돌아보고, 작은 교회 중심의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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