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신뢰 회복 키워드는 ‘언행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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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신뢰 회복 키워드는 ‘언행일치’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2.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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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가 가장 낮은 종교 ‘개신교’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에 대한 지속적인 저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기윤실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점 척도를 기준으로 2.62점에 불과하다는 조사를 발표했다. 또한 19.4%만이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기윤실의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특정한 상황에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간 동안 형성된 만성적인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윤실이 지난 6년 동안 4회에 걸쳐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 교회의 신뢰도가 20%도 채 되지 않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같이 한국 교회 신뢰 수준은 지난 6년 간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불신의 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가장 신뢰하는 종교
타 종교 기관과의 비교에서도 기독교(21.3%)는 가톨릭(29.2%)와 불교(28.0%)에 비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비기독교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종교도 가톨릭(47.0%), 불교(38.0%), 기독교(12.5%)의 순으로 조사돼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 수준은 사실상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 교회에 대한 항목별 신뢰도도 눈길을 끈다.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간다’는 물음에 기독교인, 목사님, 교회활동으로 세분화해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기독교인(49.2%)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았으며 목사님(42.8%)과 한국교회 활동(33.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를 분석한 이원규 교수(감신대 종교사회학)는 “신뢰 수준이 가장 낮은 것은 세 항목 가운데 교인들”이라며 “한국의 교인들과 성직자들이 믿음을 삶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적인 존경과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조흥식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도 “만성적인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교회가 신뢰도가 매우 낮은 현실 속에 과연 전도가 될까하는 사실이 우려스럽다”고 개탄하며 한국 교회가 신뢰도 회복을 위한 철저한 전략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 교회 불신의 가장 큰 이유 ‘윤리문제’

이번 조사 결과의 큰 시사점은 한국 교회의 불신의 가장 큰 이유로 윤리적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는, ‘언행일치가 되지 않아서(24.8%)’가 가장 높았으며 ‘교회 내부적 비리/부정부패가 많아서(21.4%)’, ‘타 종교에 대한 비판적 입장(10.2%)’, ‘강압적 선교 방식(10.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향후 한국 교회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활동으로 ‘윤리와 도덕실천 운동’(45.4%)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외에 ‘봉사 및 구제활동’(36.4%), ‘환경, 인권 등 사회원동’(7.2%)순으로 조사돼 ‘윤리성 회복’이 현 한국 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드러냈다.

▲ 신뢰 제고를 위한 활동
특히 기윤실의 지난 2010년에 조사에서 1순위로 꼽혔던 ‘봉사 및 구제활동(48.2%)가 2순위로 내려가고 2순위였던 윤리와 도덕실천운동(28.1%)이 1순위로 올라갔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개선점에 대한 응답에서도 한국 교회의 낮은 도덕성 수준을 알 수 있다. 개선돼야할 교회 지도자들의 문제점으로는 ‘언행 불일치’(14.2%), ‘부의 축적’(13.9%), ‘모범이 되지 않는 삶’(13.3%), ‘도덕적/윤리적 문제’(12.7%), ‘교회 세습’(8.3%) 순인데, 모두 도덕성과 관련돼 있는 항목이다.

이원규 교수는 “한국 교회의 낮은 신뢰도 책임은 목회자와 교인 모두에게 있으나 본질적 문제는 부도덕성 혹은 세속화”라며 “성직자가 성직자답지 못하고, 교인이 교인답지 못한 것이 한국 교회의 신뢰도를 바닥까지 추락시키는 원인”이라며 “한국 교회의 도덕성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최근 매스컴에 보도된 교회 운영의 비리/부정부패, 목회자의 성적 타락 및 윤리 문제, 교회의 대형화와 세습,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 등은 한국 교회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기독교에 대한 정보 출처를 분석한 결과 비기독교인은 TV,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기독교를 가장 많이 접한다고 응답했으며 다음으로 가족, 친구나 이웃(25.8%), 인터넷(12.8%). SNS(4.9%)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기독교인은 기독교에 대한 정보를 주체적으로 찾기보다 수동적인 입장에서 언론을 통해 주로 접하므로 기독교의 잘못된 행위가 언론에 보도될 경우 그것이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김흥식 교수는 “복음(good news)을 전해야할 교회가 아름다운 복된 소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 세상 사람들의 시험거리가 되는 것이 아닌, 기독교윤리의 실천으로 본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한국 교회가 실추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는 도덕성 수준을 높이는 일이지만, 사회봉사의 활동을 통한 신뢰성 회복도 기대된다.

이번 조사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적극 수행하는 종교'로 기독교(41.3%)가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가톨릭(32.1%), 불교(6.8%)와 비교해 보았을 때도 현격한 차이를 보여 한국 교회가 사회봉사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종교의 가르침 가운데 박애, 사랑, 자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데, 그 가치의 실현은 희생과 헌신을 수반한 사회봉사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사회봉사 활동의 수준은 종교를 평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톨릭에 비해 기독교의 사회봉사 활동이 저평가 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안긴다. ‘우리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을 하는 종교’에 대한 항목에서는 모른다고 하거나 무응답 한 경우를 제외하고 비기독교인은 가톨릭(43.6%)이 우리 사회에 도움을 주는 정도가 가장 높다고 응답했고, 그 다음으로 기독교(33.5%), 불교(21.6%), 기타 종교(1.3%)를 들었다.

기독교의 사회봉사 활동이 저평가 되는 이유로 이원규 교수는 “먼저는 교회의 사회봉사 활동이 선교적 목적과 결부됨으로 그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이 사람들에게 생겨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교회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에 특히 무종교인이나 신앙이 깊지 않은 사람들은 개신교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사랑의 실천은 은밀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람들이 종교를 신뢰하는 근거로 사회봉사 활동 수준이 도덕성 다음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기독교의 봉사활동이 보다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또한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는 기독교인 개인의 윤리회복과 신앙행동의 반성과 변화가 없이는 많은 사회봉사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시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김흥식 교수는 “교회는 성도들에게 신앙훈련을 넘어서서 크리스천으로 실질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 가르치는 활동이 필요하며 목회자들은 정직한 행함으로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교회의 사회봉사와 사회발전, 사회통합에 대한 기여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홍보활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한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는 “목회자들은 교회의 성장 및 개교회의 이익과 필요에만 매몰되지 않고 한국 교회 전체의 미래에 대한 관점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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