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기획] “화해의 한계를 넘어 ‘화해하게 하는 교회’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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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기획] “화해의 한계를 넘어 ‘화해하게 하는 교회’가 되라”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3.12.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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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모 일간지에 눈에 띄는 광고가 하나 실렸다. 한국 교회 내에서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리고 한 교단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A교회의 ‘교단 탈퇴’ 광고가 그것이었다. 교회가 소속된 노회도 함께 교단을 탈퇴했다. 이틀 뒤인 21일에는 이 교회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에 대한 ‘제명 처리 공고’가 광고로 실렸다. 서로 광고를 통해 치고받았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원로 목사의 개인 신상에 관련된 문제로 총회가 해당 목사의 제명을 결의하자 이에 보복이라도 하듯 교회와 노회가 교단을 탈퇴해 버린 것이었다. 교회도 두 패로 갈라졌다. 원로와 담임 목사를 지지하는 그룹과 교회 개혁을 요구하는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서울 B교회도 이미 10여 년 전 발생한 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계자 교체가 아름답게 이루어졌다고 평가받던 이 교회는, 원로 목사와 후임 목사의 과거 행적들이 문제로 비화되면서 싸움으로 번졌다. 서로의 감정이 격해졌고 사회 법정에 대한 고소가 이어졌다. 교회 또한 두 그룹으로 나뉘어 싸움에 휘말려 들었다. 이 교회는 분쟁 당시만 해도 40여 건이 넘는 고소가 쌍방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시흥의 C교회도 담임목사 개인의 문제로 교회가 분열된 교회. 교인들은 두 패로 갈라져 폭력을 동원한 극한 대립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교회는 분열됐지만 아직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이 교회 또한 사회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나갔다.

이 교회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로 인해 아파하면서 올해를 보내게 됐다. 수습이라는 성탄의 선물로도,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며 올해를 마감하는 송구영신의 의미를 담아내지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교회 내 문제로 혼란에 휩싸인 교회, 내부 문제가 감정으로, 소송으로 번지면서 사회 법정으로 간 교회는 한두 곳이 아니다.

# 교회-총회 결정에 대한 신뢰 없어 법정으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해 한국 교회는 결코 “안녕하다”라는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평온한 듯 보이는 교회들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곪을 대로 곪다 못해 사회 법정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비 기독교인들이 이들을 법정으로 불러내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목회자가, 성도들이 서로를 법정으로 불러내고 있다. 그 추세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에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마다 차이는 있지만 특정한 문제에 ‘이해관계’와 ‘정치적 역학관계’가 더해지면서 분쟁은 감정의 대립을 넘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쟁이 일어나면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교회가 양분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 그리고 교권을 쥔 쪽이 반대측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게 되는데, 법적인 판단보다는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아 사안을 더 극한의 지경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징계를 당한 쪽에서는 이에 불복, 상위 기관인 노회와 총회에 법적 판단을 요청하지만, 정치적 역학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일부 정치 목사들에 의해 문제가 더 심각한 지경으로 빠져들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감정 대립과 법적 대립이 시작된다.

서울 신림동의 D교회도 10여 년 전 이런 경우를 당했다. 총회 재판국이 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실망한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목회자 또한 교회를 떠나는 등 교회가 와해되다시피 했다.

사회 법정으로 분쟁을 끌고 가는 경우의 대부분은 교회의 결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차례 교회 내분을 겪었던 김길상 집사(가명. 47세)는 “교회가 상식으로만 생각하고 판단해도 뭐가 잘못이고 범죄인지를 안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법적 판단과 치리보다는 오히려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치자고 이야기하는 교인들을 교회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 규정해 몰아내려고 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집사는 교회 안에서 대립하던 교인들과 화해하지 못한 채 결국 분쟁 1년 만에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징계를 당한 쪽에서는 “공정한 결정이 아니다”고 생각하고, 교권을 쥔 쪽에서는 “교회를 대적하고 질서를 무너뜨리지 말라”고 한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교권과 대립하는 쪽에서는 결국 교회를 넘어 사회법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갈 수밖에 없게 된다. 교회 분쟁 당시 문제가 있었지만 부목사로서 어쩔 수 없이 담임목사를 지지해야 했던 A 목사는 “사회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성도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사회 법정으로 나가는 모든 사안들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 법보다는 화해로 문제 해결하는 성숙함 필요

그렇다고 분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해의 움직임 또한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지난 해 4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가 열렸던 안산 성광교회에서는 고소 고발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며 반목했던 당시 김철한 감독과 김 감독을 고소했던 신중한 목사가 화해의 포옹을 하며 화해했다. 신 목사가 소를 취하해 김 목사의 감독 직위를 회복시켜주었고, 김 감독은 사죄와 화해를 구했다.

교회가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화해의 결과로 이런 결정을 택한 교회도 있다. 높은뜻섬기는교회. 청량리중앙교회에서 분리된 이 교회는 담임목사의 자질 문제로 성도들이 대립했다. 1년여 동안 지루하게 싸움도 했다. 그러나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높은뜻섬기는교회를 개척해 화해의 손을 내밀면서 교회를 떠났다. 교회를 떠나는 날 교회 입구에 ‘축복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그리고 떠나는 날 주일 점심을 남아 있는 청량리중앙교회 성도들에게 대접했다. 모두가 아쉬움에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교계 관계자들은 “이제 교회가 화해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이유로 교회 분쟁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 2008년 3월 ‘기독교화해중재원’이 출범을 알렸다. “교회는 물론 개인 간에 일어나는 분쟁 또한 법원의 판단보다는 성경적 원리에 따른 평화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화해중재원장 양인평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는 “갈등과 분쟁의 문제를 상호 이해와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로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돕고 노력하는 것이 화해 중재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끝까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법조 경력이 많은 중재인들에 의해 중재 판정을 받게 되고 이 판정은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회와 성도들이 화해중재원을 생각만큼 많이 찾지는 않는 상황. 아직 법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듯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5년 동안 5백 건이 넘는 사건을 접수받아 32% 정도에 대해 화해를 이끌어냈다는 것. 중재 판정으로도 2.2%를 해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위탁받은 20여 건의 사건 중 70%를 조정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2011년 11월 10일 대법원으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유일한 공적 분쟁 해결 기관으로 활동하면서,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부산지방법원 등으로부터 외부 조정기관으로 지정돼, 소송사건의 조정을 담당하고 있다.

화해중재원 관계자는 “교회 소송은 일반 사건과 달리 조정과 화해가 잘 되지 않고 다툼의 내용도 치열하고 인신 공격적이어서 사실 법관들도 재판을 기피한다”고 말하고, “교회 분쟁을 무턱대고 사회 법정으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화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가 너를 고발하는 자와 함께 법관에게 갈 때에 길에서 화해하기를 힘쓰라. 그가 너를 재판장에게 끌어가고 재판장이 너를 옥졸에게 넘겨주어 옥졸이 옥에 가둘까 염려하라”(눅 12:58).

‘화해’를 권고하시는 예수님은 마태복음을 통해서도 말씀하신다. “너를 고발하는 자와 길에 있을 때에 급히 사화하라”(마 5:25). 예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 후에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으니”(고후 5:18)라는 말씀을 통해 우리가 화해하기를 힘쓰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화목하게 하는 사람, 화해하게 하는 교회가 되도록 한계를 넘어설 것을 촉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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