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고전 ‘어거스틴의 고백록’ 새 옷을 입다
상태바
기독교고전 ‘어거스틴의 고백록’ 새 옷을 입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3.12.15 2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재 박사『설교자를 위한 어거스틴의 고백록』발간기념 신학대화 모임

이 시대에 어거스틴이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위대한 신학자이자 설교자, 사상가인 어거스틴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던질까? 세계 3대 자서전 중 하나로 수많은 기독교인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그들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이 새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

기독교 내력의 집안에서 자랐지만 청년기를 세속적 쾌락에 빠져 방탕하게 보내고 이단과 잘못된 사상에 함몰돼 헛된 시간을 보냈던 어거스틴은 기독교인이 된 후 지난날을 회개하면서 자신의 신앙과 성찰을 담은 고백록을 저술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저버린 교회. 오늘날 한국 교회의 안팎에 흐르는 세속화의 흐름과 갈등과 분열의 위기 속에 어거스틴의 고백록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이경재 박사는 은퇴를 앞두고 ‘설교자를 위한 어거스틴 고백록’을 펴내 한국 교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고백록에서 당시에 기승을 부리던 마니교와 신플라톤주의, 율법주의 등을 향해 참된 종교를 변증했던 어거스틴을 재조명했다.

▲ 지난 9일, 감신대 신학과 교수진들은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오찬모임을 갖고 어거스틴의 고백록에 대한 이경재 박사의 책을 놓고 담론을 벌였다
지난 9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과 교수진들은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오찬모임을 갖고 어거스틴의 고백록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더불어 이경재 박사의 책을 놓고 담론을 벌였다. 이들은  고전이 외면당하는 사상적 빈곤의 시대에 그의 책이 오늘날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것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시간’은 하나님의 창조물

이경재 박사는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재조명해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은퇴를 앞두고 시간의 문제에 큰 관심이 갔다”며 “창조는 시간의 비밀이자 인생의 비밀인데 이것이 우리의 실존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다뤘다. 시간의 문제는 곧 죽음의 문제이며 죽음은 절대적 도착점인데 어거스틴은 시간이 하나님의 ‘창조물’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속적 철학은 시간의 문제를 죽음의 부름으로 보는 반면, 어거스틴은 시간을 영원의 부름이라는 해석으로 바라보았다”며 일반 세속 철학과 신학의 큰 차이점이 ‘시간’에 대한 관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영원을 바라보며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 이경재 교수는 “허락된 시간 속에서 선하게 살다가 황혼을 맞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며 “성서해석의 마지막 단계는 사랑으로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작은 예수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최종점”이라고 말했다.

‘고백록’의 구조적 흐름 파악해야

특히 총 13권으로 구성된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소설을 읽어내듯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리학적, 철학적 신학적 통찰력이 요구된다.

이경재 교수는 고백록이 1권에서 9권은 5권을 기점으로 연속성을 가지고 하강과 상승의 유자로 대칭구도를 이루고 있다고 전한다. 1권에서 4권까지 어거스틴이 청년기의 태만과 탐욕과 마니교 이단 사상에 빠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냈다면 5권을 기점으로는 기독교를 믿고 전적인 회심을 통해 변화된 어거스틴의 삶을 하강과 상승의 변증법적 운동으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10권까지는 매우 사변적이고,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며 “기억을 통한 명상으로 삶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신학을 전개하는 스토리텔링의 신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11권은 시간에 대한 영성을 담았다. 오늘날 하이데거로부터 리꾀르, 데리다, 리오타르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본질을 사유하는 사상가들이 씨름한 시간의 신비에 대해 쉽게 풀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12권과 13권은 창세기 1장 1~2절의 천지창조에 대한 주석과 명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창조에 대한 명상과 함께 고백록 13권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자서전적 기술의 어거스틴 고백록을 유턴 구조로 분석한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 이은재 교수는 “어거스틴은 수사학자로서의 글을 해석학자가 분석해 좋은 통찰력을 제시했다. 유턴구조의 흐름을 잘 알지 몰랐던 이들이라면 고백록을 읽고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성경구절을 삽입해 당시대에 어거스틴이 고민했던 흔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측면으로 꼽았다. 성경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했던 어거스틴처럼 우리도 말씀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최고의 메시지

박종천 총장은 어거스틴이 고백록이 오늘날 세속화의 물결에 휩싸인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짚었다. 특히 그는 로마서 13장 13~14절이 “모든 것이 현실이자 영원이신 하나님 앞에 가장 현대적인 메시지이자 어거스틴적인 신학의 핵심”이라고 했다.

박 총장은 “21세기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최고의 가치는 명예, 돈으로서 교회 내에서는 교권투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정 반대되는 일인데 오늘날 교회에까지 세속적 가치와 정욕적 행복을 추구하는 흐름이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이 현대인들에게 돈, 정욕, 명예로 만족시킬 수 없는 영원한 행복이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며 “어린아이의 언어로 성령님의 음성을 들은 어거스틴처럼 이 시대의 탕자들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복의 추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소통의 메시지가 되어 복음을 전파할 때 현대인들이 회심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송성진 교수도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종교를 초월해 모든 이 시대의 사람들, 특히 행복을 간절히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며 “이경재 교수의 책은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 모든 현대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민 교수는 “어거스틴의 성서해석의 절대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에 있으며 고백록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며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의 핵심인 사랑을 전하는 사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백록’의 가이드 제시

‘고백록’은 직접적 화법으로 서술된 책이 아니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며 골똘히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도 많이 있다. 그러한 난해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박종천 총장은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실제 목회현장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경재 박사의 이번 책은 목회자가 읽기 좋은 고전에 대한 일종의 주석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혔다.

선한용 박사도 “어거스틴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이경재 교수의 책이 고백록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설교자들의 사상적 깊이가 얕은 시대에 저자가 책의 대상을 설교자를 집중적으로 삼았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진단한 이후정 교수는 “실력과 영성이 없는 이가 상업화된 목회를 하면서 위대한 신앙 선배들의 고상한 목회 모델을 잃어버렸다”며 “고전을 읽지 않는 현대 세대에 이 책이 교회를 성숙시키는 귀중한 사명을 잘 이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