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공적 가치, 학교에서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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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공적 가치, 학교에서 펼치자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11.27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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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남짓 한국의 기독교 역사, 긍정적 영향 충분히 끼칠 수 있는

좋은교사운동,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세미나에서 찾는 한국교육의 나아갈 길 <하>

영국은 오랫동안 기독교가 국교였기 때문에 공교육의 전개과정에서 기독교가 직•간접적으로 상당항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에 비해 한국은 기독교가 교육에 영향을 미친 것은 100여 년 남짓하다.

하지만 오늘날 영국은 정치적으로 자유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하고,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속화됐다.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종교가 다원회되었다. 이러한 영국의 상황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영국은 기독교가 국교인 만큼 학교에서 기독교적 종교교육을 하는 것에 별 저항이 없었다. 이후 다종교 사회가 되면서 비판적 검토가 있었지만 영국 국립학교는 예배를 드리고 종교교과를 필수로 가르치고, 사립공영 보조학교나 사립공영 운영학교 등 주 기독교 단체가 설립한 학교에 대해서는 여전히 종파교육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학교교육에 기독교적 영향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것.

사실 한국의 기독교계 학교는 근대화 시기 한국 공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이념, 운영 전반에 걸쳐 기독교적 정신에서 벗어나 무늬만 남거나 오히려 비리, 전횡 등 사회적 문제를 노정하는 학교들이 급증했다.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김진우, 임종화)이 지난 15일부터 5주간 진행하는 ‘근대 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기획 연수 두번째 시간에서 유재봉 교수(성균관대)는 “영국의 기독교가 공교육에 어떤 긍정적, 부정적 역할을 했는지 탐색해봤을 때 한국의 기독교가 공교육에 관여하는 방식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에는 많은 기독교학교들이 존재하며 계속해서 기독교대안학교들이 많이 설립되고 있다. 기독교대안학교들은 기존의 학교교육이 지니는 한계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는 기독교적 대안성을 추구하고 있다. 미션스쿨에서조차 성경수업과 예배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교육현실 속에서 명실상부한 기독교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경주되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대안학교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16일 열린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 제8회 학술대회에서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기독교대안학교에 대한 비판 중 가장 큰 것은 ‘공공성 결여’”라고 설명했다. 기독교대안학교는 공립학교도 아니며 대부분 공교육 체계 속에 편입되어 있지도 않다. 그러나 기독교대안학교도 교육기관과 학교로서 공적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대안학교를 비롯한 기독교 학교는 어떤 공공성을 지녀야 할까?

일반적으로 교육의 공공성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 뚜렷하게 나와있지 않다. 교육의 주체가 국가나 공공기관인 경우를 일컫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교육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느냐다.

유재봉 교수는 “기독교가 공교육에 공헌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교회가 학교를 설립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설립 목적은 복지적 동기와 선교적 동기로 나눌 수 있다. 유 교수는 “복지적 동기는 자선학교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에 소외되어 있으면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를 설립해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선교적 동기는 교회 부설학교에서 볼 수 있듯이, 기독교의 교리와 이념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해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은 공교육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독교대안학교가 복지적 동기와 선교적 동기를 가지고 출범했지만 왜 비판을 받는 것일까? 박상진 교수는 “오늘날 기독교가 공적 책임을 보다 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지나치게 교회 울타리 안에 갇혀 있고, 비기독교 진영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며, 공적 이슈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경향조차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기독교적 공공성은 기독교적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공공과 소통하며 공적 영역의 발전을 위해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기독교와 공공성의 관계에 있어서 공공성을 우선시하거나 기독교와 공공성을 수평적인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닌 기독교적 입장을 강조하되 공공의 영역으로 기독교적 실천이 확장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와 공공성이 소통과 대화를 하지 않으면 기독교적 접근이 지나치게 폐쇄적인 입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기독교적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 소통과 대화에 대해서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적 공공성은 단지 기독교와 공공성이 만나는 교집합이 아니다. 기독교적 정체성 안에는 이미 공공성의 근원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기독교적 정체성의 연속선상에서 공공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즉, 기독교적 정체성이 이미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잘 구현하는 것이 과제다. 기독교적 공공성이 기독교성과 공공성의 교집합이 아닌 기독교성에 기초한 공공성이 될 때 기독교성에서부터 공공성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공급된다. 박상진 교수는 “기독교적 정체성의 연속선상에서 기독교적 공공성을 추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님 나라 신학’이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이 공공성을 구현하는 과정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기독교대안학교가 어느 정도 공공성을 지니는 지에 대해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기독교적 교육 공공성’에 대해 기준을 추출했다. 이를 통해 교육목적, 교육대상, 교육과정, 법적 지위, 교육비용에 있어서 공공적 가치 추구 여부를 파악하고, 하나님 나라의 지표를 어느 정도 구추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먼저 교육목표에 있어 ‘섬김, 나눔, 봉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공공성은 강하게 나타났지만 ‘정의, 평화, 통일, 환경, 다문화’에 있어서는 의도적인 ‘기독교적 공공성’에 대한 교육의 필요가 강조됐다. 교육과정에 있어서는 교육내용이 공적 가치를 함유하는 것과 공교육과 소통하는 면에 있어 공공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파악됐다. 개인적인 신앙양육의 차원이 아닌 정의교육, 평화교육, 환경교육, 통일교육 등에 있어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충분히 이뤄지는 기독교적 공적 가치가 요구됐다. 이외에 교육경비에 있어서 설립주체인 교회와 단체들의 지속적인 후원 모색, 교육기관 및 시설 인정 등이 요청됐다.

유재봉 교수는 “한국 기독교가 공교육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은 학교 수준에서 기독교 교사의 교육과 학생지도에 헌신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현장에서 기독교 교사가 기독교적 마인드로 학생을 대하고, 좋은 교육을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겉으로 결과가 쉽게 드러나거나 폼나는 일도 아니”라며 “오히려 그 일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종교개혁자들이 가졌듯이 우리가 교사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명의식과, 그것이 우리의 존재이유라는 의식을 가지고 교육의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것이 공교육을 발전시키는 유일하고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대안학교운동은 자칫 다른 형태의 신자유주의 교육운동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미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확산되고 있는 기독교 학교 운동 및 홈스쿨링 운동은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 교육도 기독교적 공적 가치인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고, 이웃과 국가, 세계를 섬기며 봉사해야 한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이루는 교육이 실천되어야 한다.

박상진 교수는 “온전한 복음, 온전한 기독교는 공적 가치가 구현되는 것까지 포함한다”며 “세상이 요구하는 공공성의 수준에 맞추거나 머무르는 것이 아닌 자기를 부인하고 온전히 하나님 나라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기독교 학교가 기독교적 공적 가치를 힘있게 구현해 공교육의 진정한 모범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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