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풍성함’을 한국교육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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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풍성함’을 한국교육에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11.20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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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독교 복음화 128년, 그 초심과 설립 이념의 뿌리를 되찾아

좋은교사운동,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세미나에서 찾는 한국교육의 나아갈 길 <상>

지난 15일 저녁 7시 서울대학교 부근 좋은교사운동본부(공동대표:김진우, 임종화) 세미나실. 하나둘씩 ‘선생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서로를 소개하는 자리, 서울 근교에서 모여든 초중고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면 기독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전할 수 있을지, 갈증을 해소하고자 찾아왔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후 서울 새문안교회(담임:이수영 목사) 언더우드 교육관에서도 ‘기독교 학교의 공공성’을 주제로 제8회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 교수)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들 또한 기독교 학교가 공교육에 있어 정체성을 바로 잡고 어떤 방법을 모색해 나아갈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독교사, 기독교 학교는 세상 속에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혁을 하고자 하는 목소리 또한 크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15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5주간 ‘근대 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기획 연수를 진행한다. 독일, 영국, 미국, 한국, 덴마크의 공교육을 살펴보면서 한국 교육에 어떻게 기독교를 접목시킬지 살펴보는 시간이다.

첫 세미나는 한국교육개발원의 김창환 본부장이 ‘독일 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의 주제로 문을 열었다.
이미 중세시대부터 교회가 교육을 독점해 오늘날에 이른 독일의 교육은 곧 기독교 교육이다. 중세사회는 삶의 모든 분야에 있어 기독교가 지배하던 사회였다. 때문에 학교는 교회의 부속기관이었다.

이후 르네상스에서는 종교개혁이 일어나 이전의 삶이 종교적 틀에서 벗어나 독립해 기독교 국가가 세속 국가로, 기독교 사회가 세속적인 사회로, 기독교 문화가 세속적인 문화로, 기독교 예술이 세속적인 예술로, 기독교 교육이 세속적 교육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김 본부장은 “종교개혁은 인간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며 전동과 중세적 질서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움직임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루터는 신과 인간의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관계와 내면적인 신앙만이 종교적 삶이 바탕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개인의 체험, 양심이 이성적 판단, 종교적 책임을 중요시했다.

무엇보다 종교개혁은 근대 공교육을 출발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만인제사장설’은 교육의 대상 영역을 확대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종교개혁은 모든 기독교인들이 사제의 중재 없이 독자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를 읽고 해설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김 본부장은 “일반 교인들이 제사장으로서의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서 말씀을 이해, 해석하고 이를 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함을 느꼈다. 때문에 교육은 필수적으로 요청됐고, 종교개혁은 교육의 대상 영역을 성직자 소수에서 모든 사람에게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독일 교육의 장은 ‘교회’에서 ‘가정과 학교’로 확대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독일 교육에 있어 종교교육은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종교수업을 통해 학생의 종교적 인성을 키우고,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독일 교회가 독일 공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 독일 교회는 국가와 협력하며 보편적 교육기회 실현, 사회 정의 구현 등 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반면 한국 공교육 속 ‘기독교 학교’와 ‘교회’의 모습은 어떨까?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온 독일 교회의 교육제도와 달리 한국의 복음화는 이제 겨우 100년이 넘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해왔고 기독교 학교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정체성’이다. 설립 이념과 다르게 운영되는 기독교 학교가 많고 공교육 속에서 운영되는 기독교 학교가 교육법과 제도 속에서 제대로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8회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학술대회에서 ‘교육법과 제도에 나타난 기독교 학교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주제로 발표한 김재웅 교수는 “기독교 학교에서의 ‘종교교육’ 문제는 소위 ‘강의석 사태’ 이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고, 이로 인해 종전 관행처럼 해 오던 ‘종교교육’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며 “기독교 학교의 건학이념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많은 기독교 학교들은 소위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독일 공교육의 전개과정을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로 살펴보면 한국 공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공교육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교육은 가정교육과 교회교육에서 국가교육으로 공교육의 중심축이 변화했다. 국가는 국가의 존립과 국가공동체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공교육을 수단으로 파악하고 이용해왔다. 교육이 근본적으로 학생 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 구현과 배치된다. 공교육이 의도하는 국가적 목적은 학생 개개인을 통해 달성되기 때문에 공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기독교 학교들이 학생의 선발, 교사의 충원, 교과 과정의 운영 등에 있어 자율성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립학교도 국가가 운영하는 공교육체계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재웅 교수는 “이러한 공교육 제도 아래 사학은 운영상의 자율성보다는 공공성을 더 요구받게 되어 있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사학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민하고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기본법’과 ‘교육과정 총론’에 명시된 교육적 가치를 검토하고, 국가사회적이고 교육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교육의 주체들이 교육적 가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공학, 사학 모두 공공성과 자율성을 충족해야 한다.
현행 교육관련 법률상 규정들이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0조 1항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위헌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종교 과목 이외의 과목 복수 개설이라는 정부의 교육과정 지침 속에서 기독교 학교들은 한정된 의미의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해답은 법률과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기독교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내실화에 있다. 기독교 학교가 종교 교과를 통해 기독교 교리를 가르치고 예배를 드리게 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교육적 원리에 충실한 방법으로 종교 교과를 다뤄야 한다. 종교적 가치 체험이 이뤄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종교교육은 일종의 종교적 폭력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회는 교육에 있어 사명과 가치에 기초해 국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협조하고, 잘못된 가치를 추구할 경우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창환 본부장은 “국가에 대해 교회가 협력적-비판적-건설적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재웅 교수는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잠재적 교육과정’을 제안했다. 그는 “학교가 공식적으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학교의 실천적인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동안 얻게 되는 경험을 통한 잠재적 교육은 학생들의 정서적 측면에 영향을 미치며 그 효과가 지속된다”며 “교육방식부터 기독교의 정신과 가치가 구현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이것을 보고 체험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기독교적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이는 기독교 학교의 공공성과 자율성 강화를 위한 법적 개선에 앞서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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