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갈 때 성경과 함께 들고 갈 한 권의 책으로 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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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갈 때 성경과 함께 들고 갈 한 권의 책으로 남길”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11.19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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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지도, 편집까지 모두 혼자서 책(바이블 웨이) 만든 한국컴퓨터선교회 이영제 목사
▲ 10여년간 '바이블 웨이'의 출간을 위해 노력한 한국컴퓨터선교회 대표 이영제 목사. 그는 이 책의 원고는 물론 편집, 출판까지 혼자 도맡았다.

책을 만든다는 일은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대충만 살펴봐도 원고를 써야하고, 그 원고의 설명을 뒷받침해줄 삽화나 사진도 찾아야 하며 저작권이 있는 자료들이라면 저작자에게 사용을 허락받아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글에 대한 교정, 교열은 물론 책의 디자인까지 신경써야 한다. 책이야말로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인간이 만든 하나의 걸작품 중 하나다.

이런 책을 혼자서 만든 사람이 있다. 그냥 책이라면 놀라울 것도 없다. 그런데 그 책이 두꺼운 겉 표지를 가진 양장본 서적이라면, 성경의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들을 지도로 나타낸 컬러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책을 편집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배워 직접 편집 작업까지 마쳤다.

한국컴퓨터선교회 이영제 목사는 얼마 전 ‘바이블 웨이’를 출간했다. 5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는 200여 장의 지도가 실렸다. 그 중 50여 장의 지도는 성경에는 나와 있는데, 한 번도 그려지지 않은 것들이다. ‘바이블 웨이’의 출간을 10여 년간 준비한 이영제 목사를 만났다.

해설서에 지도가 들어간 까닭

▲ 그 결과물 '바이블 웨이'

“서툰 목수가 자신이 살 집을 만들듯 책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기 시작했죠. 어떤 때는 프로를 능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떨 때는 서툰 티도 나는 ‘바이블 웨이’는 그런 책입니다.”

직접적으로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5년 전 쯤이었다. 설교를 준비하다 보니 성경을 공부하던 시절 정리해놓은 자료들이 모두 따로 떨어져 있어 한데 묶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오래된 자료들은 다듬어서 쓰기도 했고, 없는 것은 새로 만들었다. 그런 시간들을 생각하니 10년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마인드 맵’으로 이뤄진 성경 해설서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출간을 준비하며 발견한 책 한 권이 방향을 바뀌게 했습니다.”

1912년에 ‘죠션예수교쟝로회’에서 발행한 ‘예수행젹공??디도공부’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스왈른 선교사는 미북장로회 파송 선교사로 1894년 함경남도 원산선교부에서 사역했다. 이 책에는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 지도가 그려져 있고, 예수님의 행적을 따라 성경을 공부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었다.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왈른 선교사의 책을 보고 당시에 믿음의 선진들이 얼마나 성경에 대해 꼼꼼히 공부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장로교 신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또 “성경에서 지명이 나오면 그저 지나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지적하며 “성경의 위치와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성경을 제대로 깨닫기 위해서는 인명과 지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우리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옛 지도를 살펴보듯, 성경을 공부할 때도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경은 ‘흐름’을 알아야
성경을 너무 주제별로 공부하는 한국 교회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성경에서의 여러 가지 사건들은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그 흐름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의 보완을 위해 바이블 웨이에서는 성경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성경을 전체적으로, 순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또한 책에는 성경 속 배경에 대한 이야기들도 속속들이 들어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얻길 바라는 것은 ‘성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성경 전체를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최대한 이해시키자는 욕심이 컸습니다. 독자가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내용과 지도를 추려야했습니다. 주석책은 아니지만 많은 설명이 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투적 설명은 지양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요점에 대해 이야기했죠.”

막연히 성경을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성경을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 책을 마주했을 때 어느 부분을 얼마나 봐야겠다고 깨닫는 책이 되길 바란다는 이 목사. 그는 이 책이 무인도에 떨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성경과 함께 가지고 갈 한 권의 책이 되길 바란다.

▲ 이영제 목사가 출판편집 프로그램으로 '바이블 웨이'를 편집하고 있다.

넘기 힘든 벽 앞에서
어려운 과정도 있었다. 1986년 한국컴퓨터선교회가 시작된 후로 줄곧 컴퓨터를 사용해온 그 였지만, 원고나 편집했던 판형이 날아가 버리는 현상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그 때마다 좌절감도 느꼈고, 힘도 빠졌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힘에 의지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제가 하나님 믿지 않았으면 몇 번이고 그만 뒀을 거예요. 이게 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선교를 위해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해낼 수 있었던 것이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나님이 그를 성장시키신 것은 물론이다. 나름 성경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그가 책을 준비하며 깨지기 시작했다.

“제일 문제가 된 부분은 성경에서 근거를 찾기 어려운 문제들 이었습니다.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논리적 충돌이었죠. 이런 문제들이 나타날 때마다 성경 본문을 수없이 읽고, 또 읽으며 지도를 다시 그린 것이 몇 차례인지 모릅니다. 그러다 하나님께서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시고,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의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죠. 그야말로 하나님 은혜입니다.”

이 책은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다. 출판등록도 마친 단행본이지만,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선교하는 사람들 이야기’ 그룹에서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만 신청해 구입하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는 바이블웨이를 교재로 한 세미나도 열린다. 책을 활용해 성경을 전하고 싶은 선교사들을 위한 이 목사의 배려다.

“누가 저를 이끌어주셨는지 알고 있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한없이 느끼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주님의 은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함께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영제 목사 페이스북 : www.facebook.com/kcmkr, 이메일 : lee@kc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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