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특집> “하필이면”, 긍정적 감사 용어로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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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특집> “하필이면”, 긍정적 감사 용어로 사용하자
  • <객원기자=이성원>
  • 승인 2013.11.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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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추수감사절 날 함께 손을 잡고 감사기도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을 훈훈하게 할 감사 이야기들

11월 셋째 주일은 교회가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로 지킨다. 한 해를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한다는 뜻에서 의미가 깊다. 여기 추수감사절 강단이나 그밖의 행사 때에 도움이 될 만한 훈훈한 이야기들이 있다. 방송과 영화, 책 등 여러 미디어에서 건진 감사 예화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방송에서 건진 예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고백
“신자에겐 화가 복이 된다”

지난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무대를 떠났던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씨가 최근 2013 한•중•일 아시아 투어를 마치며 언론에 감사의 ‘간증’을 밝혀 화제가 됐다. 정경화 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손가락 부상으로 5년 동안 연주를 쉬면서,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니까 ‘무슨 뜻으로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생각했고, ‘화(禍)가 복이 된다’ 라던 어머니의 말씀을 수만번 떠올리며 지냈다”며 그후부터는 오히려 연주에 더욱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혹시 손가락 보험을 안 들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보험은 하나님한테 드는 거다. 뭐하러 보험을 드느냐’고 했던 어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나타냈다.

정경화 씨는 지난 달 초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서 갑작스러운 부상을 어떻게 이겨냈느냐는 질문에 “부모님에게 신앙을 물려 받았다. 힘든 일이 오히려 좋은 일이 된다고 교육을 받았다. 항상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겠지 하고 받아들였다. 오히려 지금까지 받은 은혜가 컸다”고 간증했다. 사회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믿는 사람은 감사한 게 첫째입니다. 감사하고 사랑, 이 두 가지예요”라고 답했다.

영화에서 건진 예화
‘블라인드 사이드’, ‘그래비티’
감사의 의미를 되짚어준다

지난 2010년에 개봉한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는 실제 미식축구 스타 마이클 오어를 소재로 만든 영화. 어린 시절 약물 중독에 걸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진 후 사회에서 버림받던 흑인 ‘마이클 오어’가 추수감사절 전날 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한 백인 가정을 만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뛰어난 미식축구 선수가 된다는 내용이다. 실존 인물인 부유한 백인 여자 ‘앤’은 다른 거만한 백인 상류층 여자와는 다른 선한 모습을 보여주며 가난한 흑인 ‘마이클 오어’를 훌륭한 선수가 되도록 뒷바라지 해주는 과정이 많은 감동을 준다. 특히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앤의 가정과 흑인 마이클이 추수감사절 날 함께 손을 잡고 식탁에서 감사 기도를 드리며 소통하는 장면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Gravity)’ 역시 우리가 무심하게 넘겼던 일상을 소중하게 일깨워주는 명작. 우주에서 우주선을 수리하다가 재난을 당한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평소 우리가 숨 쉬는 것, 흙을 밟고 있는 것, 걸어 다니는 것 등 사소한 모든 것이 새삼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중력’이란 뜻의 영화제목처럼, 때로 우리를 힘들게 잡아당기는 삶의 모든 짐들마저 오히려 감사하게 다가온다. 이런 포인트를 가지고 추수감사절 때 교회에서나 가정에서 함께 감상해도 좋다.

에서 건진 예화
내 생애 단 한번(장영희 저)
‘하필이면’의 역설적 감사

암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항상 긍정적인 글로 많은 감동을 주었던 장영희 교수의 수필. 국어문화운동본부에서 준 ‘올해의 문장상’까지 받았다. ‘하필이면’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필이면 왜 나에게 이런 나쁜 일이 생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장 교수가 조카에게 곰 인형을 선물로 줬다. 선물을 받은 조카가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이모, 이걸 왜 하필이면 내게 주는데?” 조카는, 다른 형제나 사촌도 많이 있고, 자기는 이 선물을 받을 자격도 없는 것 같은데 선물을 주니 너무 고마워서, ‘하필이면 왜 내게’ 주느냐고 한 것이다. 외국에서 살다 온 그 조카는 한국말에 서툴러서 ‘하필이면’을 긍정적으로 쓴 것이다.
장 교수는 이때 새로운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는 내게 좋은 일은 감사하지 않고, 나쁜 일만 ‘하필이면’ 내게 일어났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좋은 일에 그 ‘하필이면’을 붙이면 큰 감동이다. 매일 많은 사람이 사고를 당하는데 하필이면 왜 나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며, 하필이면 왜 나는 부모님이 계시며, 하필이면 왜 나는 건강하며, 학교도 다니며, 일터도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세상엔 아직도 신앙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들이 있고, 구원받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하필이면 왜 나는 구원받았는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넘겨버렸던 감사거리들을 ‘하필이면’에 붙여 생각해본다면 새삼 내가 받은 감사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역사에서 건진 예화
중종 때 선비 김정국의 감사
늙은 선비의 열 가지 필수품

조선 중종 때 선비 김정국(金正國)은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항상 만족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늘 다섯 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는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밥 먹는 것을 본 사람들은 세 가지 반찬을 넘는 적이 없음을 알고 왜 “다섯 반찬이라 거짓말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두 가지는 보이지 않은 반찬이기에 자네들이 보지 못했을 뿐이네” 하고, “배고팠을 때 밥을 찾아 먹으니 시장이 반찬이요, 반드시 밥과 국을 따뜻하게 해 먹으니 그것이 보이지 않은 두 가지 반찬일세”라고 답해서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그는 또한 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은 집 몇 칸 장만하고 논밭 몇이랑 경작하고 겨울에는 솜옷, 여름에는 베옷 몇벌에, 잠자리에 누우면 남은 공간이 있고, 옷을 입고도 남은 옷이 있으며, 주발 바닥에는 먹다 남은 밥도 있어, 이 여러 가지 남은 것을 자산으로 삼아 한 세상 으스대며 산다고 가난한 선비의 당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늙은 선비의 열 가지 ‘필수품’도 있다고 소개한다.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벗 한 사람, 신 한 켤레, 잠을 청할 베개 하나, 바람 통하는 창 하나, 햇볕 쪼일 툇마루 하나, 차 달일 화로 한 개,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한 개, 봄 경치 즐길 나귀 한 마리가 이것이다.

고사성어에서 건진 예화
후한 학자 최원의 ‘좌우명’
‘은혜 받은 것을 잊지 마라’

우리가 흔히 ‘좌우명(座右銘)’이라고 쓰는 말은 중국 후한 시대 학자 최원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려서 부모를 잃은 이후 형을 살해한 자를 직접 처단해 옥에 갇히는 등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서예가로도 유명한 그는, 이런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 속에서 좌우명을 남겼다. 앉은 자리(座)의 오른 쪽(右)에 늘 수양이 되는 격언을 새겨놓고(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좌우명은 이렇게 시작된다.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無道人之短) 나의 장점을 자랑하지 마라(無說己之長) 남에게 베푼 건 기억하지 말고(施人愼勿念) 은혜를 받은 것은 잊지 마라(受施愼勿忘).’ 인간의 본성은,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기기 쉽다. 살면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로 여겨졌으면 좌우명의 첫대목으로 삼았을까. 추수감사절을 맞아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골2:7)는 말씀과 함께 명심해야할 이야기다. <객원기자=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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