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대주교, '음주와 흡연, 동성애'에 대해 답하다

한국교회 청년들과 대화... 교회는 연약한 자들이 모이는 곳 김동근 기자l승인2013.11.04 17:24:43l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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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지난 3일 서울 정동의 주교좌성당에서 청년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실패를 하고 일을 그르치고 심지어 타락한다고 해도, 예수님은 우리를 꾸짖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의 곁에 계신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지난 3일 서울 정동의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오전 예배가 끝나고 프란시스 홀에는 청년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세계 성공회의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청년들을 만나는 시간을 마련했기 때문. 그가 약속 장소에 들어서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질문자 : 세계적인 경제침체 가운데 청년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오래 타격을 받습니다. 신자로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이런 상태를 내면화하고 기도하며 일만 하면 되는 건지 이에 대한 교회의 대답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스틴 웰비 대주교 :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우리 성공회의 전통으로 돌아가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기도와 행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단지 “기도하십시오”라고 말할 수도 없고, 기도 없이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부터 하자”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두 가지였는데, 성령이 오실 때까지 예루살렘에서 기다리라는 것과 복음을 들고 전 세계로 가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도와 행함입니다.

재밌는 예를 들면 지금 영국도 경기침체로 매우 어려운데, 그런 상황에서 고리대출업체들이 들끓고 있습니다.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요, 저는 “고금리는 죄악”이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되돌아 왔죠. 당장 그들의 대출사업을 금지시키면 더 악덕 대부업체들이 늘어날 것 같아서 “그들이 더욱 선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고 대답했죠.

얼마 후 영국 성공회 교회들을 중심으로 NGO와 함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합리적 금리의 신용협동조합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을 위한 기도가 있었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었던 거죠.

질문자 : 영성은 좋지만 교회는 싫다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랭 드 보통부터 도킨스까지 다양한 ‘무신론’이 청년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우린 어떻게 반응해야 합니까?

영성에는 관심 있는데, 제도 교회는 싫다는 말이라면 짧은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먼저 교회가 무엇보다 겸손해야 합니다. 강요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죠.

신학적으로 봤을 때 캔터베리 대주교나 신학생이나 모두 주님 앞에서 죄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을 전도할 때 교회에 오면 복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는 연약한 이들이 가득한 곳이라고 솔직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하셨던 그대로 하면 됩니다. 그들을 우리에게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영국도 급격히 교인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프레시 익스프레션’이라는 운동이 생겨났습니다. 교회의 새로운 모형을 고민하는 모임이죠. 사제를 준비하는 이들이 새로운 장소(클럽, 바, 영화관 등)에 교회를 세우고 실천하는 모습이죠. 이런 노력들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질문자: 성공회는 성직자의 결혼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사제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것이 교회의 일치를 방해하지는 않을까요?

아시다시피 성공회는 사제들의 결혼은 허용합니다. 제게도 다섯 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여성 성직자들도 있으며 머지않아 여성 주교도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의 교황께서도 “성직자들의 독신 생활을 제한할 이유는 없지만 다른 걱정 없이 성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는 결혼이 교회의 일치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성직자의 결혼을 인정하는 가톨릭 교회들도 있습니다. 성공회에서 여성 성직자를 서품하는 이유는 성서, 전통, 이성 등 때문인데, 성서에도 쓰여 있고 현대사회의 이성도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여성의 리더십을 무시할 수는 없죠. 하지만 교회간의 의견이 분분한 것은 사실입니다.

질문자 : 한국 개신교회의 60% 이상은 보수적 장로교인데요, 음주와 흡연 문제가 신앙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처럼 여겨집니다. 이에 비해 성공회는 자유로워 보이는데요, 음주와 흡연 문제는 비본질적인 문제입니까?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술을 마시고 담배는 피우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이견이 있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들보고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제가 틀리고 그들이 옳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흡연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배를 피우면 돈을 많이 쓰게 되고, 암 발병률은 올라가며 수명도 줄어드는 등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흡연은 죄악이라기보다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왜 술을 마시게 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알콜중독이셨기 때문이죠. 그래서 술을 남용하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 부분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저의 개인적 신앙으로 봤을 때 흡연과 음주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을 성경에서 찾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의 자녀들에게 술을 마실 수도 있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책임감을 가지라고 당부하죠.

술집이 즐비한 리버풀 거리에서 싸움은 자주 일어납니다. 난장판이죠. 하지만 우리가 식사하며 가족들과 함께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것은 얼마나 좋습니까? 음주와 흡연 문제로 다른 이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질문자 : 한국에서는 성소수자를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않더라도, 정서적, 신앙적, 신학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한 성소수자를 하나님의 식구로 받아들이자는 입장은 여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 사항에 있어서는 세계의 성공회 교회들이 모두 다른 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 성공회의 공식 입장은 ‘성적인 문제는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한 남성과 여성이 만나는 데서 이뤄진다는 것’ 입니다. 그렇지만 영국 많은 주교들의 생각은 성적 지향만으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들을 위한 교회도 있는 것이죠.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중 96%가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적 지향 때문에 누군가를 구분 짓고 차별하는 행위도 죄악입니다. 성적 지향이 차별과 소외, 제외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성적 지향 문제에 있어 개인적으로는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복음을 전하는 입장에서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정답을 드릴 수 없는 것은 지금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거룩한 모습을 지키며 사랑의 포용을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질문자 :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제가 매일 아침 하나님 앞에 다짐하는 기도는 두 가지입니다. 저에게 하나님을 보여주시고, 오늘 하루 단 한 사람이라도 더욱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도록 인도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실패를 하고, 일을 그르친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타락한 모습을 가지고 살고 있다 해도 예수님은 우리를 꾸짖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곁에 계신다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씀할 것이라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동근 기자  dgkim@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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