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스토리 텔링’ … 진정성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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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스토리 텔링’ … 진정성을 나누다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10.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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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의 목소리 듣는 WCC 사전대회 무엇을 했나
▲ 세계 각국에서 모인 WCC 참가자들이 자신이 속한 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10차 WCC 부산총회가 사전대회(Pre-assembly)로 실질적인 시작을 알렸다. 지난 28일과 29일 이틀간 열린 사전대회는 장애인, 청년, 여성, 원주민 등 네 개의 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별히 WCC 안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가진 생각을 WCC에 피력하며 어떻게 그들이 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들로 채워진 사전대회. 4개의 분과들은 각자의 색깔을 뽐내며 이번 총회의 주제 ‘정의, 평화, 생명’을 드러냈다. 국제대회인 만큼 약 100여 개 국가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각자의 교회, 사회가 가진 문제점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문제를 교회가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느냐에 대해 심도 높은 논의를 이어갔다.

여성의 잔치에 ‘남성’ 첫 초대
여성 분과의 사전대회는 2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WCC 여성위원회의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최초로 남성들을 초대해 대회를 진행한 것이다. 둘째 날 오후에는 남성들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그 안에서 의논된 내용들을 여성들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대회에 참석한 남성들은 “여성평등 공동체를 설립해 지금까지 활동해온 점에 감사드리며, 우리 남성들도 함께 협력하겠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폭력을 정당화하고 미화했던 남성성의 문제에 대해 반성한다”고 고백해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성평등 공동체를 지지하는 성명서도 발표됐다.

▲ 여성 분과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찬양하고 있다.

또한 논의 시간에는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드러내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자는 흐름이 이어졌다.

성경공부 시간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던 광경이 벌어졌다. 인도자 한 명이 나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본문이 주어지고 참가자들이 그룹으로 토의하는 시간이 만들어진 것. 그룹에서는 주어진 성경본문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주제를 찾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공동대표 최소영 목사는 “한 가지 말씀 속에서 굉장히 다양한 주제가 부각됐고, 그 속에서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이야기하며 대안을 발견하는 시간이 굉장히 흥미롭고 은혜로웠다”며 “이번 총회를 통해 아직까지 양성평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한국 교회가 여성들을 충분히 돕고 함께 일하는 공동체로 바뀌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원한 약자 ‘장애인’ 지원 계속돼야
장애인 대회에서는 한국 교회가 마련한 세션이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과 함께’라는 주제를 가진 첫날 오후 순서에서는 한국 교회의 장애인 운동 영상 등이 상영됐고, 관련 문서도 발표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장애인소위원회 황필규 목사와 최대열 목사가 나서 ‘한국 교회와 장애인 운동의 전환’, ‘장애인과 함께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세계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 장애인 분과의 참가자들. 오른쪽 두번째 EDAN 위원장인 이예자 선생


황 목사는 “21세기 장애인 선교의 핵심은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라며 “장애인 당사자의 수용, 참여, 평등의 가치가 반영되는 주체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필요와 요구를 알아야 한다”며 “육체적 질병, 영적으로 악한 세력, 사회적 관습, 종교적 편견 등에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열 목사는 한국 장애인 신학에 대해 설명하고 신학적 반성을 내놓아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WCC 내 장애인 네트워크 EDAN의 위원장 이예자 선생은 장애인과 관련해 세상에서 많은 긍정적 변화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며 “WCC 총무와의 대화에서 이제는 장애인 부분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말이 좋아 자유지 이제는 WCC가 장애인 부분을 다룰 필요성에 대해 못 느낀다는 말로 이해가 됐다”며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위한 지원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 청년 분과의 저녁 프로그램에서 한 청년이 '평화'를 들고 있다.

이주자로 살아가는 ‘청년’ 돌아보자
청년 대회는 총회에 대한 설명과 진행방식, 배경 설명 등의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테마틱 그룹에서는 ‘화해, 생태정의, 청년이주(이주민, 이주노동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화해 부분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생태정의에서는 환경문제와 경제발전 문제가 연계돼 논의됐고, 청년이주 문제는 실제적으로 이주민,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이 청년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이들을 위해 교회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또한 청년 분과에서는 모든 주제에서 ‘스토리텔링’ 방식의 진행이 눈길을 끌었다. 틀에 박힌 이론보다 각국에서 온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연출된 것.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이번 총회에 어떤 방식으로 제안할 것인지에 대한 토의로 이어져 대회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특별이 한국 세션은 한국청년학생준비위원회가 총회를 앞두고 구성돼 저녁기도회, 저녁식사, 한국문화의 밤, 아시아 목소리를 담은 강의 등을 진행했다.

한국의 전통음악과 국악 풍물패들이 함께 벡스코를 돌며 흥을 돋우고, 저녁식사 시간에는 여러 가지 재료들이 모여 맛을 내는 우리 전통음식 비빔밥을 활용해 ‘다양성 속 일치’라는 에큐메니칼의 명제를 다시금 찾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대회에 독일교회 총대로 참여하게 되는 슐라미트 크리에너 씨는 “청년들이 모여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게 됐다”며 “청년들의 시선을 총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프리카 카메룬 세계학생기독교연맹(World Student Christian Federation) 소속으로 이번 총회에 참석한 폴 마틴 은구미노 씨는 “우리 세계의 모든 교회들이 모여 세상 어려운 문제들을 생각하고 논의하는 자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리”라며 “특별히 중동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곳 총회에서 받은 좋은 영향들이 카메룬에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기원했다.

원주민 분과에서는 원주민 에큐메니칼 운동의 활성화 방안은 물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각자의 전통을 발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각자의 노래, 춤, 전통이 담긴 비디오 상영 등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수렴하는 과정도 거쳤다.

▲ 청년대회 백미. 참가자들이 저녁시간 '정의, 평화, 생명'을 필두로 한 사물놀이패의 뒤를 따랐다.

사전대회 밖 이야기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 아쉬운 점들도 전달됐다. 모 참가자는 “국제행사이긴 하지만 국내 참가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처음 참여하게 되는 대회라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사전대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설명을 담은 자료도 전달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둘째 날에는 벡스코 주변에서 WCC반대집회가 열렸다. 이날 반대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종교통합 WCC반대, 종교다원주의 WCC” 등의 구호를 외치며 주변을 지나는 이들과 총회 참가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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