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경제성장률 높을수록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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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경제성장률 높을수록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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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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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경제는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기고 삶의 질도 높아지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그것만큼 불행한 일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는 성장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러면 경제성장률이란 무엇이며 어느 정도 성장하는 것이 좋은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경제성장률이란 한 국가의 경제가 한 해 동안 이룩한 성과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통상적으로 경제성장률은 금년도 실질GDP(국내총생산)와 전년도 실질GDP의 차액을 전년도 실질GDP로 나누어 100을 곱해 산출한다. 여기서 실질GDP란 물가상승분을 뺀 국내총생산이며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1년 동안 새롭게 창출한 가치(부가가치) 총액을 말한다.

지난 7월 15일 중국 국무원에서 금년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7.5%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시장이 요동을 쳤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의 증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은 영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가가 떨어지고 주식투자자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작년도 4분기 7.9%에서 금년도 1분기 7.7%로 낮아졌고 다시 2분기에도 연속해서 낮아진 것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7%대의 경제성장률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그러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가 될까? 한국은행은 금년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2.2%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데도 시장은 별다른 차가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안도하고 있다. 중국의 7%대 후반의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엄청나게 낮은데도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중국의 경제상황을 더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

어느 나라든지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초기단계의 경제성장률은 높게 나타나고 성숙단계에 들어설수록 성장속도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 모건 스텐리의 신흥시장 투자 책임자 샤르마는 그가 쓴 책 ‘브레이크 아웃 네이선’에서 우리나라를 경제성장의 금메달로 꼽았다. 그 이유는 전 세계 국가 중에서 최근 50년 동안 연간 5% 이상 경제가 성장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뿐인데, 그 중에서도 최첨단 제조업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에는 경제성장률이 아주 높았으나 경제가 성장해 갈수록 경제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에는 경제성장률이 평균 10.0% 가까이 됐으나, 1990년대엔 평균 6.6%, 2000년대엔 평균 4.2%에 불과했다.

경제성장률은 일단 높아야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물가상승이 지속되면 경제에 거품이 일게 된다. 거품이 생기는 경제성장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준다. 지금 선진국들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높은 경제성장을 추구하다 물가가 상승해 경제에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이 터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받은 충격으로 수많은 금융회사들과 기업들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쏟아진 아픔에서 지금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경기부양정책으로 생긴 부동산 거품이 94년부터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한 후 경기가 침체되어 20년 이상 고생하고 있다.

그러면 물가상승을 가속화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경제성장률은 무엇인가?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잠재GDP라 부른다. 잠재GDP 수준에서의 경제성장은 물가상승을 허용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일자리도 늘려갈 수 있다. 실제GDP가 잠재GDP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실제GDP가 잠재GDP보다 낮으면 실업이 생기고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70년대에는 연7-8%였으나 90년대 들어 낮아지기 시작해 외환위기 이후에는 4%대까지 하락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 하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잠재성장률을 높이지 않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며 이것이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약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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