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통화정책의 금리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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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통화정책의 금리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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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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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2012년 2월 27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2005년 12월 FRB 의장이 된 후 처음으로 한 강의다. 그런데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버냉키 의장의 강의내용이 아니라 그의 패션과 얼굴 표정이었다. 양복은 회색정장에 짙은 색의 넥타이였으며, 평소에는 늘 엄숙하고 딱딱한 그가 강의 중에 자주 웃음을 보였고 유머러스한 말도 했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이 유명한 연예인이라면 몰라도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이끌어가는 수장이요 금융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그의 강의 내용보다 패션과 웃음과 유머가 세간의 화제 거리가 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것은 2008년 모기지사태 이후 미국경제가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버냉키 의장이 평소와 달리 웃음과 유머가 있다는 것은 미국경제가 바닥에서 벗어날 기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의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FRB 의장의 말과 행동이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나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통화정책이 정책당국의 목표대로 효과를 거두기위해서는 파급경로를 이해하고 그 파급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높아져 통화정책이 오히려 경기를 과열시켜 거품을 만들거나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는 해당 국가의 금융구조나 거시경제 환경, 경제발전단계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블랙박스(black box)로 불릴 만큼 복잡하다. 그러므로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급경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 경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는 금리경로, 자산가격경로, 환율경로, 신용경로, 기대경로 등이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게 되면 이와 같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실물생산이 증가해 경제가 성장하거나 때로는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금융시스템과 효과적인 금융정책의 파급경로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 왜 미국 경기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바닥을 헤매며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적절한 금융정책을 사용해서 경기를 회복시키면 될 텐데 왜 그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아무리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도 중앙은행이 사용할 통화정책의 수단이 없으면 그 파급경로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지금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금융시스템과 효과적인 파급경로를 확보하고 있지만 수요를 촉진시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사용해야할 통화정책의 수단인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있어 더 이상 금리를 낮출 수가 없다. 사용해야 할 총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FRB는 ‘양적완화’라는 비상수단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직접 시장에 풀어내는 것인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어 통상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EU까지도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경제가 지금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양적완화로 세계경제가 어느 정도 살아난다하더라도 그 후유증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 풀린 돈은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거품이 생기고 그것이 더 심각한 침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과 금융정책의 파급경로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이 상당히 정비되었고 파급경로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파급경로를 따라 단기시장금리가 하락하고 뒤 이어 장기시장금리와 은행의 여수신금리가 낮아져 기업의 투자와 가계소비가 늘어나 생산이 증가되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금융정책의 파급효과는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금리에 민감할수록 커진다. 만약 금융당국이 금리를 조정했는데도 기업이나 가계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나라 경제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성경도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마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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