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소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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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소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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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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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경기는 언제나 파동을 이룬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되면 가격이 상승하고 경기가 살아나며,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치면 가격이 하락하고 경기가 내리막길로 간다. 그러다 어느 정도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살아나고 경기가 다시 회복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부동산의 경우는 이와 같은 경제원리가 원만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집을 팔려고 할 때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을 더 낮추어서 팔아야 하는데, 가격은 낮추지 않고 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불안해한다. 집값이 내려갈 만큼 내려가야 수요가 살아나고 경기가 회복되는데 가격을 더 낮추지 않고 팔려고 하니 매매는 되지 않고 침체가 오래가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평가된 가치보다 자신이 소유한 집의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하는 현상을 설명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설명이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유효과’다.

‘소유효과’란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보다 소유자가 평가하는 가치가 훨씬 더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며, ‘부존효과’ 또는 ‘보유효과’라고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질 때 심하게 발생한다. 오바마 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장을 맡았으며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가 실험을 통해 이런 현상을 발견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학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주고 그들에게 그 컵을 얼마에 팔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 머그컵을 얼마에 사겠느냐고 물었다. 머그컵을 가진 학생들은 머그컵을 잠간 동안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사겠다는 학생들이 제시한 가격의 적게는 2배, 많게는 16배의 가격을 불렀다. 탈러는 이런 현상을 ‘소유효과’라 불렀다. 2009년 5월25일에서 6월9일까지 EBS에서 방영한 ‘설득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도 이와 같은 실험을 한 일이 있다. 16명으로 구성된 한 집단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했다. 머그컵을 보여주면서 얼마에 사겠느냐고 물었다. 그런 다음 그 머그컵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컵을 얼마에 팔겠느냐고 물었다. 이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은 처음에 사려고 했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되팔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된 가치보다 더 높게 여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 더 소중하다는 ‘소유효과’는 주식, 부동산, 자식, 지식, 사고방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나며 이로 인해 사고의 경직성이 초래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물건을 직접 보지 못하고 사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물건을 사용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해도 된다는 조건을 붙이거나 무료사용 기간을 주기도 한다. 이 말에 안심한 소비자들은 일단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겠다는 심정으로 주문을 한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구입한 물건이니 흡족하게 마음에 들 리가 없다. 그런데도 반품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그 이유는 일단 물건을 구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물건에 대한 ‘소유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아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소유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경제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소유효과’가 강할수록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사고방식에 집착하는 문화가 조성된 곳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발을 붙이기가 어렵다.

예수님 당시에도 이런 문화가 깊게 조성되어 있었다. 예수님이 새 창조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 복음을 증거하기 시작하자 유대사회를 지배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제사장과 서기관, 바리세인들은 자신들의 사고방식과 전통을 고수하려고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고 결국에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지나치게 ‘소유효과’에 집착하게 되면 혁신과 발전은 물 건너가고 침체와 어두운 그늘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다 때로는 사회가 뒤집어지는 역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당시 지배계층에게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마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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