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의 ‘솔라정신’은 세속권력으로부터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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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의 ‘솔라정신’은 세속권력으로부터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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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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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목사(전주화평교회)

한국 교회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곧바로 대응에 나서되, 시급한 것을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중장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앙과직제위원회가 최근 ‘제2회 한국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신학토론회’를 개최했다. 16세기 종교개혁의 배경과 종교개혁 신학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다섯 가지의 ‘Sola’(오직)를 중심으로 교회 개혁의 방향성을 모색한 발제자들의 주장을 싣는다. <편집자 주>

‘솔라정신’은 종교개혁 때부터 개혁 교회가 표방해 온 5개의 솔라(Sola, 오직), 즉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모든 사고와 판단과 행동의 원리로 삼는 것이다. 이것으로 개혁자들은 당시 부패한 교회를 개혁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토라의 ‘솔라정신’은 무엇일까. ‘나 외에 다른 신들은 없다’는 것이다. 십계명은 유일신을 선언한다. 십계명의 이와 같은 선언은 고대근동의 국가들이 강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번영의 시스템을 부정한다. 국가의 지배자들이 누리는 권력의 네트워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선언이다.

당시 도시국가들은 저마다 하나의 최고신을 숭배하고 있었다. 다신교의 문명 속에서는 도시가 도시를 겨루어 배척하는 배타주의 문화가 성행했다. 따라서 다신론은 배타주의의 경향성을 품고 자라난 우상종교로서 개혁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유일신 신앙’은 토라의 솔라정신이다. 토라의 솔라정신은 만신전을 부정한다. 다신론의 배타주의를 부정하고, 만민이 한 분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는 보편주의를 표방한다. 보편주의가 유일신 사상의 본질이다.

십계명의 다음 조항은 우상제작 및 숭배금지의 조항이다. 모세가 시내산 위에서 말씀의 두 돌판을 받는 동안 산 밑에서는 백성이 아론을 압박해 금송아지를 제작했다. 하나님의 새언약법이 규정하는 것은 광산에서 자행되는 노예노동의 금지였다. 십계명과 처음의 언약법은 채석장과 산판의 노예노동을 금지했다.
유일신 신앙은 전쟁을 불법화하고, 노예를 해방하라고 선언한다. 더 나아가 노예들의 노동현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문명의 이기들에 대해 생산금지 처분을 내린다. 이와 같이 토라의 솔라정신은 고대 노예제를 딛고 번성하던 모든 도시국가 문명의 존재방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며 무너뜨린다.

‘야훼예배’에서도 솔라정신은 나타난다. 야훼예배의 솔라정신은 기독교가 세상의 모든 종교들과는 구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가나안의 종교는 저마나 도시국가의 체제를 떠받치고 있었다. 그들이 국가의 종교가 되기를 원했다면 야훼종교는 국가의 종교를 거부한다.

이 점에서 야훼종교는 세상 종교들과 완전히 구별된다. 종교인이 국가의 권력과 짝하여 사회의 상층부에서 중요한 인물로 등용되기를 바란다면 그는 야훼종교와는 무관한 바알의 종교인이다. 그는 세상의 권력과 물질을 탐하는 우상숭배자에 불과하다. 야훼종교의 예배자들은 국가의 권력구조로부터 완전한 일탈을 시도한다. 이것에 야훼예배의 솔라정신이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솔라주의자’들은 유일신 하나님을 믿고, 오직 예수를 내세우면서 엉뚱하게도 교권주의와 교회주의를 표방한다. 기독교의 교권을 거머쥐고 지도자로 자처하는 자들은 스스로 사회의 유력자가 된 것을 기뻐하면서 더 나아가 국가권력자들과 노닐기를 탐한다.

유일신 신앙은 권력을 쥔 지배자들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연약해 억압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공동체에서 유일신 신앙이 태동했기 때문이다. 도시국가가 추종하는 모든 물질주의 문명과 권력지상주의, 그리고 엘리트의 지배체제를 우상숭배로 규정하는 힘은 노예살이로 고난을 당하는 하위 천민집단에서 솟구쳐 올랐다.

우상숭배가 권력을 지향하기 때문에 우상숭배의 투쟁을 선언하는 것이 유일신 신앙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일신 신앙은 세속주의와의 결별이며, 세속 국가체제를 부정하는 대안사회 운동이었다. 유일신 신앙이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사항은 창조주 하나님의 신앙이다. 창조신앙을 바탕으로 구원사상도 제자리를 잡았고,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청사진도 구체화됐던 것이다.

성경은 교회의 교권주의와 교회주의에 저항한다. 개혁자들이 성서로 돌아가자고 외친 것은 참된 유일신 사상으로 회귀하려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개혁 교회는 다섯 가지 ‘솔라’의 원칙을 표방하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배척하고 박해해서는 안된다.

이제 서구 교회의 교권주의와 교회주의를 조금이라도 내재하고 있는 신학사상과 교회공동체는 새로운 교회 안에서 철저히 녹아져 없어져야 한다.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고 오늘도 변화된 상황에서 구원의 사역을 펼쳐 생명을 꽃피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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