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가 살아온 인생은 하나님의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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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가 살아온 인생은 하나님의 드라마입니다”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09.11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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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한 감독이 연극 '급매 행복아파트 1004호'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드라마 연출가 이종한 감독의 드라마보다 더한 인생드라마

굵직한 드라마들로 대한민국 전국민의 안방을 찾아가 웃기고 울린 이종한 감독. 최근에 방영했던 ‘천상의 화원 곰배령’(채널A)부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토지’, ‘연개소문’(SBS) 등 25여년 간 그의 작품들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게다가 이종한 감독은 시청자 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감독이기도 하다. 최불암, 신구, 나문희, 이순재 등 원로배우들부터 전수경, 정경순, 김새론, 오산하, 신세경 등 이종한 감독 밑에서 배우고 성장한 인기 톱스타들까지 모두 그의 팬이다.

이제는 텔레비전에서만 그의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대학로 극장가에서도 직접 보고 만나고 느낄 수 있다. 약 4개월의 긴 여정을 마치고 며칠 전 막을 내린 연극 ‘급매 행복아파트 1004호’(기독교연합신문 1212호 문화면)가 이종한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연극이었다.

그의 연극을 보면 일반적인 결혼 생활과 연애를 다룬 내용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의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연극 ‘급매 행복아파트 1004호’에서 영희의 환상 속에 나타난 준수는 “저는 행운압니다. 집사람처럼 배려심 많고 사랑스런 아내를 내게 보내주신 하나님이 정말정말 고맙습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를 만나보니 이종한 감독의 인생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그도 “드라마를 제작할 때보다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더 드라마틱하다”며 웃었다.

연극을 보다가 끝 무렵에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대사를 듣고 깜짝놀랬다. 기독교적 색채가 전혀 없는 작품이었는데, 어떻게 연출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늦깎이 신자다. 하나님을 만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기다려주신 것 같다. 방송국 PD시절, 정년을 앞두고 하나님을 제대로 만났다. 그 이야기를 하면 드라마 한 편을 찍을 수도 있다. (웃음).

하나님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듣고싶다.
- 20대 초반, 청년시절이었나. 형은 그때부터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그때쯤 형이 여름 부흥회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었는데 그렇게 좋았다. 그리고 군대에 입대하게 됐다. 군대에 3년간 있으면서 성경일독을 하겠다 다짐하고 한영성경을 사들고 입대했다.

그런데 당시 군대에는 개인 소지품을 일절 지닐 수 없이 엄격한 분위기였다. 성경도 소지금지품목 중 하나였다. 어찌나 발을 동동 굴렸는지 모른다. 성경책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성경을 비닐에 싸서 땅에 묻었다. 시골에 있는 부대였기 때문에 부대 안에 교회도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나면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 열악했던 시골 부대였기 때문에 주말에도 일하느라 바빴다. 묻은 성경을 묻었다 팠다만 하다가 제대했다.

제대한 후에 성경을 방 한구석에 놓고서는 성경책을 잊고 살았다. 바로 연극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연극 연출로 일하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연극을 좋아했다. 동인제극단이었던 극단 ‘가교’에서 박인환, 최주봉, 유은식 등과 2년 정도 연극에 미쳐살았다. 그리고 당시 연극계에 전문화, 직업화, 상업화의 기치를 내걸고 부흥을 이끌었던 현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등 상업적인 연출을 많이 했다. 이때만 해도 하나님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KBS특채로 조연출 일을 하게 됐다. 방송일을 하지만 늘 마음은 연극에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정착지는 SBS였다. 20년간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연출하며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정년을 2년을 앞두고였나.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 회의감도 들고. 드라마 ‘토지’와 ‘연개소문’을 마치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던 상태였다. 시청률에 스트레스, 제작과정에서 고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 문득 집의 책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 성경책을 발견했다. 노랗게 바래서 낡아버린 성경책을 손에 다시 집었을 때의 그 기분이란. 35년만에 다시 만난 성경책이었다.

당장 성경을 읽으리라 마음먹고 성경책을 펴기 시작했다. 그게 2008년이었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당신의 인생에 성경이 도움이 됐나.
-꼬박 2년이 걸렸다. 하루 한 장씩 읽었다. 성경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살면서 ‘이렇게 살아야지’ 했던 다짐과 생각들이 성경 속에 모두 담겨있었다. 걱정과 근심이 다 사라지기 시작했다. 완전 성경 속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 안될 것 같은 일들이 기적같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평생 하고 싶었던 작품이 있었다. 20여 년 꿈꿔온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다. 이 작품은 지난 2008년 SBS창사특집극으로 3부작으로 방영했다. 또 영화로도 재편집돼 영화관에서도 상영됐다. 이 드라마를 방송하기까지가 또 하나의 드라마다. 이건 하나님이 만드신 작품이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1946년 이미륵 박사가 독일에서 발표해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이 원작이다. 어릴적 이미륵 박사가 사촌 수암과 보낸 이야기부터 일제의 침략 당시 유년이었던 그가 펼친 독립운동, 이후 독일에 정착하며 펼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내가 이 소설을 드라마하려고 처음 생각한 게 1980년이다. 재미도 없고, 이런 작품이 드라마가 되겠느냐는 의견들 뿐이었지만 가슴속에 꼭 드라마로 만들고 싶고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됐다.

그런데 내가 성경을 읽기 시작한 그 해 우연한 기회로 SBS에서 ‘압록강은 흐른다’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쉽게 허락하지 않으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성경을 읽고 시작하지 않으면 될 일도 안됐다. 하지만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고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희안하게 문제들을 해결해주셨다. 불가능한 일도 하나님께서 모두 다 해결해주셨다. 그때 하나님을 체험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려 기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드라마 제작과정 중 인상적인 부분은.
-독일지성계의 역사적 인물인 후버 교수가 이미륵과 깊은 인연이 있었던 것을 알게됐다. 이미륵 박사에 대해 후버 교수의 딸을 만나 증언을 듣거나, 독일내 후버교수 기념관에서 그를 소개하는 팜플렛의 글이 이미륵 박사가 썼다는 것을 보고 놀랐던 일, 그를 존경해 따르던 제자들과의 만남 등 이미륵이라는 인간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절실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제작비가 문제였다. 독일 현지에서 촬영해야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때문에 독일 BR방송사(Bayerischer Rundfunk)에 협력을 요청했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혼자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한달 만에 독일 BR방송사에서 공동제작을 수락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최근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유명한 로고스필름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너무나 막연한 꿈이었던, 불가능했던 드라마를 하나님의 축복으로 만들게 되고, 성경을 더 열심히 읽으려고 했다. 그러던 차에 성경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로고스필름 대표 이장수 감독이 함께 성경공부를 도와줬다. 그리고 함께 일하게 되었다.

로고스필름은 기독교 영상선교를 목적으로 한다. 느즈막히 시작한 나의 신앙을 키워가며 일하기에 딱 좋은 제작사다. 하나님께서 앞으로 이곳에서 날 어떻게 쓰실지 기대된다. 
 

▲ 연극 '급매 행복아파트 1004호' 연기자들과 함께 한 이종한 감독(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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