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술들이 삶에 미칠 영향을 숙고하고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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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술들이 삶에 미칠 영향을 숙고하고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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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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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화철 교수(한동대)

오늘날 교회 안에는 잘못된 세계관이 넘쳐난다. 구원과 믿음,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많은 잘못된 세계관이 그리스도인을 호도하고 있다. 이원론적 삶으로, 하나님 나라보다는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에 매몰돼 세상과 벗하며 살아가는 등 분리와 타협의 삶을 추구하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져야 할까. 기술사회 속에서, 다양한 세계관이 흘러넘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는 적절한 관점과 태도를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의 홍수 속에서 좋은 기술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들린다.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건만, 현대인은 기술의 문제에 있어 매우 소극적이다. 만들어주는 것을 쓰고, 다음엔 무엇이 만들어질지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했다는 말이 섬뜩하기조차 하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줄 때까지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이 경우 기술 개발자들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하지만 욕망하고 있는 무엇을 찾아내려 애쓰고, 그에 맞추어 기술을 개발하고, 그 때까지 없던 수요를 창출하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들이 ‘좋은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기 위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무자비한 경쟁에 휘말린 공학자들 역시 수동적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제 무엇을 만들고 개발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떤 기술이 필요하며, 어떤 기술이 좋은 기술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어린이 사망률이 줄었으니 기술 발전은 무조건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기술발전에 들어가는 재원과 노력의 90%가 전체 인구 10%에 해당하는 부자나라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오늘날 기술 발전이 ‘인류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막대한 기술 개발비가 사람을 죽이는 무기 개발에 투자되고, 부유한 나라의 난치병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말리라이 약을 더 이상 개발하려 하지 않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이러한 고민은 일차적으로는 기술개발의 주체인 전문가와 기업의 것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제 기술개발의 문제는 공학 전문가들과 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현대 기술의 중요성과 그 규모가 커지면서 각 국가들의 정책과 국가 간의 협의가 기술발전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을 만들고 개발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가 좀 더 일반적이 될 필요가 있다. 교회도 이 일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핵발전소, 수소전지, 배아복제줄기세포, 빅데이터 기술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 공학자들은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가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사랑을 드러내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를 일반 성도들과 나눌 책임이 있다.

일반인들이 기술개발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그래서 기술의 문제와 관련한 숙고는 우선 기술사용의 영역에서 시작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원리는 간단하다. 능동성의 회복. 현대 기술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능동성의 상실이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특정한 필요에 의해 기술을 사용하기보다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거나 사용을 강요받는다. 사용이 곧 굴복은 아니고 금욕이 늘 미덕인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구입하고 사용하는 기술들이 우리의 삶에 미칠 영향들에 대해 숙고하고 경계해야 한다.

교회공동체가 함께 사용하는 기술이라면 함께 토론해야 한다. 과연 교회 버스가 필요한지, 홈페이지가 필요한지, 만약 필요하다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분명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결국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부딪히게 되거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심대한 문화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목적이 없이 남들을 따라 무비판적으로 특정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기술의 사용을 위해 투자되는 돈과 노력에 대해서도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안정성과 내구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우리의 삶은 각종 기술로 뒤덮여 있다. 우리의 가족, 교회, 직장 등 모든 삶의 영역에 기술이 들어와 있으며, 거의 모든 순간에 작동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고, 마이크 없는 예배와 컴퓨터 없는 일터를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굳이 악하다고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생겨난 변화들과 앞으로 닥쳐올 도전들에 대해 둔감하다면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놓은 채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이라는 말을 외치는 오류를 범하는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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