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으로 세워진 소외지역 ‘24시간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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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으로 세워진 소외지역 ‘24시간 도서관’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7.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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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구세군ㆍ롯데홈쇼핑, 연내 도ㆍ농 소외지역에 작은도서관 12개 건립예정

▲ 한국구세군은 올해 롯데홈쇼핑과 함께 전국에 12개의 작은도서관 짓기사업을 진행한다. <사진제공:한국구세군>

연합사역의 범위 기업ㆍ방송ㆍ문화재단으로 넓혀
총 12개 중 7개 완공, 소외계층 위해 진입장벽 낮춰

오늘날의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들, 방학을 맞이했지만 이들의 하루 일과는 방과 후 학원에서 학원을 전전하거나 PC방을 방문하는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식사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라면 등으로 간단히 때우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은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구세군은 최근 교단 내 역량을 모아 다양한 기관과 함께 지역사회 도서관건립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사회 내 도서관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은 구세군 자선냄비본부가 준독립체제로 출범한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도서관건립은 사실상 수익사업과 거리가 멀어 지금까지 국가기관에서 맡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가 지역사회 도서관 건립을 다른 사회기관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사회섬김사역의 일환으로 사회공공 사업에 뛰어든 그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다.

# 놀이ㆍ문화 공간이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지역공공도서관 수는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총 786개. 청소년들을 위해 충분한 수일까. OECD 가입국 기준으로 이를 비교해보면 △미국 9,225개 △독일 8,131개 △영국 4,517개 △일본 3,210개 등에 비하면 한 참 뒤떨어진 수다. 특히 인구대비 도서관 수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64,547명당 도서관 한 개가 설립돼 있어 10.060당 한 개인 독일이나, 39,813명 당 한 개인 일본에 비해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전국 PC방 수와 노래방 수는 각각 15,000개와 3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서관에 비해 최소 20여 배에서 40배 많은 수로, 이는 산골 오지에는 PC방과 노래방은 있어도 도서관은 없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특별한 놀이문화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발길이 눈에 더 자주 띄는 곳으로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특히 이런 현상은 책방이나 도서관이 거의 없는 도서 및 산간벽지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한국구세군과 롯데홈쇼핑이 추진하고 있는 ‘낮은도서관’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지방이나 정보화 지수가 낮은 소외 계층 지역에 시간적ㆍ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것이 설립 취지에 포함된 핵심이다.

# 24시간 ‘작은도서관’
양 기관은 이를 위해 올해 중으로 전국에 총 12개의 ‘작은도서관’을 만들 예정이다. 리모델링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지역 내 공간이 확보된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사업은 현재 ‘작은도서관’ 7개를 만든 상태이며 오는 10월 중으로 남은 5개를 만들 계획이다. 롯데홈쇼핑과 함께하는 이번 사업은 지난 5월 한 달 간 신청 받은 결과 전국 34개 사회복지기관이 응모해 그중 11개 기관이 선정됐고 남은 한 자리를 놓고는 현재 두 개 기관이 심사 중이다.

8번째 작은 도서관은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이촌 2리 ‘구세군 이촌 청소년 문화센터’에 세워진다. 주왕산 인근에 위치한 청송은 1960년대에는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릴 만큼 외진 곳으로 과거 이곳을 한 번 방문하기 위해서는 이틀이 소요됐던 곳이다.

박만희 사령관은 지난 23일 EBS와의 MOU에서 “한국구세군은 소외계층 기초생계 사업 중심에서 문화ㆍ여가ㆍ상담을 중심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 지원 사업을 활성화 하려한다”며 “소외 지역에 문화와 소통으로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확대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도서관이 없는 지역에는 마을도서관 및 부녀회도서관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주말에 운영되지 않거나 운영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있다.

이를 반영한 ‘낮은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365일 24시간 개방되어 운영된다는 점. 도서관 책임자로는 지역 사관이 봉사하며 이를 기반으로 재능기부에 의한 도서강연과 독서문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역도서관이 갖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고 ‘책’을 통해 지역문화를 새롭게 조성해 나간다는 취지다.

# 종교ㆍ교육ㆍ기업ㆍ문화 연합사역
김기석 사관은 “주말 및 평일저녁의 사용시간 제한으로 저소득 맞벌이 가구 등이 이용하기에는 시간적 장벽이 걸림돌로 작용해 왔고, 심리적 진입장벽도 높아 저학력, 빈곤가구, 노인 등 문화 소외계층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도서관’은 문화 소외계층도 자유롭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도서공간을 지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낮은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연합 섬김 사역의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낮은도서관’ 운영체계는 한국구세군과 EBS,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롯데홈쇼핑 등 총 4개 단체, 종교ㆍ교육ㆍ기업ㆍ문화가 함께하는 대형프로젝트다. 각각의 역할은 부지 및 건물 제공을 한국구세군에서 교육ㆍ방송컨텐츠 제공은 EBS, 도서제공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이루어지며 롯데홈쇼핑은 도서관 제공, 조립 및 설치 등을 담당하게 된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사회 치유와 회복을 위해 기독교공동체와 방송사, 기업, 문화 기관이 함께하는 섬김인 셈이다. 교단 내 판단으로는 선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치유하고 회복하는데 책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구세군 관계자는 “서점과 도서관 등 책을 구입하거나 접하는데 물리적ㆍ시간적 제약에 처한 학생과 책읽기를 원하는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개설했다”며 “문화와 책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금까지 완공된 ‘작은도서관’은 △한아름센터 △문경지역사회복지센터 △금산지역아동센터 △동전주 무지개 다문화의 집 △밀양지역 아동센터 △해운대공부방 △남대구지역아동센터 등 총 7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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