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와 사회 한 마음된 모습으로 평화통일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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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와 사회 한 마음된 모습으로 평화통일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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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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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교수 (전 동덕여대 총장)

정전 60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 교회는 이를 기념하며 한반도 평화를 소망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 소이산 평화기도회를 비롯해 UN 참전용사 초청 예배, 평화협정 세미나, 북한인권을 위한 기자회견, 평화 성명서 발표 등 많은 모임과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평통기연은 최근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제포럼을 열었다. 참가자들의 발표 중 일부를 선택해 실었다. <편집자 주>

평화는 전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동시에 성경의 가르침에 바탕하는 위치에 있다. 복음은 평화의 복음이고 그리스도께서는 화평을 위하여 이 땅에 오셨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하는 천국은 평화의 왕국이며 그리스도인에게는 평화를 해치는 방법 이외의 모든 방법을 이용해 평화를 이룩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평화는 단순히 싸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공의가 확립되어 억울한 사람이 없고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 서로 도우며 의미 있는 삶을 이끌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 이런 평화를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땅 위에서는 상대적인 평화만 있을 뿐 완전한 평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아직도 약육강식의 경쟁이 사라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전쟁은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현재 통일도 평화도 없는 휴전 상태이며, 핵무기로 무장된 세력들이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 종교 갈등으로 불안정한 중동 다음으로 한반도는 이념 갈등으로 불안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종교적인 도그마로 변질된 정치 이론이 얼마나 위험하고 해로운가를 직시해야 한다. 이념으로 반목하고 있는 한국 정치계와 기독교계가 경고를 받아들여 성숙해져야 한다. 특히 기독교는 이념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분단의 피해는 남북한 모두 보고 있지만 오늘날 누구보다 북한주민이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기본인권이 유린되며 존엄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해방을 보장할 다른 방법이 없는 한 통일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남쪽이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통일을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의 편의를 위하여 북한 주민의 고통을 연장하자는 것으로 인도적이지도, 성경적이지도 않다.

통일이 된다면 물론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룩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자발적인 개방과 남한의 양보로 이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자유민주주의까지 양보하는 것은 통일의 목적에 위배된다. 궁극적인 목적은 통일이 아니라 정의에 기초한 평화가 지배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남한 시민들과 기독교는 북한으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지 않고 스스로 개방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자극과 위협을 자제하고 가능한 한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며, 굶주리는 주민들의 기본수요가 충족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의무가 있다.

한국 교회는 기독교적 원칙에 입각해서 북한의 인권유린과 핵무기 개발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내, 국외의 탈북민 보호에 모든 힘을 다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통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평화통일을 이를 이룩할 수만 있다면 그런 대안을 선택하고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대안이 없고 흡수통일이 통일의 목적 달성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하고 경험한 정치제도 가운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북유럽 국가들이 채용하고 있는 복지민주주의일 것이다. 기본 인권이 존중되고 평등과 자유가 균형을 이루며 경제발전과 복지를 같이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통일이 가능하려면 우선 남한부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통합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이념, 빈부, 노사 간에 갈등이 줄어지지 않고 윤리수준이 심히 낮아 강자가 약자를 억울하게 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통일을 추구할 동력도, 통일을 추구할 자격도 없다. 한국 사회의 심각한 갈등과 낮은 윤리적 수준은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인 기독교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 기독교계는 자체의 통일과 평화도 성취하지 못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 이를 회개하고 고치지 않으면 통일을 위한 기독교의 노력과 호소는 위선적인 구호에 불과하게 된다. 평화를 목적으로 하고 통일 수단이 되는 화합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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