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실업과 물가상승은 상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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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실업과 물가상승은 상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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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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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사람은 태어나자마나 경제생활을 한다. 사람의 생명이 붙어있는 한 먹고, 입고, 쓰는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 심지어는 죽은 사람에게도 돈이 들어간다. 이와 같이 경제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 당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업과 물가상승일 것이다.

실업이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음에도 일자리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실업은 단순히 직업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없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실업자가 아니다. 그래서 가정주부, 학생, 일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해서 실업자라 부르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라 한다.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해서 고통을 받지 않는다. 일자리가 없다고 불만이나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을 하고 싶고 또 해야 하는데도 일자리가 없으면 불만이 쌓이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노동력을 고용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부의 불평등 정도가 심화되고, 범죄가 증가하고,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는 등 안정과 화합이 저해될 수 있다. 그래서 실업문제는 정책입안자들의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현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아무리 대책을 강구해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이 있다. 더 나은 직장을 찾아 현재의 직장을 떠나는 경우, 특정산업이 사양화돼 기업들이 문을 닫는 경우, 일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고용자와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만날 때까지 발생하는 실업 등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와 같이 실업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이라 한다.

실업 이외에도 사람들의 경제생활에 고통을 주는 것은 물가상승이다. 실업이 개인적이고 직접적으로 고통을 주는 반면 물가상승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간접적이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한다는 점이 다르다.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개인이 보유한 돈의 실질가치가 떨어져 구매력이 줄어든 것만큼 돈을 강제로 빼앗기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그리고 물가상승은 가진 자들과 가지지 못한 자들 간에 소득격차를 더 벌린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상대적인 박탈감이 심해진다.

물가상승은 국가적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킨다. 물가상승은 가격이 왜곡돼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고, 빚이 많을수록 유리하므로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채무의존형으로 바뀌고, 앞날이 불확실해 경제주체들이 의사결정이나 경제활동을 단기적으로 하게 되고, 투자활동이 위축되고, 부동산투기가 만연하게 된다.

이와 같이 실업과 물가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면 실업이 없는 완전고용과 물가상승이 없는 완벽한 경제상태를 만들면 될 것이 아닌가? 한 마디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이루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완전고용 상태가 되려면 물건이 잘 팔리고 생산이 늘어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 물가는 안정되지만, 생산이 위축돼 일자리가 줄어들어 완전고용을 이룰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물가와 실업 간에는 상충관계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바람직한 실업률과 물가수준은 어느 정도의 조합이 적당할까?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의 상충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바람직한 정책조합을 제시한 사람이 경제학자 필립스다. 필립스는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단기적으로는 물가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많이 풀어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물가만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따라서 상충관계에 있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간의 가장 바람직한 조합은 자연실업률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물가와 실업 간의 최적의 상태는 정책당국이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얻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국민들에게 믿음을 상실한 정책당국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 놓아도 실업률을 낮출 수 없고 물가만 상승시킨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만일 너희가 믿지 아니하면 정녕히 굳게 서지 못하리라 하시니라”(사 7:8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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