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기독교학교, ‘진짜’ 기독교교육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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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기독교학교, ‘진짜’ 기독교교육만이 살길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07.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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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학교 정상화 추진위원회 제1차 세미나
▲ 한국 기독교학교 정상화 추진을 위한 제1차 세미나가 지난 19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기독교학교는 종교학교로 치부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기독교적 자율성과 정체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요구했다.

오는 2014년부터 종교계 사립학교에서 종교과목이 ‘종교학’으로 개정, 시행된다. 지금까지 ‘생활과 종교’라는 종교교과도 기독교 신앙을 가르치는데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야기시켰지만, ‘종교학’으로의 종교교과 개정은 기독교 교육을 더욱 힘들게 해 기독교학교의 건학 이념을 구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종교학으로의 종교교과 개정, 이대로 좋은가’의 주제로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 교수)가 함께 1차 세미나를 열었다. <편집자주>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은 건학이념에 입각한 교육에 있어
종교학은 ‘어떠한 신앙적 전제 없이’ 종교를 ‘객관적’으로 연구에 불과
근본적으로 기독교학교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회복해야

▲ 박상진 교수와 유재봉 교수.
고등학교 교육 교양교과 안에는 철학, 논리학, 심리학, 교육학, 종교학, 진로와 직업, 보건, 환경과 녹생성장, 실용경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학교마다 이 과목 중 선택해서 가르칠 수 있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는 “기독교학교가 ‘신앙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이 교양 과목 중 ‘종교학’을 선택해 가르쳐야 한다. ‘생활과 종교’에서 ‘종교학’으로의 교과목 변경은 단지 명칭의 변화가 아니라 정체서의 변화”라며 중요성을 언급했다.

‘생활과 종교’도 이미 종교학적 관점에서 대부분 기술되어서 그 명칭이 ‘종교학’으로 변화되는 것이 큰 변화처럼 보이진 않지만, 실제 특정종교의 신앙교육의 가능성을 거의 제거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엄청난 변화로 평가된다.

한국의 기독교학교는 1885년 이후부터 언더우드 선교사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경신학당과 배재학당의 개교로 시작됐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육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며 인물을 배출해오고 있다.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은 그 건학이념에 입각해 실시하는 기독교 교육에 있다. 또 그 핵심적인 교육과정 중 하나로 기독교적 신앙과 가치관을 배우는 종교과목이 있다. 초기 기독교학교는 자율적으로 직접 성경을 교수했지만 그 후 ‘기독교’나 ‘기독교신앙’과 관련된 과목으로 가르쳐 왔다.

기독교학교는 종교계 사립학교로써 자주성과 자율성을 갖고 건학이념에 근거해 신앙교육을 해왔지만 평준화 정책 이후인 제4차 교육과정 시기부터 교육과정에 교양 선택으로 종교과목이 개설됐고, 이때부터 국가가 정해주는 종교과목 교과과정에 의해 교육이 진행됐다. 그리고 정부와 기독교학교 간에 교육과정에 대한 이견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종교과목의 명칭이 ‘종교학’으로 바뀌게 되면서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과는 상이한 종교교육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기독교학교에서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오랜 기간동안 가르쳐왔던 성경이나 기독교(신앙) 과목 대신에 종교학을 가르치는 것은 과연 타당할까?

종교학은 ‘어떠한 신앙적 전제도 없이’ 종교를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런 점에서 종교학은 종교를 인간현상으로 이해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인간학의 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종교학은 종교 내적 경험을 통해 종교를 갖게 되거나 종교 경전이나 계시, 초월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신앙적 차원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가치관과 태도 형성을 통해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는 인물을 키우고자하는 기독교학교에서의 종교과목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종교학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타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지 않으면 종교 간 갈등의 소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준화 제도 속에서도 이러한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이 변치 않고, 강제배정 방식으로 원치 않은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일지라도 그들의 자율적 선택에 의해 신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것은 기독교학교의 지속적인 사명이다.”

기독교학교가 ‘종교학’으로의 종교교과 개정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에 근거해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대안에는 뭐가 있을까?

박상진 교수는 오늘날의 평준화 제도와 이로 인해 자율성이 위축된 사립학교의 상황 속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현실적 대안과 교육 구조, 제도의 변화를 모색했다. 현실적 대안으로 국•공립과 사립, 특히 종교계 사립학교를 구분한 종교교육 정책 마련, ‘생활과 종교’와 ‘종교학’ 모두 포함, 신앙교과 개설, 종교교육과정과 종교수업의 일관성, 학교공동체를 통한 종교교육과 근원적 대안으로 사립학교의 자율성 확보가 제시됐다.

그는 “종교교육 정책을 입안할 때 대상학교를 합리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서부터 ‘국, 공립학교 및 일반 사립학교를 위한 종교교과’와 ‘종교계 사립학교를 위한 종교교과’를 구분해 연구하고 그에 따른 교육과정을 제시할 때 적합성과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독교학교에서는 건학이념에 따라 종교학 과목이 아닌 기독교 신앙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기독교학교는 종교학교가 아니다. 기독교학교의 설립이념은 다양한 종교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가 아니다. “기독교학교도 교양과목의 한 부분으로 종교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종교학적 이해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종교학 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에 맞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해외 종교교육 사례에 비춰본 종교학 교육과정의 의미’를 발제한 유재봉 교수(성균관대 교육학)는 영국의 기독교학교 사례를 들었다.

그는 “종교기관이 아닌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할 때 종교교육의 내용을 종교학이나 종교교리 중 어느 하나에 한정해 교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립학교에서는 종교학을 가르치게 하고, 종교계 사립학교에서는 종교학에 일부 종교교리나 신앙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늘날까지 한국의 기독교학교는 기독교교육을 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다양한 억압과 통제에 대해 저항하고 항거함으로 그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지금도 기독교학교가 자율성과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고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과연 오늘날의 교육 현실 속에서 기독교학교가 존속할 수 있을까?

정부의 지침대로만 순응하는 현재의 한국 기독교학교는 ‘식물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기독교학교의 신앙교육이 끝내 종교학 과목으로 귀결되는 그릇된 변화에 대해 한국 교회와 기독교학교가 직면한 위기에 근본적으로 기독교학교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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