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나를 내려놓았을 때, 그 곳엔 주님이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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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를 내려놓았을 때, 그 곳엔 주님이 계셨습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7.12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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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최종우승한 ‘렌미노’의 가수 장민호 씨

17년간의 응어리졌던 기다림. 무대 위에서 막상 그 순간이 펼쳐지자 마음은 오히려 담담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올랐던 무대. 17번의 경합 끝에 다가온 최종 오디션. 그 때 수상소감에 앞서 나직이 입속에 되뇐 건 단 한마디였다. “감사합니다. 주님.” 눈물보다 앞서 나온 말은 어쩌면 내 인생 마지막 무대, 마지막 노래가 될 매 순간마다 주님께서 곁에 있어 주심에 대한 마음의 고백이었다.

인기라는 거품은 연예인이 평생지고 갈 십자가
주님 안에서의 거듭난 삶은 큰 성공보다 귀중해


▲ 가수 장민호 씨는 “저에게 있어 신앙이란 부모님과 함께하는 삶이 당연하듯 주님과 동행하는 길도 아주 자연스러운 것, 그 것이 바로 신앙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최종 우승자 ‘렌미노’(장민호ㆍ렌)의 가수 장민호 씨가 한 말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4개월간 이어진 기성 가수들 간 자존심을 건 무대. 치열한 무대를 마친지 5개월이 지난 지금 가수 장민호 씨를 만나 그동안 지나온 삶의 여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 연예인이 된다는 건
지난 6월, 문을 열고 들어선 서울시 한남동 컴패션 본부. 여름 초입의 날씨를 뒤로하고 사무실 내 조용한 공간에서 만나본 장민호 씨. 컴패션 밴드 일원으로 4년간 빈곤어린이 후원을 위해 활동해온 그는 현재 필리핀의 롬멜과 태국에 삭차이를 후원하고 있는 후원자다. 언제나 밝고 부드러운 미소를 달란트로 갖고 있는 그는 사실 지난 1997년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 출신이다.

17년 전 HOT, 젝스키스, 태사자, OPPA와 함께 무대에 섰던 그는 남성 4인조 댄스그룹 유비스 멤버로 가요계에 발을 디뎠다. 가요계 최정상까지는 아니었지만 곁에는 수많은 팬들이 함께했다. 무대에 오를 때의 긴장감과 초조함 그리고 동시에 찾아왔던 설레임. 하지만 당시 기획사 횡포에 가수에 대한 꿈은 현실 속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 때는 일 하는 게 행복했기 때문에 많은 것은 참을 수 있었죠. 하지만 기획사 횡포에 매일 놀아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던 것 같아요. 폭언과 욕설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계속된 폭행은 멤버 누구나 참기 어려웠습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멤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룹 유비스는 2집 앨범을 뒤로하고 당시 많은 그룹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그룹 활동이 끝났다고 가수의 꿈도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꿈은 더 강렬하게 삶에 다가왔다. 그러한 현실 속에 또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지불해야 할 냉혹한 대가도 뒤따랐다. 20대 초반 꿈을 놓쳐선 안 되겠다는 생각조차 할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은 그렇게 멈춰진 듯했다.

“그 때 빅스타는 아니었지만 팬과 함께한 가수다 보니 하루아침에 쌓였던 인기가 사라지자 깊은 허망함과 상실감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내가 처음에 출발했던 동일선상에 다시 서게 된 느낌이었죠. 거품이 터져버리고 난 후 찾아온 허망함을 너무 이른 나이에 알아버렸어요. 그땐 이게 모두 언젠가 사라질 거품이라고 느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어요.”

▲ 컴패션을 통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가수 장민호 씨는 현재 컴패션 밴드에서도 활동 중이다.
연예인의 가치는 인기로 측정된다는 세상의 냉혹한 현실의 잣대 앞에 초조함과 안타까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갔다. 노력에 따라 꾸준히 쌓여야 할 인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줄어들고 사라지다보니 더 많이 더 빨리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나가는 친구를 만나 그 친구가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면 나는 더 좋은 페르가모 백을 들어야 한다는 예가 적절할까요. 지금 와서 뒤돌아보면 어떤 보이지 않는 것에 무엇인가 쌓으려 하다 보니 나는 점점 더 빈곤해지고 영적으로 타락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을 알았다면 그게 얼마나 부질없고 하찮은 것인지 일찍 알았을 텐데요.”

소속사 문제로 잠시 연예계를 떠난 동안 수영강사로 일하다 2004년 남성 듀오 ‘바람’으로 가요계에 되돌아왔다. 하지만 긴 시간을 거쳐 나온 두 번째 앨범이었기에 움켜진 손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더 독기를 품고 세상에 뛰어들었다.

“더 순수하게 그리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출발한 앨범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그 두 번째 앨범은 온갖 세상욕심이 다 들어간 앨범이었으니까요. 물론 흥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잘됐으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죠. 두 번의 실패는 오히려 저를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그리고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으니까요.”

# 광야의 끝에서 다시 인생의 광야로
두 번의 실패. 그 경험은 가수라는 직업까지 내려놓게 했다. 성공과 인기에 대한 갈증도 함께 내려놨다. 다 내려놓으니 평안함이 그동안 밀려있던 잠과 함께 몰려왔다. 그래서 목소리도 잠시 인생의 광야의 뒤안길 위에 잠시 내려놓았다.

“두 번째 앨범 ‘바람’ 이후 하나님께서 그 길고 긴 광야 생활을 시키시고 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확하게 돌아설 때 비로소 주님께서 품에 안아주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때부터는 그냥 누우면 바로 잠을 잘 수 있었어요.”

예전에는 누군가 옆구리에 손을 끼여 넣고 밑으로 막 끌어내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불안감이 몰려왔었지만,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을 것을 다 내려놓다 보니 쉽게 잠자고 하나님과 더 가까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다는 고백이다.

그렇게 다른 길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한동안 이어졌다. 10년간 외국어 공부를 한 덕분에 에미레이트 항공 남자 스튜어드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주위에서 계속 음악에 대한 제의가 있었지만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가수 장민호 씨는 트로트 가수로는 드물게 장윤정 씨와 박현빈 씨에 이어 세 번째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하지만 다른 길을 택하려는 기로에서 한 목사님을 만나 진지하게 대화하던 중 음악을 관두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 후 음악에 대한 달란트를 붙잡고 다시 불확실한 광야 길로 들어섰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엔 홀로 걷던 광야 길에 지금은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언제나 함께 하시는 주님과 동행한다는 점. 그래도 다시 가요계로 돌아간다면 세 가지 기도 제목을 가지고 돌아가리라 결심했다. 세 가지 바람의 첫째는 그 시작이 주님께서 주신 기회일 것, 두 번째는 소속사 대표가 크리스천일 것, 그리고 마지막은 장르가 트로트일 것 등이었다.

“거짓말 같이 세 가지 기도 제목이 다 이루어진 것은 지난 2009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먼저 지혜를 주실 것으로 믿었어요. 그때 심정은 내가 기도하지 않은 것을 잡거나 만날 것 같은 두려움이 컸습니다.”

2009년 준비 이후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그는 모든 일이 순차적으로 잘 진행됐다. 현재 다니는 윙즈엔터테이먼트는 이사야 40장 31절 성구를 기반으로 해 만들어진 회사로 컴패션 선데이가 있는 날이면 회사 대표는 행사보다 오히려 예배에 참석할 것을 독려한다.

그 이유는 교회에 대한 단순한 헌신 때문만은 아니다. 신앙이 연예생활에 줄 수 있는 힘. 사람을 세우고 새롭게 만드는 힘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연습을 하는 가운데 2010년 본격적인 준비 기간을 마친 장민호 씨는 2011년 첫 싱글 앨범을 내고 이듬해 2012년 9월에는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 듀엣으로 출현해 쟁쟁한 기성 가수들 속에서 최종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내마오’ 우승은 정말 가슴깊이 감사한 일이에요. 하지만 우쭐해하거나 이것을 통해 큰 것에 집착할 마음은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신앙적으로 인생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인생길에서 큰 실패 안 해본 사람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저는 큰 실패 가운데서도 주님 안에서 거듭나면 큰 성공보다 값지다는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 연예계 후배와 나누고 싶은 말
17년간 이어온 무대. 그 위에 다시서기 위한 꿈과 노력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내 욕심 안에서가 아닌 주님 안에서. 이런 가수 장민호 씨는 지난 2013년 1월 25일 내마오 우승 이후 펼쳐질 가수로서의 길에서도 후배 가수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지금 아이돌 친구들이 16년이 지난 후 과연 몇 명이나 음악생활을 할지 생각해봅니다. 가수를 준비하거나 최정상에 있는 친구들에게 해줄 말은 분명해요. 현장에서 매일 보니 더 그래요. 똑똑한 친구들은 지금 벌써 무엇을 해야 할지 준비하고, 더러는 그 인기와 명예와 부에 눌려 평생 그렇게 지낼 것 같은 친구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그 삶은 정답이 아니에요. 연예계는 정상이 없잖아요. 정상을 찍으면 누구나 다 내려가야 해요.”

인생의 정점이 어디까지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만약 내가 있는 위치가 정점인줄 안다면 빨리 내려놓고 나머지는 거품임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삶을 사니 공허감이 늘고 우울감에 빠져 삶의 정점의 그래프를 계속 위로 올리려 하는 모순된 삶을 살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금 아이돌 중에는 예배에 참석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누가 봐도 우리나라 최고의 아이돌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됩니다. 저 친구들이 찬양과 기도, 때론 예배 중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 중에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니까요.”

그는 이런 믿음생활이 없으면 인기를 다시 찾기 위한 과정에서 욕심과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자괴감과 상실감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이 삶을 바닥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길이라고 전했다.

▲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최종우승자 ‘렌미노’의 가수 장민호와 렌 씨는 컴패션 선데이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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