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양적완화, 뿌린 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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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양적완화, 뿌린 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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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1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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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벤 버냉키가 한 마디 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이 뛰어 오르고 금,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 난리가 났다.

시장이 요동치면 시장 참가자들인 투자자와 채권자들은 두 눈 뻔히 뜨고 투자한 돈이 소리도 없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두 발을 동동 굴린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이 잘 발달되고 글로벌화되어 있어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자유롭게 유출입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의 경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시장참가자들은 국내뿐만 세계경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상적인 금융정책은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다.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에 돈이 풀리도록 해 경제가 살아나도록 하고,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가 상승할 기미가 보이면 기준금리를 올려 풀린 돈을 회수해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지 못하도록 간접적으로 시장을 움직여 나간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0% 수준까지 인하를 했는데도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실업자가 계속 증가하게 되면 중앙은행은 직접 시장에 뛰어 들어 국채와 같은 채권을 매입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 한다. 이것을 양적완화라 한다. 중앙은행은 통상적으로 양적완화정책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돈을 무제한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직접 돈을 푸는 방법이기 때문에 손쉽게 사용할 수는 있으나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돈을 풀면 물가가 뛴다는 것은 상식이다. 돈을 풀어 물가가 지나치게 뛰게 되면 지금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한 것이 물거품이 되고,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면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경제정책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 기준금리로는 도저히 어찌 할 수 없을 때 쓰는 것이다.

양적완화의 대가는 분명히 치러야 한다. 중안은행이 양적완화정책으로 시장에 돈을 풀 때는 경기상태와 물가를 면밀히 살피게 된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나타나기 시작하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풀어낸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 때 경제는 충격을 받게 되는데 중앙은행은 이 충격이 완만하게 시장에서 흡수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연착륙을 시켜야 한다.

만약 연착륙을 시키지 못하고 경착륙이 되면 시장은 난장판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이번에 벤 버냉키 의장이 앞으로 경제상황을 살펴가며 양적완화를 줄이고 내년에는 중단하겠다는 출구전략의 타임 스케줄을 시장에 제시했다. FRB의 계획을 미리 시장에 전달한 것은 출구전략의 시행으로 시장이 큰 충격을 한꺼번에 받지 않도록 연착륙을 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그동안 버냉키의 입만 바라보고 있던 시장참가자들이 버냉키가 시장에 보낸 조그만 싸인에도 화들짝 놀랐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과민반응을 나타내 주가는 폭락하고 금리는 큰 폭으로 올라 채권가격이 곤두박질 쳤다.

이에 대한 수습으로 FRB 멤버인 록하트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나섰다. 록하트는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시장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며 골초가 담배를 끊으려는 행동에 비유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담배를 끊기 위해 니코틴 패치를 유연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마치 그가 갑자기 담배를 끊겠다고 말한 것처럼 이해했다." 말하자면 양적완화를 시장상황을 봐 가면서 서서히 축소시켜 연착륙을 시키겠다는 의미로 말했는데, 시장은 갑자기 중단해 경착륙이 되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앞에서 치고 빠지고, 록하트는 뒤에서 시장을 다독거리고 어루만져 주면서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경제성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고용시장 사정이 호전된다면 양적완화를 계획대로 축소시켜 나갈 수 있겠지만, 경제는 제자리걸음인데 기대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면 큰일이다. 그러면 물가를 잡기 위해 양적완화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시장참가자들의 희생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비해 우리정부와 금융당국도 바빠졌다. 장기채권 발행 물량을 줄여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고 투기적 거래와 급격한 달러 유출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는 등 앞으로 있을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다. 성경말씀은 언제나 진리다. 뿌린 데로 거둔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그 행한 대로 보응하시되”(롬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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